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연설, 홈런 쳤다"…김연아·MB 영어과외 美선생님 놀란 장면
"윤석열 대통령은 의회 연설로 홈런을 쳤다. 영어도 훌륭했다(excellent). 모든 것이 완벽했다(perfect)."
미국의 스피치 전문가인 테렌스 번스 T 번스 스포츠그룹 대표가 윤 대통령의 의회 연설 직후 보내온 이메일 일부다. 번스 대표는 전 세계 국가 지도자부터 왕족에 이르기까지, 국제회의 및 프레젠테이션에서 영어 스피치를 전문적으로 지도해온 인물이다. 그의 주 활동무대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국제기구로,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전 당시 한국을 위해 스피치 컨설팅을 해준 바 있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부터 김연아 선수까지, 번스 대표의 족집게 과외를 받고 IOC 위원들 앞에서 영어로 프레젠테이션을 했고, 평창은 강적 독일 뮌헨에 압승을 거뒀다. 당시 번스 대표는 영어 발음부터 연설 내용까지 깐깐하게 짚고 넘어가 유치위원회 관계자들 사이에서 "호랑이 선생님"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와 함께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프레젠테이션을 성공으로 이끌며 '(당시 IOC 총회가 열렸던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나승연 오라티오 대표는 28일 중앙일보에 "무엇보다 대통령의 여유와 자신감이 인상적"이었다며 "발음이 알아듣고 명확했으며 강조할 부분과 끊어 읽으면 좋은 부분을 정확히 전달했다"고 호평했다. 나승연 대표는 또 "영어 연설에선 표정 역시 중요한 데, 윤 대통령이 표정으로도 의미와 감성을 전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미국의 '호랑이 선생님', 번스 대표에겐 윤석열 대통령의 27일(현지시간) 의회 영어 연설은 어떻게 보였을까. 이메일을 보내니 즉답이 왔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Q : 윤석열 대통령 의회 연설, 우선 총평은.
A : "스피치 전문가이기 전에 나도 미국인이다. 미국인으로서 연설을 들으며 자랑스러웠다. 미국 의회에 외국 지도자들이 한 수많은 연설을 리뷰했지만 이번 연설은 단연 돋보였다. 윤 대통령이 이번 연설로 미국인들의 마음을 얻는 홈런을 쳤다고 표현하고 싶다."
Q : 연설의 톤 앤 매너는 어땠나.
A : "목소리 톤에는 에너지가 느껴지는데 연설 속도는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점이 인상적이었다. 연설문을 그저 읽는 게 아니라, 때로는 자부심 때로는 겸허함과 같이 감정을 풍부히 녹인 점도 탁월했다. 가장 놀라웠던 건 뭔 줄 아나? 유머였다. '내 이름은 들어본 적 없어도 BTS나 블랙핑크는 알 것'이라는 부분 등이 특히 좋았다. 수백명의 미국 의원을 마주하고 전 세계로 생방송이 되는 상황에서 외국어로 유머를 구사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의원들이 단순한 의례적으로 기립박수를 치고 환호한 게 아니라, 진심으로 감동하고 즐거워했다고 느꼈다."
Q : 영어는 어땠나.
A : "훌륭했다. 한국에서 영어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나도 잘 알고 있지만, 한국의 어느 사람도 우려를 표할 이유가 없다. 그저 완벽했다(Just perfect)."
Q : '호랑이 선생님'이 아쉬운 점이 없진 않을 텐데.
A :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긴 했다. 윤 대통령이 연설하면서 왼쪽과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횟수가 살짝 과했다. (원고가 나오는) 텔레프롬프터를 보려고 한 것 같아서 그런 듯하다. 하지만 이건 부수적인 것이고, 크게 눈에 거슬리지는 않았다."
Q : 연설에서 특히 좋았던 부분은.
A : "'로 앤 오더'와 같은 미국인들에게 친숙한 미국 드라마와, 6ㆍ25 참전 용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도 훌륭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전체적으로 감정이 풍부히 녹아있었다는 점을 최고로 꼽고 싶다. 44분에 걸쳐 연설하는 윤 대통령을 보며 그가 얼마나 연습에 연습을 거듭했을지 알 수 있었다. 윤 대통령은 프로다(He's a pro). 미국 의원 중에서 젊은 세대들은 6ㆍ25와 그 의미를 잘 모르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윤 대통령의 연설로 그들에게도 훌륭한 공부가 되었으리라 본다. 나 역시 미국인의 한 사람이자, 6ㆍ25 참전용사의 아들로서 윤 대통령의 연설을 들으며 가슴이 뜨거워지고 자부심을 느꼈다. 윤 대통령의 이번 연설은 한ㆍ미동맹의 중요한 자산이 됐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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