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층도 차가운 '비속어 논란' ..한미 불발·한일 '약식' 온라인 민심은[데이터 르포]
韓은 "약식" 日은 "간담"..한일 30분 회담도 부정평가 우세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후 두 번째 순방에서 대통령실이 “핵심 정상 외교 일정”으로 꼽은 제77차 유엔총회 기조연설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의 일정이 숱한 논란을 양산하면서 마무리됐다.
다수의 정상과 수행단이 한 데 섞이는 정상회의 외교의 장에서 사상 초유로 대통령의 비속어를 사용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기면서 파장이 일었다. 논란의 발언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해 바이든 대통령과 48초간 환담을 나눈 후 이동하면서 ‘국회에서 이××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팔려서 어떻게 하나’로 알려진 대목이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주변음을 제거한 이른바 ‘MR제거영상’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사실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대한민국 대통령의 발언을 ‘XX’로 감춰야 하는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던 김 수석도 비속어는 제외하고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입장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실 스스로가 윤 대통령의 발언이 향한 곳이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대한민국의 야당’을 지목한 것이라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 비속어를 사용한 상대가 어느 곳이든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언행의 품격이 떨어진 것은 물론, 주요 정치적 ‘상대’에 대한 평소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됐다.
온라인 민심은 차가웠다. 24일 헤럴드경제가 총회원수 약 18만명을 보유한 정치 데이터 플랫폼 ‘옥소폴리틱스’를 통해 윤 대통령의 주요 미국 일정에 대한 온라인 여론을 ‘빅데이터 분석’한 결과,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만남에 대해 92.8%가 부정적으로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3.3%는 긍정, 3.9%는 ‘모름’이다.
특히 보수(77.5%)와 중도보수(85.3%)층에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높다는 점이 눈에 띈다. 당초 대통령실은 약 30분간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최종적으로는 무산됐다. 고(故)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국장 일정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뉴욕 일정이 축소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대신 양 정상은 영국과 미국에서의 리셉션,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서의 48초 환담 등을 통해 최대 현안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금융 안정화 협력, 확장 억제에 대해 ‘협의’를 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30분간의 한일 정상 간 ‘약식’회담에 대해서는 79.4%가 부정적, 7.6%가 긍정적으로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13.1%는 ‘모름’이다. 정치 성향별로는 진보층이 90%대, 중도진보층이 80%대, 중도층이 70%대, 중도보수층이 60%대였으며 보수층도 52.5%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대통령실이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발표한 후 일본이 이를 부인하면서 진실게임 양상이 벌어졌다. 이후 대통령실은 관련 언급을 함구한 가운데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가 참석하는 행사장이 위치한 맨해튼 유엔총회장 인근의 한 콘퍼런스빌딩으로 찾아가는 형식이었다. 양 정상은 취임 후 처음 양자로 만나는 자리에서 양국 취재진 없이, 양국 국기도 준비되지 않은 환경에서 회담을 이어갔다. 이후 대통령실은 ‘약식’회담으로, 일본측은 ‘간담회’로 만남을 명명했다.
윤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대북 정책 로드맵 ‘담대한 구상’이나 북한과 관련해 언급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48%가 부정적, 26.6%가 긍정적으로 답했고 25.5%가 ‘모름’이라고 답했다. 성향별로는 진보의 74.1%가 ‘반대’, 보수의 75%가 ‘찬성’으로 엇갈렸다.
윤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자유와 연대 : 전환기 해법의 모색’이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통해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출발점은 우리가 그동안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고 축적해온 국제 규범 체계와 유엔 시스템을 존중하고 연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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