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지지율 '추락-회복-재추락'..중도 이반 이어 보수까지 이탈 조짐
■ 허민의 정치카페 - ‘더블 딥’에 빠진 尹
단기간에 지지율 급속히 ‘더블딥’에 빠지는 건 정권 위기 신호… 레임덕 넘어 ‘브로큰덕’ 우려
보수중도 동맹 해체·반부패 권력司正 부진·국정비전 부족이 원인…‘윤적윤’ 성찰로 변화·혁신 꾀해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또다시 바닥을 쳤다. 취임 당시 50%대에서 시작했던 지지율이 석 달 만에 최저점(24%)을 찍은 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다 최근 다시 두 달 전의 최저점을 기록했다(이하 한국갤럽 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지율 ‘더블딥(double dip)’에 빠진 것이다. 지지율 더블딥은 윤 정권을 탄생시킨 ‘보수·중도동맹’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을 설명해준다. 실제로 보수정권에 대한 ‘중도 이반’ 현상이 뚜렷하다.
가장 큰 문제는 윤 대통령 본인에게 있다. ‘윤적윤(윤석열의 적은 윤석열)’이란 성찰 속에서 대통령 자신과 그 주변부터 맹렬하게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 중도 이반이 ‘진보·중도 동조화’로 이어지게 되면 조기 레임덕을 맞을 수도 있다.
◇지지율 더블딥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5월 취임 후 52%에서 시작해 6월 초에 53%로 잠시 최고점을 찍은 후 두 달 내내 떨어져 8월 초엔 최저점인 24%를 기록했다. 이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며 33%까지 올라갔지만 이내 다시 추락해 최저점이었던 두 달 전 24%로 주저앉았다.
윤 대통령의 취임 첫해 2분기(7∼9월) 직무 긍정평가 평균은 29%로 나타났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정권과 비교할 때 이명박 정권이 광우병 선전선동에 휘청거리며 21%를 받았던 것 다음으로 가장 낮은 지지율이다. 박근혜 정권의 취임 첫해 2분기 긍정평가 평균은 51%, 문재인 정권은 75%였다.
집권 반년도 안 돼 임기 대부분을 20∼30%대의 지지율 속에서 헤매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지만, 단기간에 ‘추락-회복-추락’의 궤적을 그리며 더블딥 현상을 보이는 것은 윤 정권의 앞날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전문가들은 “경제에서 짧은 기간에 ‘불황-회복-불황’을 오가는 더블딥이 위기의 신호인 것과 마찬가지로 국정 지지율의 더블딥 역시 자칫 정권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중장기적인 지지율 등락과는 달리 단기간에 추락-회복-재추락을 거치는 것은 정권에 대한 유권자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을 말해주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중도층의 이반이 분명하게 확인된다. 윤 대통령의 9월 말 국정 수행 평가는 긍정 24%, 부정 65%였는데, 중도층에서는 18%, 73%로 확 벌어진다. 이는 전체 유권자 가운데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중도층 유권자의 절대다수가 윤 대통령에게 부정적이거나 비판적 침묵을 하고 있다는 점을 말해준다.
◇중도의 이반
국정 지지율이 과반이 되려면 중도층에서 절반가량의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윤 대통령 취임 직후 조사에서 중도층의 긍정평가 비율이 45%로 부정평가 39%를 앞섰고, 이는 전체 국정 지지율(52%)을 견인했다.
지난 3·9 대선 당시 유권자가 이재명 후보보다 윤석열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던진 건 보수·중도동맹을 통해 국정 운영의 비전을 보여주며 반부패 권력 사정을 전광석화처럼 해 달라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보수·중도동맹은 형해화됐고, 반부패 권력 사정은 지지부진하며, 국가의 미래를 밝힐 국정 비전의 제시는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선거동맹을 통치동맹으로 이어가는 건 지지층의 염원이기도 했다. 중도와 보수가 ‘승리연합’을 만들어 궁극에는 진보와도 ‘제도적 협치’를 해야 나라의 미래가 열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행정·인사·조직 등 제반 분야에서 동맹의 정신은 무너졌고, 협치는 사라졌다.
보수·중도동맹의 붕괴는 정치적 순혈주의와 정파적 부족주의를 생산했다. 이는 정치적 다양성을 막음으로써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국정 비전 창출을 방해하는 요인이 됐다. 이런 가운데 반부패 권력 사정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된 것은 중도는 물론 일부 보수 지지층에조차 깊은 실망을 안겼다.
김형준 명지대 특임교수는 “대선 후보 단일화로 만들어진 윤석열·안철수의 보수·중도 선거동맹이 집권 후 통치동맹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사실상 와해한 것이 중도 이반의 핵심적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도진보는 거의 돌아섰고 중도보수 중에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거나 유보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신과의 싸움
어느 나라건 통상 정권의 지지율은 시간이 흐르면서 장기적 하락 경향을 나타낸다. 대통령제 아래에서는 그런 경향이 더 크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경우 중도층 이탈이 단기간에 빠르게 이뤄졌고 심지어 지지층 이탈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두 달여 전 국정 지지율이 최저점에 도달했을 때만 해도 대통령 주변과 국민의힘 등 여권 내부에서는 근거 없는 낙관론이 돌았다. “지지율이 바닥을 쳤으니 자연스럽게 올라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순진한 해석과 막연한 기대는 꽤 오래 지속됐다. 그런 가운데 지지율 더블딥 현상이 일어나자 이제는 임기 초반에 레임덕을 맞을 수도 있다는 공포가 여권을 옥죄고 있다. 여당 중진 의원은 “정권이 레임덕을 넘어 브로큰덕(broken duck), 데드덕(dead duck)으로 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중도의 이반은 정권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는 ‘디질루시옹(환멸)’의 시공간 속에서 움트고 자라난다. 권력의 중핵은 대통령이다. 그런 면에서 지지율 더블딥은 결국 대통령 본인 리스크로부터 비롯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권 내에서도 점차 이런 인식이 확산하는 중이다. 대통령실의 비서관은 “오늘의 대통령의 적은 어제의 대통령 자신”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대통령 스스로 ‘윤적윤’을 깨닫고 대응할 때 지지율 더블딥의 수렁에서 빠져나올 출구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했다. 과거를 성찰하고 극복하려는 노력이 없으면 오늘을 제대로 볼 수 없고 미래를 기약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더블딥의 미래
경제 더블딥은 정책 실패로 간주된다. 지지율 더블딥도 국정 실패를 반영한다. 더블딥의 미래는 W자일 수도, M자형일 수도 있다. 회생의 길로 나올 수도 있지만, 헤어나오기 어려운 늪에 빠질 수도 있다.
경제 더블딥을 맞은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정책의 한계를 인정하고 새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것처럼 지지율 더블딥에 맞닥뜨린 윤 대통령 역시 새로운 국정 운영 방식을 요구받고 있다. 야당 또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도의 이반이 ‘진보·중도 동조화’로까지 연결되지는 않았다. 윤 대통령에게 아직 시간이 있다.
전임기자, 행정학 박사
■ 세줄 요약
지지율 더블딥:윤석열 대통령 국정 긍정평가가 두 달 전의 최저점을 기록하면서 지지율 ‘더블딥(double dip)’에 빠짐. 단기간에 국정 지지율이 ‘추락-회복-재추락’의 궤적을 그리는 것은 정권 위기의 신호일 수 있음.
중도의 이반: 특히 중도층의 이반이 분명하게 확인됨. 중도층 절대다수가 국정 운영에 부정적이거나 비판적 침묵을 함. 이는 보수·중도 동맹의 해체, 지지부진한 반부패 사정, 국정 비전 제시 능력 부족 등에서 기인함.
자신과의 싸움:단기간에 급속히 중도 이반이 이뤄지고 지지층 이탈 국면이 형성된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음. 레임덕을 넘어 브로큰덕 우려되는 상황. ‘윤적윤’ 성찰로 스스로 변화하고 혁신하는 국정 운영해야.
■ 용어설명
‘더블딥’은 불황에 빠졌던 경기가 단기간 회복했다 다시 단기간에 불황에 빠지는 상태. 즉 실질 GDP 성장률로 측정한 경기가 이중으로 가라앉는 것. 경제에서의 더블딥은 정책 실패로 간주함.
‘레임덕’은 절뚝거리는 오리라는 뜻으로, 증권시장에서 미수금을 갚지 못하는 투자자를 일컫던 말. 현재는 정치용어로 권력 누수를 의미. ‘브로큰덕(broken duck)’은 다리가 부러진 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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