33년만 최악의 女살인마…끝내 가석방 기회 받은 고유정[뉴스속오늘]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1986년 독극물로 5명을 살해한 김선자 이후, 33년 만에 나온 최악의 여성 살인마"
4년 전인 2019년 5월 25일 제주도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당시 36세)에 대한 범죄분석가들의 평가다.
고유정은 범행 당시 전 남편 A씨에게 수면제인 졸피뎀을 넣은 카레라이스를 먹였다. A씨가 깊은 잠에 빠지자 고유정은 흉기를 이용해 그를 살해했다.
더욱 끔찍한 것은 고유정이 A씨의 시신을 훼손한 뒤 여러 쓰레기봉투에 나눠 담아 제주도, 전남 완도 해상, 경기 김포 등에 유기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고유정의 참혹한 시신 훼손 수위에 대해 "차마 언론에 공개할 수 없을 정도"라고 밝히기도 했다.
A씨 동생은 형과 연락이 되지 않자 2019년 5월 27일 경찰에 "전 부인을 만나러 제주도에 간 형이 연락 두절됐다"며 신고했다. 경찰은 고유정과 연락을 취했고, 이때 고유정은 "A씨가 날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도망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CCTV 확인을 통해 이틀 전 고유정이 A씨와 함께 제주도의 한 무인 펜션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후 A씨가 펜션에서 나오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한 경찰은 해당 사건이 단순 실종이 아니라고 봤다.
경찰은 고유정이 머물렀던 펜션에 대한 수색을 진행, A씨의 혈흔으로 보이는 흔적을 찾아냈다. 이후 고유정을 범인으로 의심한 경찰은 그의 자택을 압수수색했고, 이 과정에서 범행 도구로 추정되는 흉기를 발견했다.
이에 경찰은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고유정을 긴급 체포했다. 고유정은 검거되는 순간에도 태연하게 "왜요? 제가 (성폭행을) 당했는데…"라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고유정은 A씨뿐 아니라 의붓아들을 살해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고유정이 A씨와 헤어진 뒤 재혼한 남편에게는 아들 B군(당시 4세)이 있었는데, 집 안에서 B군이 갑자기 숨졌기 때문.
B군은 재혼 남편이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로, 고유정과는 피가 섞이지 않았다. B군 사망과 관련해 고유정은 경찰 조사에서 "잠에서 깨 보니 아들이 죽어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검 결과, B군의 사인은 질식사로 밝혀졌다. 이에 경찰은 집 안에 있는 누군가가 B군을 살해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했다. 뒤늦게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재혼 남편 역시 고유정이 B군을 죽였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고유정은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2020년 11월 대법원도 "고유정이 B군을 숨지게 한 범인이 아닐 가능성이 남았다"는 판단을 내려 원심이 확정됐다.
당시 재판부는 △고유정이 B군에게 과도한 수면제를 먹였다는 것 △고유정이 B군을 직접 몸으로 눌러 질식시켰다는 것 △고유정의 B군 살해 의도 등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봤다.
전 남편 A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 검찰은 1심과 2심 재판에서 고유정에게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고유정의 살해, 사체손괴죄, 사체은닉죄 등을 유죄라고 봤다. 하지만 검찰이 요구한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고, 고유정은 청주여자교도소에 수감됐다.
사형 선고를 피해 무기징역형을 받은 고유정은 가석방 가능성을 남겨두게 됐다. 우리나라는 1997년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이다.
이에 사형수는 무기징역과 마찬가지로 평생을 감옥에 갇혀 산다. 그러나 가석방이 불가능해 죽을 때까지 감옥에 있어야 하는 사형과 달리, 무기징역은 형기 20년을 채우면 가석방이 가능해진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고유정이 세월이 흐른 뒤 사회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는 지난해 3월 고유정 사건을 다룬 한 방송에서 "고유정이 교도소에서 식사도 잘하고, 재소자들과도 관계 유지를 잘하며 지내고 있다더라"며 "그런 수준의 감방 생활 중이라면 20년 정도 지나 가석방을 신청하지 않을까 싶다"고 분석했다.
채태병 기자 ct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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