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전기차 보조금 폐지.. 獨선 내연기관차 퇴출 반대
유럽, 비상 걸린 '경제 안보' 공급망 붕괴로 부품·소재값 급등, 전기차 제조비용 늘자 회의론
한·중·일에 배터리 의존 크고 전기차發 일자리 축소도 우려
영국은 최근 2011년부터 시행해온 전기차 보조금 지급을 종료했다. 약 5000만원 이하 전기차를 구매할 때 최대 240만원을 주던 보조금을 없앤 것이다. 영국 정부는 “신차 6대 중 1대가 전기차”라며 보급 확대를 이유로 내세웠지만 영국자동차공업협회는 “최악의 시기에 나온 결정”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전기차 전환을 강력히 밀어붙이던 유럽에서 최근 변화의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일부 국가가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는가 하면, 독일 정부는 “EU의 2035년 내연차 판매 금지 방침에 반대하겠다”고 나섰다. 급진적인 유럽의 전기차 정책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전기차에 대한 태도 돌변
‘전기차 천국’으로 불리는 노르웨이도 지난달 전기차에 주는 혜택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그동안 노르웨이에서 전기차는 버스 전용도로 주행, 각종 통행료·주차료 할인, 부가가치세 면제 같은 파격 혜택을 누려 왔다. 덕분에 지난해 전기차 판매 비율이 65%로 세계 최고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르웨이 정부가 “대중교통 이용을 늘려야 할 때”라며 특혜를 없애기로 한 것이다. 노르웨이전기차협회는 이에 대해 “내연기관차 경쟁력을 강화시킬 것”이라며 강력 비난했다.
지난 21일(현지 시각) 독일의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장관은 “EU가 2035년 내연기관차 폐지 방침에 반대한다”면서 기존 정부 입장을 180도 바꿨다. EU 핵심국인 독일이 반대로 돌아서면서, 그동안 눈치를 보던 프랑스·이탈리아 같은 주요국도 잇달아 반대할 가능성이 커졌다.
◇유럽, 갑자기 왜 이러나
각국 정부가 전기차에 대한 태도 변화에 대해 저마다 다른 핑곗거리를 대고 있지만,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대외 환경이 급변하면서 ‘경제 안보’ 문제가 현실로 닥쳤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급망 붕괴로 배터리 원료 값이 급등하고 전기차 제조 비용은 계속 늘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로 석탄 발전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 처하자 전기차에 대해 회의론이 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화력발전 전기로 가는 전기차가 친환경이냐는 회의가 들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이 EU의 내연기관차 폐기 정책에 반대하는 것도 ‘경제 안보’와 관련이 있다.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은 “내연기관차를 포기하면 다른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가 그 격차를 메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독일이 보유한 세계 최고의 내연기관차 기술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소재 시장을 중국이 장악한 가운데, 배터리 생산을 한·중·일 아시아 업체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도 유럽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스텔란티스의 카를루스 타바르스 CEO는 지난달 “2025~2026년 배터리 공급이 부족해지고 아시아에 대한 상당한 의존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로 인한 일자리 축소도 유럽 정치인들을 고민하게 하는 요인이다. 포드는 지난 22일(현지 시각) 스페인 공장의 전기차 전환과 인력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또 전기차 배정을 받지 못한 독일 포드 공장은 폐쇄 위험에 직면했다고 FT가 보도했다. 배충식 카이스트 교수는 “그동안 친환경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정치인들이 경제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밀어붙였던 정책들이 원료 수급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러시아 전쟁이 터지자,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들도 아우성
그동안 당국 위세에 눌렸던 주요 완성차 업체들도 급격한 전기차 전환에 우려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르노그룹의 루카 드 메오 CEO는 지난달 “전기차도 차량 제조·유통, 전기 발전 과정 중 배출하는 탄소량이 결코 적지 않다”고 말했다. 폴크스바겐 CEO 헤르베르트 디스도 “배터리 공급과 충전소 인프라 확대가 더뎌 전기차를 많이 출시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계도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도 전기차 보급 목표를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기존 26.3%에서 40%로 높이면서 2030년 전기차 누적 보급 목표치도 385만대에서 450만대로 높였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실성 없는 수치인 만큼, 새 정부가 수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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