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총리 수낵 "경제위기, 통합 아니면 죽음"
예산안·보수당 재건 등 과제산적
금융시장 환영, 국채금리 떨어져
42세 인도계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이 영국의 57대 총리로 선출됐다.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서 첫 비(非)백인 총리이자 210년 만의 최연소 취임 기록도 세우게 된다.
트러스 총리가 남긴 후유증을 수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그는 당선 후 연설에서 경제위기를 경고하고 통합과 안정을 강조했다.
24일 마감된 보수당 대표 겸 차기 총리 선출을 위한 후보 등록에서 마지막 경쟁자 페니 모돈트 원내대표가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리시 수낵 전 장관이 단독 후보로서 총리 선출을 확정 지었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전날 밤 먼저 총리직에 재도전하지 않는다고 밝혀, 수낵의 당선이 유력해졌다.
보수당 선거를 주관하는 평의원 모임 1922 위원회의 그레이엄 브래디 위원장이 수낵 당선을 선언하자, 현장에 모인 의원들 사이에선 박수와 환호가 나왔다. 수낵 총리 내정자는 찰스 3세 국왕을 버킹엄궁에서 알현한 뒤 정식 취임한다.
수낵 총리 내정자는 당선 후 의원들에게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했다는 점이 분명하다"고 경고하면서, "안정과 통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당과 나라를 한데 모으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겠다. 이것이 도전을 극복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번창한 미래를 물려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1922 위원회에서 한 비공개 연설에서도 "통합이 아니면 죽음"이라고 선언하고, "조기 총선은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총리가 되는 것은 인생 최대 영광이고 특권"이라며 "진실하고 겸손하게, 또 밤낮으로 열심히 일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트러스 총리에게 국내외 어려운 상황에서 품격있는 지도력을 보였다며 예를 표했다. 트러스 총리도 트위터에 짧게 축하 인사를 보냈다.
수낵 내정자는 취임 당시 44세였던 데이비드 캐머런, 토니 블레어 전 총리보다 더 어린 나이에 총리직에 오르게 됐다.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인 그는 영국 첫 힌두교도 총리이기도 하다. 부인은 인도 IT 대기업 인포시스 창업자의 딸이다.
그는 명문 사립고를 나와 옥스퍼드대에서 철학·정치·경제(PPE)를 공부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했다. 이후 금융가에서 일하다가 2015년 하원의원으로 당선되며 정계에 입문했다.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를 지지했으며 테리사 메이 내각에서 첫 정부 직책을 맡았다. 2020년 2월엔 존슨 내각의 재무장관으로 발탁됐다.
그가 유급휴직 제도 등의 과감한 지원으로 경제·사회 충격을 상당히 흡수하는 등 코로나19에 적절하게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엔 법인세율과 소득세격인 국민보험(NI) 분담금률을 높이는 등 증세에 나섰다. 코로나19 때 진 빚을 갚고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한편, 코로나19로 인한 무상의료체계 국민보건서비스(NHS)의 과부하를 해소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영국은 2020년에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3000억 파운드 넘게 조달했다.
그는 현실을 똑바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지난번 당 대표 및 총리 선거 때는 이런 주장이 먹히지 않았다. 그는 원내 경선에선 1위였지만 전체 당원 투표에선 대규모 감세안을 내놓은 트러스 총리에게 밀렸다. 존슨 전 총리 사임을 촉발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당원들에겐 부정적으로 인식됐다는 것도 결정적인 약점으로 꼽힌다.
수낵 내정자는 최우선 과제는 트러스 총리가 남긴 후유증을 수습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러스 총리는 50년 만에 최대규모 감세안으로 금융시장을 뒤흔든 뒤 이를 번복, 혼란을 초래한 끝에 민심 이반을 야기하며 결국 최단명 총리 불명예를 안고 퇴진한다. 당장은 10월 31일로 예정된 예산안과 중기 재정전망 발표에 관해 가닥을 잡아야 한다. 예정대로 할지, 증세와 지출삭감을 어떻게 할지 어려운 결정이 필요한 일이다.
금융시장의 반응은 일단 호의적이다. 만기 10년 국채 금리는 연 3.73%로 0.32%포인트 하락(가격 상승)했다. 20년 이상 장기 국채 금리는 감세안 발표 전 수준으로까지 내려갔다. 파운드화 가치는 0.9%, 런던증시의 FTSE 100 지수는 0.6% 각각 올랐다.
그는 분열된 보수당을 통합하고 재건해서 2024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존슨·트러스 내각을 거치면서 보수당의 지지율이 노동당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추락하는 등 집권 12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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