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실험체 죽은 '코로나 소독제' 실험, 정부는 알리지 않아

최광일 기자 2023. 5. 1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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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7일) 뉴스룸은 JTBC의 단독 보도로 시작합니다. 코로나19 때 많이 쓰던 방역 소독제, 이중에 4급 암모늄 화합물이 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에도 사용됐던 독성이 강한 성분인데 수건에 묻혀 물건을 닦는 데는 쓸 수 있지만, 분무기로 뿌리면 절대 안 됩니다. 처음부터 이런 위험이 제기됐지만 환경부는 안전성이 입증됐고, 흡입독성실험도 면제됐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취재해 보니 환경부는 동물을 대상으로 밀폐된 공간에서 흡입했을 때 어떤 영향이 있는지 실험했습니다. 실험 결과는 치명적이었습니다.

먼저 최광일 PD입니다.

[최광일 PD]

병원과 사무실 등 다중 이용시설에 흔히 사용하는 코로나 방역 소독제입니다.

그런데 눈에 띄는 성분이 있습니다.

바로 4급 암모늄.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돼 논란이 된 독성 화학 물질입니다.

[김록호/WHO 표준국장 : 사람들이 접촉할 수 있도록 뿌리면 안 된다고 명확하게 이렇게 강조체로 어떤 under any circumstances(환경에서도)라고 돼 있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하면 안 된다고 되어 있어요.]

이런 위험성에도 환경부는 그동안 소독제로 사용하기 안전하다며 관련 법규에 따라 흡입독성실험이 면제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JTBC 취재 결과, 애초 논란이 제기되자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이 성분의 흡입독성에 대한 동물 실험을 실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실험 결과, 흡입한 쥐들의 폐에서 염증과 충혈이 발생했고, 일부 조직에선 궤양도 생겼습니다.

0.3PPM 농도에서 4시간 이상 노출된 쥐들은 모두 사망했습니다.

보고서는 0.193PPM 농도만으로 죽을 수 있다고 했지만, 정작 추가 실험은 없었습니다.

[이덕환/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 : (실내에서) 분무 형태로 뿌렸을 적에 0.193ppm의 농도가 나올 수 있느냐. 상식적으로는 충분히 나올 수 있죠. bkc(4급 암모늄 물질)의 경우에는 아무 냄새도 없고 색깔도 없고 그러니까 뿌려 놔도 아무도 거부감을 못 느껴요.]

환경부는 방역 현장에 해당 소독제의 분사 금지를 권고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현장에선 유해성에 대한 인지 없이 살포되고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버젓이 실험까지 하고 실제 들이마시면 위험하다는 결과까지 나왔지만, 환경부는 지금까지 실험 자체를 부인했고, 그러다 보니 실험 결과를 알리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현장에서 해당 성분의 위험성을 정확히 모르고, 지금도 계속 살포되고 있었습니다.

정아람 기자입니다.

[정아람 기자]

환경부가 4급 암모늄 성분을 코로나 방역 소독제로 승인한 건 2020년 초.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사실이 알려지자 주무 부서인 질병관리청에서도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이후 언론을 통해서도 문제제기가 이어졌지만, 환경부는 그동안 흡입독성시험이 필요 없고, 관련 자료도 없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이주환/국민의힘 의원 : 호흡기 독성 자료가 있느냐 물으니까 최초에는 있다고 했다가 그다음에는 약사법 때문에 자료가 식약처에 있다고 했다가 결국은 면제가 되었기 때문에 이 자료는 없었던 거죠? 맞죠, 장관님? {네, 면제 기준을 적용합니다.}]

취재진이 실험 사실을 확인한 뒤 다시 묻자, 환경부는 실험을 한 것은 맞으나 2024년 살생물 제품 승인 평가를 앞두고 한 것으로 공개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JTBC가 확보한 해당 보고서의 내용은 다릅니다.

실험배경으로는 '살균소독제를 공기 중에 뿌리는 분무소독 방식으로 사용해 국민 건강에 대한 우려가 증가된다는 언론 지적'이라 쓰여 있습니다.

시험은 '방역용 소독제의 흡입독성시험을 통해 유해성을 규명'하기 위해 진행됐습니다.

정작 유해성이 확인됐지만, 추가 실험은커녕 외부에도 알리지 않았습니다.

이에 환경부는 관련 지자체들에게 4급 암모늄 소독제 분무 금지를 권고하고 표면 소독을 권장했다는 입장.

하지만 4급 암모늄 독성을 모른 채, 여전히 병원과 학교 등 소독 현장에선 해당 소독제가 살포되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뒤늦게 취재진에게 "해당 보고서는 통상적인 연구용역 형태가 아니라서 없다고 한 것"이라며 "보고서 기재 내용은 당시 코로나 상황을 언급하기 위해 표현한 것"이라고 알려왔습니다.

[앵커]

해당 성분이 들어간 소독제를 제일 많이 접한 사람은 실제 소독제를 분무기로 뿌리던 작업자입니다. 저희가 한 분을 만났는데, 우연히 얼굴에 뿌려져 화상을 입었고 지금도 고통이 컸습니다.

오승렬 PD가 취재했습니다.

[오승렬 PD]

지난 2020년 8월 서울 광진구청에서 방역을 담당하던 김정태 씨.

[김정태/코로나 방역 소독제 피해자 : 조심하라는 얘기도 특별히 없었고 저희는 그냥 지급받은 건 면장갑 하나 이외에는 받은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소독액을 희석하던 중 압축 분무기가 고장 나 얼굴에 뿌려졌습니다.

[김정태/코로나 방역 소독제 피해자 : 얼굴에 세숫대야 물 끼얹는 것처럼 순간 확 튀는데 눈을 뜰 수가 없더라고요.]

급하게 병원을 찾았지만 이미 얼굴과 눈에 화상을 입은 상황.

[김정태/코로나 방역 소독제 피해자 : 각막이 흐르는 것처럼 붓고 눈떨림이 있고, 눈에 신경 통증이 생기고 얼굴 쪽에서 계속 타는 느낌이 있고…]

갈수록 상태는 심각해져 지금은 기관지와 관절까지 고통받고 있습니다.

[김정태/코로나 방역 소독제 피해자 : 이 병은요, 진행이에요. 현재 진행이 되고요. 내 몸 전체를 신경적인 거, 신경과 또 관절 그리고 면역 그리고 내 몸 상태 전체를 조금조금씩 망가뜨리면서…]

환경부가 해당 성분의 분사 금지를 권고가 아닌 강제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전혜영/코로나 방역업체 대표 : 환경부에서 권고하는 것처럼 그렇게 다 일일이 수건에 묻혀서 닦고 방역을 한다 그러면 정말 하루 종일 청소를, 소독 방역을 한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모자랄 건데…]

(VJ : 장지훈·한재혁·김민재 / 리서처 : 김채현·고선영·김지현 / PD : 박서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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