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산자부에 최후통첩”…野, 걷자는 횡재세 살펴보니

고석현 2023. 1. 31.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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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울산 CLX 전경. 중앙포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주 폭등한 난방비 지원을 위해 정유사에 ‘횡재세’(초과 이윤세)를 거두자고 주장한 데 이어, 이번엔 민주당이 입법 추진을 예고해 논란이다. 하지만 “시장 논리를 거스르는 억지 주장”이라는 반론이 나온다.

31일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석유사업법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부과금을 걷어 에너지바우처 기금으로 쓰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오늘 산자부 장관에게 최후통첩을 한 것이다. 안 되면 이미 발의한 횡재세(법안)으로 할지, 다른 추가 입법을 할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국제 석유가격의 현저한 등락으로 인해 지나치게 많은 이윤을 얻는 경우 수입 석유가격과 국내 가격과의 차액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부과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석유사업법 18조를 근거로 추가 부과금을 걷겠다는 입장이다.

강승진 한국공학대 지식기반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는 이에 대해 “이미 국내·외 석유가격 차이가 없어 실효성이 없다”며 “(민주당 방안은) 정부가 석유가격을 고시하던 1977년 만들어진 조항으로 97년 가격 및 수입 자율화 이후엔 사문화됐다”고 반박했다. 강 교수는 이어 “반도체는 연간 영업익이 50조원을 넘고 이익률도 높은데 횡재세 부과 논의가 있었느냐”며 “정유 업계의 경우 국제 시황이 일시적으로 좋아 큰 이익을 냈고, 총생산량의 60%를 수출해 이익을 봤는데 이를 근거로 횡재세를 매기자는 건 무리”라고 지적했다.

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가 지난해 상반기 12조원대 영업이익을 거둔 것은 사실이다. 다만 하반기 업황이 급격히 악화했다. 지난해 4분기엔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날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컨센서스는 1412억원, 에쓰오일 402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미국·영국 등에서 횡재세 대상이 된 기업은 유전을 가진 석유 기업”이라며 “유전을 발굴해 얻은 ‘노다지’에 대해 세금을 부과한 것이다. 원유를 들여와 운송·정제비 등을 붙여 되파는 국내 정유사는 변동성이 높은 업종”이라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치권의 횡재세 주장은 자본시장에 대한 몰이해가 빚은 참사”라며 “세계적으로 특정 업황이 호황이라고 추가로 세금을 부과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세어 열린 민주당 교육연수원 발대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실제로 정유 업계에 호시절만 있었던 건 아니다.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할 당시엔 수요 감소로 정유 업계는 5조5000억원의 적자를 봤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2012~2021년 10년간 정유 4사의 정유 부문 순이익률은 1.4%에 그쳤다. 이는 같은 기간 40대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 6.3%(산업연구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일부에선 횡재세 부과 논란으로 신재생에너지 전환이 늦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유사의 이익을 세금으로 가져가면 국내 신재생에너지 전환이 늦어지는 결과가 빚어질 수도 있다”며 “업계가 ‘리스크 테이킹’을 감수하고 시설투자를 해서 거둔 이익까지 회수한다면 어떤 기업이 투자하고 혁신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지국가는 세금을 내는 쪽과 혜택을 받는 쪽의 연대와 협의를 바탕으로 한다. 유럽에서 에너지 기업의 ‘연대기여금’이 만들어진 이유”라며 “세금을 정당한 정책수단으로 활용하는 걸 벗어나면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경제를 왜곡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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