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지환 "'한산' 정면승부,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오네요"

이이슬 2022. 8. 5.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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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 용의 출현' 나대용役 박지환
'우블'·'범죄도시2' 최고의 한해
이순신 박해일, 태산처럼 침착한 배우
"왜군 역할 아닌 큰 배역, 손까지 벌벌"
박지환/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박지환(41)은 어제보다 내일 더 기대되는 배우다. 몇 년 전 유명 배우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이름, 앞으로 충무로에서 뜨겁게 활약할 거라고 입 모아 기대해오던 주인공이다. 잘 될 배우는 배우들이 가장 먼저 알아본다는 말이 맞은 걸까. 그는 올해 가장 뜨거운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해적: 도깨비 깃발'을 시작으로 1000만 영화 '범죄도시2',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로 인기를 누린 그는 '한산: 용의 출현'으로 정점을 찍었다.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박지환은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오네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작품 제안도 많이 주시고, 광고도 찍게 해주셔서 어떻게 이 사랑을 다시 돌려드릴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박지환은 '한산: 용의 출현'에서 거북선 설계자 나대용 장군으로 분해 새로운 얼굴을 드러낸다. 뜨겁고 묵직한 존재감을 발산하며 없어선 안 될 캐릭터로 꼽히며 관심을 받고 있다. 어떻게 배역과 만났는지 묻자 김한민 감독과 첫 만남을 떠올렸다.

"여전히 의문인데요.(웃음) 영화 '봉오동 전투'(2019) VIP 시사회 끝나고 '나 김한민인데, 잠깐 이야기 좀 하자'고 하면서 오셨어요. 야비한 훼방꾼 역할로 나온 영화를 보셨으니, 내심 '아 또 일본 왜군 역할이겠구나' 생각했는데, 이순신 장군을 도와서 거북선을 제작하는 나대용 장군이라고 하셨죠. '왜 저예요?' 물었더니 영화를 보면서 그래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시더라고요. 몇 달 후 시나리오가 왔는데, 손이 벌벌 떨리더라고요. 인물이 커서 그런지 두렵기도 했습니다."

1761만을 모은 최다 관객작 '명량'(2014)의 영광은 애써 지워야 했다. 박지환은 "큰 인물을 어떻게 분석하고 접근해야 할지 계속해서 고민했다"며 "이건 '정면승부' 라고 다짐했다"고 떠올렸다. 부담감이 상당했다고. 고민 끝에 그는 4월21일 과학의날 제사에 무작정 찾아갔다고 했다.

"짐을 꾸려 새벽에 출발해 가장 먼저 도착했죠. 예를 갖추고 장군님께 인사를 드렸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대한민국에서 배우하고 있는 박지환입니다. 부족하지만 장군님 역할을 맡았는데 작은 사람이 연기해야 하는데 생각이 잘 나지 않아요. 꿈에서라도 영감을 주세요'라고 부탁했어요. 어느 날 새벽에 바닷가를 걷는데 전쟁하는 모습이 상상 속에서 눈앞에 펼쳐졌죠. 지옥도를 본 것처럼 끔찍하고 무서웠어요. 한산도에 들어가는 길에 바닷물을 보니 '임진왜란 때는 다 핏물이었겠지?' 싶더라고요. 어떤 마음가짐으로 작품에 임해야 하는지 느껴졌습니다."

박지환은 "장군님이 이러저러했다는 분석보다 몸으로 감는 기운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바다에서 느껴지는 피비린내, 어떤 것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기를 가지고 맞서고. 적진 한가운데 완벽한 진을 갖추고 전략을 준비하고. 배를 몰고 적진으로 들어간다는 건 담대함 이상의 용기가 아닐까. 어떤 기운을 받은 듯이 자잘한 것들이 잘려 나가고 강직한 것만 남았다"고 했다.

이순신 장군으로 분한 박해일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박지환은 "차갑게 절제하고 또 불같고 조용했다. 누구나 감정을 내뿜고 싶을 텐데 그걸 싹 녹여서 어떻게 간직하고 계실까. 선배님의 눈을 봤는데 미치겠더라. 격하게 대화를 나누지 않았지만, 안에서 에너지가 너울처럼 출렁거리는 게 느껴졌다. 서로 안에서 엄청나게 꿀렁대고 있는 걸 느끼지 않았나. 이순신 대사 중에 '태산처럼 침착하라'는 말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순신과 나대용 장군이 마주하는 중요한 장면을 찍던 김한민 감독이 눈물을 지었다고 했다. 그는 "그 장면을 찍는 날 아침부터 몸이 후들후들 떨리면서 손이 저리더라. 몸도 내 것 같지 않고. 촬영장에서 박해일이 제 눈을 딱 보시더니 '지금 찍어야 해. 다 차려졌어'라고 하더라. 지금 감정을 흐트러뜨리지 말고 마음대로 하라고 하셨다. 덕분에 그 장면부터 찍었는데, 나중에 감독님이 저 앞에 가서 울고 계시더라. 왜 우셨냐고 물었더니 나라를 위하는 두 사람의 마음이 어땠을지 조금이라도 느껴진 거 같아서 살짝 찡했다고 하셨다. 감독님 마음이 아름답게 느껴졌다"고 했다.

박지환은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오일장 순댓국밥집 운영하는 현이아방 정인권으로 분해 인기를 얻었다. 실제로 제주도 시장에서 일하는 사람 같다는 호응을 얻으며 디테일한 캐릭터 표현이 관심을 받았다. 그는 "멋지게 말할 자신은 없다"며 "혼자 사모하던 노희경 작가님의 극이 왜 내게 왔을까.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즐겁고 행복했다"고 말을 꺼냈다.

"멋지게 옷을 차려입고 카메라 앞에 설 수는 없었죠. 인권을 표현하기 위해 무절제하게 먹었고요. 일어나고 잠드는 시간을 딱 정해 놓지 않았어요. 머리도 안 감았고요. 생활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거든요. 여기저기 몸을 긁적이거나, 엉덩이나 무릎이 튀어나온 바지를 입고 아저씨처럼 보여야 한다고 봤거든요. 네 배우가 다행히 호흡이 잘 맞아서 좋았어요."

박지환은 마음속 영웅으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꼽았다. 그는 "어머니께서는 생전 제 질문에 모두 진심으로 답해주셨다. 철없고 가난해도 즐거울 수 있다고, 생각을 달리하라고 하셨다. 엄마가 살아온 모습을 보라고, 웃을 수 있다고 해주셨다"고 말했다.

"하루는 어머니께 '청춘이 사라지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물었어요. 그랬더니 '그게 얼마나 즐거운지 모르지? 이제 삶이 만져져. 생각한 것들을 알 수 있고 그릴 수 있어. 그러니 용기를 잃지 말고 열심히 해'라고 하셨다. 정말 감사해요. 그동안 막연하게 꿈꿔온 것들에 다가서고 있는데, 목적지는 모르지만 정확하게 걸어가려 합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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