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폴란드와 ‘원전 협력 의향서’ 체결…수출까지는 먼 길

김정수 2022. 10. 3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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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와기후]

한국수력원자력이 건설한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전경. 2018년 3월 1호기(맨 오른쪽) 건설 완료를 축하하는 행사 때 모습이다. 한수원은 이 원전과 같은 에이피아르(APR)1400 원전을 폴란드에 수출하기 위해 31일 서울에서 폴란드 전력업체들과 협력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연합뉴스

한국수력원자력이 폴란드에 한국형 원전을 수출하기 위해 31일 오후 서울에서 폴란드 전력 기업들과 원전개발 계획 수립 협력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폴란드 국유재산부는 이들의 원전개발 프로젝트를 지원하기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협력 의향서(LOI)는 협력에 대한 의사를 표시한 문서이고, 양해각서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 내용을 기록한 문서다. 모두 계약 초기 단계에 만들어지는 이 문건들로 원전 수주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산업부는 “윤석열 정부의 강력한 원전 수출 의지와 정책이 뒷받침된 성과”라고 밝혔다. 수주가 사실상 확정된 것처럼 밝힌 것이다. 이어 “최종 계약 시 한국이 유럽 원전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산업부와 한수원, 폴란드의 국유재산부와 민간발전사 제팍(ZE PAK)·국영전력공사(PGE)는 이날 공동 보도자료를 내어 “(폴란드의) 원전 개발계획 수립 관련 양국 기업 간 협력의향서와 정부 부처 간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서명한 협력의향서는 폴란드 바르샤바 서쪽 240㎞ 퐁트누프 지역에 한국형 1400㎿급 원자로인 에이피아르(APR)1400를 기반으로 한 원전 개발계획 수립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퐁트누프 지역 원전 개발계획은 폴란드 정부가 주도하는 원전계획을 보완하기 위해 민간 차원에서 별도로 추진하는 것이다.

폴란드 정부가 주도한 폴란드 첫 원전 건설 사업인 루비아토프-코팔리노 원전 사업은 미국의 웨스팅하우스가 수주한 것으로 최근 발표됐다. 한수원은 총 사업비 400억 달러(약 57조원) 규모의 이 사업을 따내기 위해 웨스팅하우스, 프랑스전력공사(EDF)와 3파전을 벌였으나 결국 웨스팅하우스에 밀렸다.

한수원과 폴란드의 제팍·국영전력공사 등 3사는 퐁트누프 원전 부지에 대한 지질·환경 조건을 분석해 올해 말까지 소요예산, 자금조달, 예상공정 등이 담긴 원전 개발계획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산업부는 이번 의향서와 양해각서 체결 배경과 관련해 “지난 6월 나토정상회의 때 윤석열 대통령이 폴란드 대통령에게 에이피아르1400 홍보 책자를 전달하면서 원전 수출 지원 의지를 피력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 폴란드 쪽이 8월부터 협의 의사를 타진하고 2개월 만에 엘오아이와 엠오유를 체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이번 프로젝트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3년 만에 원전 수출 물꼬를 트면서 에이피아르1400의 우수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최종 계약이 성사될 경우 일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원전업계에 일감을 제공함으로써 국내 원전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평가와 기대는 섣부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시민단체인 에너지전환포럼은 “폴란드는 지난 1년여 사이 원전 관련 의향서만 5건을 체결했을 정도로 의향서 체결을 남발하고 있다”며 “특히 이번 의향서에 서명한 제팍은 한수원이 원전 건설을 기대하는 퐁트누프 부지에 지난해 8월 또 다른 업체와 지이-히타치의 소형모듈원전(SMR)을 건설하기 위한 투자협약까지 맺은 상태여서 이번 의향서 체결의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이어 “공기업을 타당성 낮은 원전사업 수주에 매달리게 하여 공적 자원을 낭비하게 하는 무리한 원전수출 전략을 정부는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체결식 행사에 참석한 야체크 사신 폴란드 부총리 겸 국유재산부 장관은 “국유재산부는 제팍과 국영전력공사가 한수원과 협상을 시작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했다. 산업부의 반응과 달리, 폴란드는 한수원의 원전을 받아들이기까지 상당한 협상이 남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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