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고 예능이고, 술 마시는 연예인들.."알코올은 1급 발암물질"

강승지 기자 2022. 9. 5.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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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증진개발원, 2021년 주류광고 및 음주장면 실태조사
방송보다 '유튜브·OTT' 유해한 음주장면 송출 비중 높아
문제음주장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재조치 사례(2021년) (위, 드라마 '간 떨어지는 동거') (아래, 예능 '미운우리 새끼')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제공)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정부 기관이 '국민건강증진법'을 근거로 미디어의 주류광고 및 음주 장면 실태를 조사한 결과 불법 주류광고 10편 중 9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광고들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TV 드라마·예능 프로그램 1편당 음주 장면은 0.9회 등장한 가운데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서는 방송매체보다 유해한 음주 장면 송출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나 방송계·제작계의 자정 노력이 요구될 전망이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방송, 통신, 인쇄 매체의 주류광고와 TV 드라마·예능 프로그램, 유튜브 방송, OTT 자체 제작 드라마·예능 등의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이 같은 내용의 '2021년 주류광고 및 음주 장면 실태조사' 결과를 5일 발표했다.

◇불법 광고 1430건…과음경고 미표기, 음주 권유 다수 발견

불법 주류광고는 1430건 확인됐다. 매체 중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의 주류광고 위반율이 92.4%(1322건)로 가장 많았다. 위반 사례는 과음경고문구 미표기 40.4%(683건), 직·간접적 음주 권유 표현 28.1%(475건), 경품 및 할인 표현 25.9%(483건) 순이었다.

최근 주류광고 및 마케팅 트렌드를 살펴보면 '혼술·홈술족'을 겨냥한 편의점·마트에서의 주류 판매, 스마트 오더 앱 및 온라인 주문을 통해 배달 가능한 전통주 출시, 주류 구독(큐레이팅) 서비스 등 소비자가 음주를 일상적·필수적으로 여기도록 접근하고 있다.

주류회사의 캐릭터 마케팅 사례(한국건강증진개발원 제공)

특히 △유명 연예인 모델을 활용한 광고 △주류회사 캐릭터 상품 판매 △일반 음료와 구분하기 힘든 주류 용기 △식품회사와 주류회사의 협업 제품 출시 등은 아동·청소년이 술에 대해 친근한 이미지를 가지고 미래 고객으로 유도하는 마케팅 사례라고 판단했다.

TV 드라마·예능의 경우 프로그램 1편당 음주 장면이 0.9회 나왔고 지상파(0.7회)보다는 종편·케이블(1.2회)에서, 예능(0.5회)보다는 드라마(1.3회)에서 음주 장면이 더 많이 송출됐다.

전체 음주 장면의 32.2%에서 원샷·술잔 돌리기·폭탄주 등의 행동을, 11%에서 음주 후 고성방가, 욕설, 폭력 등을 묘사했다. 특히 출연자 일상 등을 보여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직접 음주 장면이 1회 방영분 전체 분량의 25% 이상 차지하고 있었다.

이밖에 유튜브 음주 영상의 경우 콘텐츠 100개 중 90개는 음주를 긍정적으로 묘사하거나 음주 중 부정적 행동(과음, 폭음, 폭탄주, 욕설, 성적인 묘사 등)을 보여주며, 주류 제품을 광고하는 듯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개발원은 "더욱 심각한 것은 해당 영상들의 조회수는 평균 약 80만 회로 많은 사람들이 시청했다"며 "아동·청소년에게도 상당 부분 노출됐을 것으로 예상되나, 청소년 계정을 차단하는 등의 보호장치는 전무했다"고 설명했다.

OTT의 경우 음주를 주제로 한 콘텐츠가 TV에 비해 많이 제작·송출됐으며, 모니터링한 10개 드라마·예능 프로그램에서 1편당 음주 장면이 5.1회(드라마 3.3회, 예능 프로그램 5.6회)가량 송출됐다.

전체 음주 장면의 65.5%에서 특정 주류 제품을 인식할 수 있는 장면 연출로 광고 효과를 냈으며, 21.9%에서 원샷, 술잔 돌리기, 폭탄주 등을 묘사, 5.1%에서 음주를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등 방송매체에 비해 유해한 음주 장면 송출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개발원은 "OTT 프로그램의 경우 연령 제한이 있더라도 유튜브 등 다른 매체를 통한 재확산으로 아동·청소년에게 쉽게 노출이 될 가능성이 있어 제재가 필요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나도 마시고 싶다" 생각들게 해…선진국 수준으로 규제 강화해야

음주 장면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음주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실제 음주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미디어의 음주 장면을 시청한 후 술을 마시고 싶었는지 설문한 결과, 약 20%(TV 23%·유튜브 17.9%)가 '그렇다'고 했다.

TV와 유튜브 모두 응답자가 평소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자주 술을 마시던 사람일수록 미디어에 묘사된 음주 장면을 본 뒤 술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고, 유튜브의 경우 혼자 술을 주로 마시는 사람에게서 이런 경향이 더 많이 나타났다.

조현장 개발원장은 "알코올은 1급 발암물질이자 중독을 유발하는 향정신성 약물"이라며 "우리나라 주류광고 규제는 선진국에 비해 아직 미흡하다. 선진국 수준으로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민건강증진법에 근거해 보건복지부와 함께 주류광고에 대한 시정조치를 하고 있으나, 반복적인 위반으로 시정조치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주류업계를 한층 더 강력하게 점검해 제재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부연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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