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지공유·시세 60% 집세 지원… 우리도 ‘그 나라’ 청년들처럼

강창욱 2023. 2. 18.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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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결혼 포기 주범 ‘주택 문제’ 외국의 사례를 통해 본 해법 찾기


배우자나 애인과 동거하면서도 왜 혼인신고를 하지 않나요. 이렇게 물은 2020년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에서 응답자 중 가장 많은 32.2%는 ‘주택 마련과 경제적 문제’를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이듬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선 신혼부부가 가족계획을 세울 때 우선 고려하는 항목으로 ‘안정적 주거환경’이 40.6%를 차지했다. 결혼이든 출산이든 집 걱정이 가장 큰 벽이라는 얘기다. 이 부담은 청년세대에 더 무겁다. 국토부 조사에서 “임대료와 대출금이 부담된다”는 청년, 신혼부부 가구 비중은 각각 74.8%, 76.3%로 일반가구(63.9%)를 크게 웃돌았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연구원의 김시연 부연구위원은 17일 “주택 마련에 대한 경제적 부담 등이 결혼을 기피하거나 출산을 연기 또는 포기하게 만드는 주원인”이라며 “사적 영역으로만 간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적절한 정책 대응을 위해서는 앞서 이런 문제를 겪으며 청년층 주거 지원정책을 펴온 나라들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김 부연구위원은 한국에 적용 가능한 방안들을 제시했다.

집세 보전해주고 취업도 연계

일본은 부모와 함께 살면서 독립하지 못하는 청년들의 주거에 대한 지원과 논의가 활발한 편이다. 공공임대주택 지원정책은 대도시보다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지방에서 적극적이다. 홋카이도 미카사시는 주택 임대료 일부를 그 지역에서 쓸 수 있는 상품권으로 보전해준다. 주거 부담을 줄여주면서 지역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한 정책이다.

미카사에서는 민간자금으로 임대공동주택을 지을 경우 비용을 일부 대는 건설 지원도 병행한다. 또 단신세대(1인 가구)가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으면 임대료 지원 기간과 금액을 늘려주며 결혼·출산을 독려하고 있다.

만화 ‘슬램덩크’의 배경인 가나가와현에 있는 항구도시 요코스카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공유거주지원제도를 시행 중이다. 요코스카는 인구 40만명에 이르는 비교적 큰 도시지만, 지속적 인구 감소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시는 학생들이 임대료를 혼자 감당하기 어려워 십시일반으로 빈 단독주택을 공유하려고 할 때 여러 비용을 지원한다.

일본은 일자리 상실 등으로 주거 불안이 우려되는 이들에게 6~9개월간 주택바우처를 지원하는 주택수당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취업 프로그램과 연계한다. 다른 도시에서 전입하거나 육아 중인 청년의 ‘내 집 마련’을 돕는 식으로도 인구 유입을 도모한다. 가나가와현 아츠키시는 새롭게 전입하든 이미 시내에 살든 아이를 키우는 청년이 집을 살 때 주택 취득비용 일부를 보조한다. 자녀 연령대가 중학생까지라 대상 범위가 넓다.

청년 맞춤형 주택 공급도

싱가포르도 출산율 저하를 막기 위해 주거 지원책을 쓴다. 토지임대부 또는 환매조건부로 분양주택을 공급하면서 청년도 대상에 포함했다. 신혼부부에게는 공공주택 우선권을 주고 집값의 80%까지 대출해준다. 생애 최초로 집을 사거나 어린 자녀가 있을 땐 우선적으로 분양받을 수 있다. 한국과 다른 지점은 ‘가족공동체 보호’ 명목으로 부모나 조부모 집에서 2㎞ 이내인 주택에 대해서는 분양 우선권을 준다는 점이다.

집값 비싸기로 악명 높은 홍콩은 셰어하우스 이용 청년에게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다. 정부가 기부받은 땅에 ‘청년숙사(靑年宿舍)’라는 청년주택단지를 지어 기준소득 75% 이하 청년에게 시세 60% 수준 임대료로 제공한다. 셰어하우스와 비슷한 공용시설과 생활편의시설을 제공하고, 최장 5년간 거주할 수 있다.

독일은 주거공간지원법에 따라 1인 가구 청년에게 우선적으로 사회주택(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다. 18~27세 청년에게 거처 마련과 취업 알선, 난방비 보조 등을 연계해 지원한다. 지역별로 뮌헨시는 싱글맘과 다자녀가구를 포함한 소규모 가구를 대상으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다. 설비 기준을 완화해 원룸 공급이 가능하도록 했다. 사회초년생과 저임금 노동자, 저소득가구를 포함한 1인 청년 가구가 주로 혜택을 본다. 함부르크시는 시내 및 기숙사 시설 내 1~2인 아파트나 주택 내 공동주거시설에 거주를 신청하는 학생에게 30년간 저금리 대출을 해준다. 경제 수준별로 임대료를 차등해서 지원한다. 학생과 직업교육 수련생을 위한 주거건물이나 기숙사를 짓는 건축주에게는 보조금 형식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건물 신축과 기존 건물 용도변경 및 확장도 허용한다.

“획기적·급진적 정책 시급”

김시연 부연구위원은 ‘해외 주요국 청년 주거지원 정책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다양한 유형의 청년 공공임대주택, 일자리 연계형 임대주택 공급 등을 제안했다. 그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청년층에 좀 더 기회를 주는 쪽으로 제도가 개선되고 있는 건 긍정적”이라며 “출산율 감소가 복합적 사회 현상에 기인하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획기적이고 급진적인 주거 지원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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