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돋보기]⑪ 국산 화약의 발상지..한화기념관

김상연 2022. 9. 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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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화약 분야 전시관..인천공장 개보수해 개관
1963년 당시 인천화약공장 정문 [한화기념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편집자 주 = 인천은 1883년 인천항 개항 이후 국내에서 신문물을 처음 맞이하는 관문 도시 역할을 했습니다. 인천에서 시작된 '한국 최초'의 유산만 보더라도 철도·등대·서양식 호텔·공립 도서관·고속도로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연합뉴스 인천취재본부는 이처럼 인천의 역사와 정체성이 서린 박물관·전시관을 생생하고 다양하게 소개하려 합니다. 모두 30편으로 구성된 이번 시리즈 기사는 매주 토요일 1편씩 송고됩니다.]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우리가 해냈다. 해냈어!"

1957년 5월 29일 한화 인천공장에 적색 깃발이 게양돼 힘차게 펄럭이자 직원들의 함성이 터졌다. 적색 깃발은 다이너마이트 핵심 원료인 니트로글리세린의 시험 생산 성공을 알리는 신호였다.

수입에 의존하던 다이너마이트를 국내 기술로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순간이었다.

한화기념관 화약제조공실 [촬영 김상연]

인천공장서 국산 다이너마이트 첫 생산

인천 소래포구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남동구 고잔동에 가면 전국 유일 화약 분야 전시관인 한화기념관을 만날 수 있다.

한화그룹은 2006년 6월 인천화약공장을 충북 보은으로 이전한 뒤 기존에 사무동으로 사용하던 공간을 개보수해 면적 8천430㎡ 규모의 부지에 전시관을 조성했다.

기념관에는 한국화약 창업 초기부터 인천공장 폐쇄 전까지 인천에서 꽃피운 현대 화약 산업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인천공장은 일제강점기인 1941년 '조선유지주식회사'로 지어져 화약을 생산하다가 해방 이후 방치됐다. 한국화약은 1955년 폐허 상태의 공장을 사들여 시설 복원에 나섰고, 니트로글리세린 시험 생산을 거쳐 불과 3년 만에 다이너마이트 생산에 성공한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2번째였다.

반세기 동안 생산된 화약은 폭약 124만t, 뇌관 11억개, 도화선 7억7천만m였다. 인천공장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함께 국가 재건과 산업화의 밑바탕이 됐다.

화약은 과거 중국인들이 불로불사의 약을 만들려다 '불이 나는 약'을 발견하게 돼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7세기 수양제 때 불꽃놀이를 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8세기부터 전쟁용 무기로 사용됐다.

우리나라는 고려 말 최무선이 처음으로 화약을 만들어 무기로 사용해 왜군을 격파했다. 당시 군산 앞바다에서 펼쳐진 해전에서 왜선 500여척을 격파해 세계 최초의 함포해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화약 제조공실 전경 [한화기념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화약사(史) 한눈에…불꽃놀이 가상 체험까지

한화기념관은 주 전시관인 본관과 화약 제조 공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제조공실, 임직원들의 무사고 안전을 기원했던 채플(기도실) 등 세 구역으로 나뉜다.

본관을 포함한 건물 3개 동에서는 국내외 화약 산업 역사와 화약 이야기, 주요 화약 제품 전시와 다이너마이트 제조 공정 등을 돌아볼 수 있다.

본관 전시실에는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사용했던 성화봉도 있다. 모두 국내 화약 기술로 자체 개발된 것들이다.

불꽃놀이 체험관에서는 모니터로 서울 63빌딩이나 부산 해운대 등 주요 명소를 선택하면 해당 장소를 배경으로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져 어린이 관람객들한테 인기가 많다.

불꽃놀이 체험관 [한화기념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화약 제조공실은 1956년 우리나라 최초로 생산된 초안폭약을 비롯해 뇌관·다이너마이트 등 각종 화약 물품과 시설을 실물로 전시하며 제조 공정을 선보인다.

산업 특성상 사소한 실수가 큰 피해로 이어질 위험성이 큰 만큼 이곳에는 안전을 사수하려 했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제조공실의 바닥은 고무판이나 납판으로, 공실 안의 모든 틈새는 화약 침투를 막기 위해 천(광목)으로 발랐으며 전동장치는 공실 밖에 설치됐다.

성 디도 채플에서는 임직원들의 안전을 기원하며 미사가 이뤄졌다. 매주 금요일마다 열리던 미사는 공장 이전을 앞둔 2006년 5월을 끝으로 종료됐으나, 이곳 기도실은 옛 모습 그대로 보존돼 숙연함을 자아낸다.

기념관 주변에는 양떼목장이 있는 늘솔길공원과 예술·창작 공간으로 새단장한 인천 '청년미디어타워'(옛 남동타워)가 있어 가을맞이 나들이 코스로도 제격이다.

구본욱 한화기념관장은 "화약 산업 발상지로서 인천의 터전과 시설물들을 최대한 보전하고 재현했다"며 "한화 인천공장이 걸어온 궤적을 좇으며 편하게 관람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화기념관 운영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월요일 휴관). 관람료는 무료다.

한화기념관 성 디도 채플 [촬영 김상연]

goodlu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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