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공급망전쟁 승기잡자"… 반도체 부활 노린 日과 공동 모색

최승진 기자(sjchoi@mk.co.kr), 이새하 기자(ha12@mk.co.kr) 입력 2023. 3. 14. 17:48 수정 2023. 3. 14.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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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일본에 반도체 통합 R&D센터

◆ 한일 정상회담 ◆

애플도 탐내는 일본 이미지센서 2022년 12월 일본을 깜짝 방문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오른쪽)가 일본 구마모토현의 소니 공장에서 신형 이미지센서를 살펴보고 있다. 쿡 CEO가 일본을 찾은 것은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매경DB】

삼성전자가 일본에 통합 연구개발(R&D)센터인 'DSRJ(디바이스 솔루션 리서치 재팬)'를 설치한 것은 첨단기술을 보유한 일본 기업과의 연결고리를 복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한국 대표 기업 = 삼성전자'라는 상징성이 있는 만큼 새 국면을 맞고 있는 한일관계에서도 상당한 함의가 있다. 한일관계 경색으로 균열이 생겼던 양국 기업 간 협업 체계가 다시 가동되는 시작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이전부터 반도체 연구소를 '미래 경쟁력'으로 중시해왔다는 측면에서 내부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라는 시각도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10일 경기도 화성시 반도체 연구소를 찾아 "반도체 연구소를 양적·질적으로 두 배 키우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일본에 5개의 반도체 관련 연구소(랩)와 1개의 디스플레이 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는 10년 전인 2013년 일본에 있던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등의 연구 기능을 국내로 흡수·통합한 적이 있다. 해외에 분산된 R&D 인력을 한곳에 모아 성과를 내겠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였지만, 일각에서는 한국 반도체의 기술력이 일본을 추월했다는 인식이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었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일본에 산재해 있던 연구 기능을 재정비해 통합 R&D 센터를 구축한 것은 반도체 공급망에서 일본의 중요성이 과거 이상으로 커졌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러한 결정은 한국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 이전부터 진행됐던 것으로 '정치적 판단'보다는 '실리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시각이다.

우선 기술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삼성전자가 일본에서 연구 중인 분야는 일본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부문으로 꼽힌다. 특히 이미지센서시장은 일본 기업의 '아성'으로 꼽힌다. 한·중·일 기업 간 '삼국지'가 펼쳐지는 이미지센서시장에서 삼성전자는 1위인 일본 소니, 3위인 중국 옴니비전 사이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 현지에서의 기술 교류를 통해 연구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일본시장을 직접 공략하겠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일본 자동차 업계는 자율주행 전기차 등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자율주행 전기차에는 단순한 차량용 반도체 이상의 대용량·고성능 반도체가 필요한 만큼, 삼성전자에 있어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 최근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 회장이 삼성전자를 방문해 다방면에서의 협력 관계를 논의하기도 했다. 소니는 혼다와 '소니혼다모빌리티(SHM)'를 설립해 자율주행 전기차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범진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일본은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이 강하고 자동차시장도 커서 협력할 분야가 많다"며 "장기적으로 대만, 일본, 미국 등이 연합하는 분위기가 있으니 우리나라도 포석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과의 협업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중 간 패권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되면서 일본이 부각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도 일본 기업과의 협업을 모색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특히 파운드리시장의 최대 경쟁자인 대만의 TSMC가 일본의 소니·덴소와 손잡고 일본 구마모토현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것은 삼성전자로서는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 공장 건설에는 일본 정부가 전체 사업비 중 40%가량인 4760억엔(약 4조6200억원)을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TSMC는 구마모토현에 두 번째 공장 건설도 추진하고 나섰다.

도요타·소니·소프트뱅크·키옥시아 등 일본 대표 기업 8곳이 설립한 반도체 회사 라피더스는 일본 홋카이도에 공장을 설립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라피더스는 2027년 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공정에서 반도체를 양산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일본이 반도체 소재와 장비 분야에 강하고, 자동차용 반도체 기업도 있어 삼성전자가 협력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경쟁이 치열하니 삼성전자도 일본과 손을 잡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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