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안 좋은 시기에 국정 모르는 대통령 있다는 게 아프다”

박찬수 2022. 11. 9.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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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수의 직선]박찬수의 직선 | 이용우 국회의원(전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지금 시스템 작동 않는 건 리더 책임
위에서 관심 없으니 관료도 안 움직여
이태원 참사 원인도 비슷하다고 생각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용우 국회의원(경기 고양시정)은 더불어민주당에서 몇 안 되는 이론과 현장 경험을 겸비한 경제 전문가로 꼽힌다. 경제학 박사인 그는 2020년 4월 총선에 출마하기 전까지 카카오뱅크 공동대표이사로 일했고, 그 전엔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로 수십조원의 투자를 관리했다. 총선 출마를 위해 카카오뱅크를 그만두면서 그에게 배당된 스톡옵션 52만주를 포기한 건 널리 알려진 얘기다. 이용우 의원을 2일 오후 만난 건 얼마 전 벌어진 ‘카카오톡 먹통 사태’가 직접 계기였지만, 기업 출신인 그가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박찬수 대기자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를 지내셨는데, 최근 발생한 카카오 사태를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죠. 카카오의 사업 방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하나 있어요. 카카오가 상장돼 있는 상태에서 내부 사업부를 상장하고 또 상장하고, 동시 상장의 문제가 계속 발생했잖아요. 동시 상장은 주주 간의 이해 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카카오의 레거시(기존 시스템)를 이용한다는 측면도 있어요. 카카오페이 같은 상장회사들이 비용을 줄이려면 전산을 같이 쓸 수밖에 없는데, 전산을 같이 쓰면 항상 독립성의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는 거죠. 제가 (카카오뱅크 공동대표일 때) 내부적으로 가장 많이 얘기했던 게 그것이었습니다. 카카오의 후광 효과를 누리면, 만약 카카오에 무슨 일이 생길 때 그게 카카오뱅크 리스크로 넘어올 수가 있다는 거였죠.”

―카카오 사태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독과점 문제를 지적했고, 곧이어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독점화를 철저히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사태의 대책이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을 규제하는 쪽으로 흐르는데, 이런 방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초점이 좀 다르다고 생각해요. 지금 화두가 잘못된 게 하나 있습니다. 카카오 데이터센터의 백업과 이중화를 안 했다는 걸 자꾸 문제 삼는데, 이중화한다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요즘 같은 클라우드 환경에서 아마존이나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경우는 이중화의 개념이 아닙니다. 똑같은 서비스를 여러 군데 서버에서 동시에 수행하기 때문에, 하나가 죽어도 다른 쪽에서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습니다. 여기 문제가 발생하면 데이터가 이쪽으로 넘어가고, 개인정보는 어디에다 두고, 이런 식의 구조 설계가 더 중요한 겁니다. 그래서 자꾸 이중화를 안 했다는 것만 문제 삼아서 이중화를 강제하는 규제를 만드는 순간, 다음에 사고가 나면 ‘우리는 이중화 규정을 지켰으니까 책임이 없다’는 식이 될 수가 있습니다. 저는 이번 먹통 사태의 실질적 처방이자 키포인트는 클라우드나 전산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정하고, 또 서비스 중단에 대한 포괄적 책임을 서비스를 제공한 쪽에 지우는 방식으로 바꾸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독과점 문제로만 흐르고 있는 거 같아요.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 규제를 말하는 것도 자가당착입니다. 한 위원장이 인사청문회 때는 기업의 ‘자율 규제’를 강조했거든요. 그게 윤석열 정부 방침이니까 그런 것일 텐데, 공정거래법 취지는 기업의 ‘자율 규제’가 아니라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강제적인 규제’인 겁니다. 독과점 규제를 자율로 할 수가 있나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서 국회의원들이 이건 법을 만들어야겠다, 자율 규제로 통할 수가 없다고 했는데도 정부에선 미적거리다가 최근에 입법을 검토하겠다는 쪽으로 바뀌었거든요. 그걸 보면 이 정부는 ‘자율 규제’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한 게 아닌가 싶어요.”

―2020년 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 영입될 때 카카오뱅크 스톡옵션 52만주를 포기한 게 화제가 됐습니다. 지금은 주가가 떨어지긴 했지만 당시로선 수백억원에 달할 수 있는 잠재 가치를 포기했던 건데, 스톡옵션 포기를 후회한 적은 없습니까? 정치를 직접 해보니까 그 정도의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드십니까?

“주위에서 많이 물어보시는데, 스톡옵션이 원래 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후회한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그건 제가 우연히 그 자리(카카오뱅크 공동대표)에 있었기 때문에 받은 것일 뿐입니다. 만약에 제가 계속 갖고 있었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사회에 환원했을 겁니다. 제가 정치를 시작한 이유는, 금융 정책이나 공정거래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실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그걸 이해해야지만 정책 효과가 나타나는 건데, 현실이 그렇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정부에서도 그렇지만 대개의 정부 관계자들은 ‘내 정책 의도는 그게 아니었어. 나는 선의로 이런 정책을 폈어’라고만 말하거든요. 정책은 선의보다 실제 효과가 더 중요한 겁니다. 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시장 참여자들이 어떻게 반응할까를 고려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너무 취약하다고 생각했고, 가장 규제가 많은 금융 분야에서 일했던 제가 정책 결정과정에 참여하면 조금은 낫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국회의원이 된 뒤에 그런 부분에서 조금은 기여를 한 거 같아서 스톡옵션이 아깝다는 생각은 안 했고요. 보람이 있다는 생각이 더 큽니다.”

이용우 국회의원.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정책 취지와 현장의 괴리를 줄이려 정치를 시작했다고 말씀하셨는데, 지난 민주당 정부 시절엔 그 괴리가 오히려 커졌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게 부동산 정책인데, 왜 민주당 정부 시절의 경제 입법이 시장 또는 국민의 요구와 거리가 멀어졌던 겁니까?

“아이엠에프(IMF) 직후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구조조정을 할 때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났습니다. 언론사 데스크와 기자들을 만나고, 기업 관계자들도 많이 만났어요. 그러면서 정책을 넌지시 얘기하고 반응을 떠본 겁니다. 그렇게 정책을 조율하니까 어려운 구조조정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선 그걸 터부시했어요. 시장의 소리를 직접 듣는 것을 유착이나 로비로 여기는 인식이 강했어요. 문재인 정부 초기에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과 로펌에 간 오비(OB) 선배들은 현직 후배들에게 오해 살 연락을 하지 말라’고 말하는 걸 보고서 깜짝 놀랐어요. 그런 접촉을 유착으로만 바라보면 현장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할 수 없습니다. 만나서 들은 얘기를 그대로 따르는 게 아니라, 흡수해서 반영해야 시장에서 작동하는 정책을 만들 수 있는 겁니다. 저도 (기업에 있을 때는) 이른바 ‘업자’에 속했잖아요. 그때부터 정부에 있는 친구나 선후배를 아예 만나지 않았습니다. 괜한 부담을 주기 싫어서요. 그렇게 현장과 계속 떨어진 정책을 폈던 겁니다. 금융위도 그렇고 금감원도 그랬어요. 제가 지난해 펴낸 책 제목이 <두발로 선 경제>인데, 허공에 붕 떠있지 말고 땅에 발을 딛고서 생각하고 실천하자는 중의적 의미를 담았습니다.

부동산 정책도 그런 거죠. 저는 시장을 믿습니다. 물론 시장의 실패는 있을 수 있어요. 정보 비대칭이나 여러 조건에 따라서 실패할 수 있죠. 그러면 그걸 치유하고 변수를 조정해줘야 경제주체들이 반응을 해서 균형점을 찾아가거든요. 그런데 시장의 소리를 로비로만 생각하고 차단하면 시장과 멀어져 버리는 겁니다.”

―국회의원이 된 뒤 대선도 치르고 지방선거도 치렀는데 실제 겪어본 정치는 어떻습니까? 밖에서 생각했던 정치와는 차이가 큽니까?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회사에서 경영을 하면 대주주만을 위해서 일하는 게 아닙니다. 다른 주주와 고객, 노동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위해서도 일합니다. 각기 목표가 다른 이해관계자들을 어떻게 조율해서 하나의 솔루션을 찾아낼까 매일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게 기업 경영인데, 정치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경제는 숫자로 표현되는데 정치는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가치들이 있기 때문에 그걸 더 고려해야만 하는 거죠. 어느 쪽이든 설득하는 과정은 필요합니다. 기업에선 이사회가 중요한데, 이사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곧 리스크를 줄이는 과정이거든요. 시이오(CEO) 혼자 결정하면 비용은 가장 적게 들지만 리스크는 가장 커지죠. 정치에선 독재가 그런 경우입니다. 민주주의는 비용은 가장 많이 들지만 그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리스크를 사전에 대비할 수가 있는 거죠. 그 점에서 기업 경영과 정치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회에서 입법을 하면서 그걸 통해서 제도가 바뀌는 과정을 보는 건 의미 있고 보람있는 일입니다.”

―1990년대 초반인 14대 국회 때 장재식 의원 보좌관으로 일하셨더라고요. 그때 일한 경험이 지금 국회의원 하시는 데 얼마나 도움을 주나요? 또 그 뒤 다른 일을 하다가 20년 넘어서 다시 정치에 발을 들인 이유는 뭔가요?

“아주 많은 도움이 됐죠. 14대 때 장재식 의원은 야당(민주당) 정책위의장이었거든요. 1992년 대선을 앞두고 얼마 전 돌아가신 정태인 박사 등 여러 학자들과 함께 경제정책 공약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하나 진행했습니다. 정책 만드는 과정과 정책을 어떤 식으로 구사해야 할지 그런 부분을 배웠기에 지금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때는 사실 정치에 뜻이 없었습니다. 이유는 두가지인데, 하나는 제가 정치를 잘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 박사(경제학)를 수료한 상태였는데 경제는 좀 알지만 정치 현실은 잘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두 번째는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내가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두가지 이유에 관한 생각이 카카오뱅크 대표를 하면서 바뀐 겁니까?

“카뱅 공동대표를 하면서 그동안 제가 얻은 것을, 연구소를 만들든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사회에 돌려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사실 저는 운이 좋은 편입니다. 아이엠에프(IMF) 무렵엔 현대그룹에서 기아자동차 인수를 검토하면서 (재벌의) 지배구조를 봤고요. 동원증권에선 한국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지주회사 만드는 일을 했고,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자산운용도 해봤고, 그리고 은행을 처음 만드는 일도 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좋은 경험을 많이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경험을 사회에 풀어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마침 민주당에서 영입 제안을 받은 겁니다.”

이용우 국회의원.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금이 심각한 경제위기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너무 모른다는 거죠. 대통령도 그렇고, 대통령실 전체가 그런 거 같아요. 대통령실에서 경제 문제를 챙기면서 자꾸 듣고 지시하면 밑에서 움직이겠죠. 그런데 위에서 관심이 없고 아무리 보고를 해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 순간 공무원들은 입을 닫게 됩니다. 지금 정부 전체가 입을 다물고 있는 형국입니다. 대통령 지지율도 낮은데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에만 올인하면 정부 부처 어디도 일을 하려고 하지 않겠죠. 사고만 치지 말자는 분위기가 팽배해지는 겁니다. 나중에 직권남용에 걸리지 말자는 분위기인 거죠. 경제부처만 그런 게 아닙니다. 저는 이태원 참사도 비슷하다고 봅니다. 112 신고가 그렇게 들어왔는데, 현장에 경찰 인력이 없으면 곧바로 투입하는 시스템이 작동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왜 안 그랬을까, 위에서 그런 문제에 관심이 없으니 밑에서도 움직이지 않는 거죠. 저는 이게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문제라고 봅니다.”

―윤석열 정부는 보수 정부인데요. 경제정책이 꼭 보수 기조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뚜렷한 기조나 방향이 보이지 않는 느낌인데 왜 그렇게 보이는 걸까요?

“민주당 정부에 대한 반대만으로 집권을 했기 때문입니다. 윤 대통령이 경제나 국가를 어떤 식으로 운영할지, 비전이 명확하지 않은 거 같아요. 저는 어떤 친구가 회사 사장이 되고 싶다고 하면 이런 얘기를 합니다. 왜 사장이 되고 싶은 건데? 사장이 좋은 자리니까 되고 싶다고 해선 안 됩니다. 자리라는 건 무언가를 만들기 위한 디딤돌입니다. ‘너는 왜 정치를 하니?’ 누가 물으면 ‘나는 이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치를 한다’고 말을 해야지요. 대통령이란 자리도 자신이 만들고 싶은 세상을 위해서, 이걸 바꿔서 우리 사회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한 것이 되어야지요. 물론 자기가 생각하는 방식이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자리가 목적인 정치는 결코 성공할 수가 없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나 추경호 경제부총리 모두 관료 시절엔 상당히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던 이들입니다. 대통령이 경제를 몰라도 이들에게 힘을 실어줘서 정책 중심을 잡고 경제 운용을 하면 될 텐데 그것도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그분들의 얘기를 대통령이 듣지 않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회의를 하면 60분 중에 50분을 대통령 혼자 얘기하니까,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자기 의견을 밝히지 않게 되죠. 대통령은 다양한 시각의 다양한 얘기를 들으려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검사 경험밖엔 없으시니까 다른 얘기는 아예 들으려고 하지 않으시는 것 같아요. 카카오뱅크는 한투라는 금융 기업과 카카오라는 아이티(IT) 기업이 합작해 만든 회사잖아요. 저는 금융 쪽에서 대표로 간 건데, 가보니까 양쪽이 너무 달라요. 고깃집에서 회식을 하면 제가 그냥 고기를 굽습니다. 그러면 금융 쪽에서 온 친구들은 안절부절못합니다. 대표가 직접 고기를 구우니까요. 그런데 아이티 쪽에서 온 친구들은 고기가 구워지면 쏙쏙 가져가기 바쁩니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일을 해온 사람들이 만났을 때, 자기 경험만 내세우면 문제를 제대로 볼 수도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 카뱅이 초기에 안착한 데엔 양쪽에서 온 사람들이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윤 대통령도 검찰 경험만 내세우지 말고, 관료 얘기도 듣고 바깥의 다양한 얘기도 들어야 합니다.”

―정치, 경제, 안보 등 모든 면에서 어려운 시기입니다. 세계 경제 10위권까지 성장한 대한민국이 내리막길로 접어드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데, 기업 경험이 있는 이 의원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저는 아직도 우리나라가 건강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서 위기가 심각해지는 건데, 이건 위에 있는 리더들의 책임인 거죠.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선언을 하려 할 때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반대했던 사람들이 대통령실에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공유가 안 돼서 나쁜 결과로 이어져 버린 거죠. 굉장히 안 좋은 시기에 정치와 경제, 행정을 모르는 대통령이 있다는 게 참 아픈 일이죠. 그건 민주당이 잘못한 거죠. 민주당이 실력이 없어서 촛불 5년 만에 정권을 내준 거니까. 그런데 국민의힘도 별로 실력이 있는 거 같지 않다는 게 큰 문제죠.”

―민주당이 정권을 놓친 이유가 실력이 없어서라고 하셨는데, 지금 민주당은 실력을 키울 충분한 준비와 의지가 있다고 보십니까? 국민의힘이 ‘반문재인’으로 집권했듯이 지금 민주당도 ‘반윤석열’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

“민주당에 들어가서 보니까 새로운 사람들이 좀 있고요, 밑에서는 사실 공부도 많이 할 뿐 아니라 시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국면에선 뭐 그런 이야기를 드러내놓고 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죠. 그래도 민주당 의원들이 자기 검열이란 부분에선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보다는 훨씬 덜 하고, 그래서 어려움을 헤쳐나갈 가능성은 좀 더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더 다양한 사람들이, 저와 다른 배경을 갖고 민주당의 기존 모습과도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정치에 참여하느냐, 그런 게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대기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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