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유엔총회서 날선 신경전.."도발 멈춰야" vs "정당한 자위권"

김현 특파원,최서윤 기자 2022. 6. 9.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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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중·러 대북 제제 결의안 거부권 행사 논의
韓, 대화 가능성 열어둬..中, 미국 탓하며 "행동 취해야"
조현 주유엔 한국대사가 8일(현지시간) 유엔총회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스1(유튜브 화면 캡처)

(워싱턴·서울=뉴스1) 김현 특파원,최서윤 기자 = 남북은 8일(현지시간) 유엔총회 회의에서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제재 추진을 놓고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남북은 이날 오전 뉴욕 유엔본부에서 지난달 미국이 주도했던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에 대해 상임이사국인 중국 및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유엔총회에서 각각 연설에 나섰다.

조현 유엔 주재 한국대사는 "지난 2006년 이후 처음으로 북한의 핵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다루는 안보리가 북한의 심각한 도발에 대응하는데 실패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유엔 안보리에서 마지막으로 만장일치로 채택됐던 대북 제재 결의안에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가 발사가 있을 경우 추가적으로 중대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안보리의 확고한 결정과 구체적인 조치가 담겨 있었다고 지적했다.

조 대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보리는 약속에 따라 행동하는데 실패했고, 국제사회의 단합된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각에서 안보리의 침묵이 북한의 자제와 대화를 유도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북한이 지난 4일(한국시간 5일) 8발의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또 다른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는 정황을 거론하면서 "이것은 더욱 걱정스럽다"고 반박했다.

조 대사는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13개 안보리 이사국이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에 찬성했던 것을 언급하면서 이는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지속적으로 위반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규탄을 보여주는 엄숙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미사일 발사를 반복하고 있는 북한에 대해 가장 강력한 용어로 규탄하고 있는 국제사회에 동참한다면서 북한의 이같은 활동들은 "다수의 안보리 결의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이며, "한반도와 역내, 그 너머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이 이러한 도발적 행동을 멈추고, 모든 관련 안보리 결의안을 준수하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통한 한반도 평화와 대화 요청에 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조 대사는 다만 "한국은 북한의 반복적인 도발과 위협에도 불구하고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의 손길을 계속 내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자기 고립과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대한 지속적인 도전 등의 방침을 바꾸고 비핵화를 위한 의미있는 대화에 참여할 것을 거듭 촉구하면서 "아무도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정책을 펴지 않는다.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리는 북한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깊이 우려한다"면서도 "그러나 그들의 인도주의적 고통은 제재가 아닌 자국의 정책에서 기인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북한에 책임을 돌렸다.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가 8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뉴스1(유튜브 화면 캡처)

반면,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정당한 자위권 행사'라고 강조하면서 미국 주도의 안보리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 추진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중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연단에 오른 김 대사는 미국이 추진한 결의안 채택 시도에 대해 "유엔 헌장과 국제법에 위배되는 불법 행위"라며 "단호히 거부하고 비판한다"고 밝혔다.

그는 "자위권 행사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주권 국가의 적법한 권리"라고 전제한 뒤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들은 "한반도와 역내에서의 정치적·군사적 상황 급변과 미래의 모든 잠재적 안보 위기를 스스로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것은 자위권을 위한 선택이자 우리의 내정과 주권에 속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북한의 무기 현대화에 대해 "미국의 직접적 위협으로부터 국가의 안보와 근본적 이익을 지키기 위한 자위권"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사는 또 북한의 무기 시험은 영토와 영공, 영해, 공해상에서 이웃 국가들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는 가장 안전한 방식으로 수행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일부 유럽국가들은 북한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문제 삼도록 조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대사는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를 문제 삼았다. 그는 "왜 미국의 ICBM과 극초음속미사일 등 다양한 유형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한 번도 안보리에서 의문을 제기하거나 규탄하지 않았는지 매우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5월26일 안보리에서 표결에 부쳐진 대북 추가제재 결의안은 "북한에게서 주권과 존재, 개발의 권리를 박탈하려는 미국의 불법적인 적대 정책의 산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미국은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인 모든 분야에서 북한의 주권과 근본적 이익, 영토 보전과 관련해 극도로 적대적이었다며 "미국은 적대적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고 반복적으로 표현해 왔지만, 실제로는 북한에 적대적인 정책을 채택해 왔다. 이제는 북한의 주권과 존재, 개발의 권리를 빼앗으려고 매우 위험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사는 미국과 일부 유엔 회원국들이 이중잣대를 갖고 있다면서 "북한의 ICBM 등 실험이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된다면, 북한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미국의 연합 군사 훈련과 무기 실험은 왜 안보리에 회부되지 않는지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이중잣대와 불공정이 계속된다면 유엔 안보리가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사는 다만 연설에서 한국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세계가 많은 심각한 위기와 도전에 직면했지만, 가장 근본적인 위험은 미국과 그 속국들의 횡포와 자의적인 행위'라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한국을 간접 겨냥하기도 했다.

장준 주유엔 중국대사가 8일(현지시간) 유엔총회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스1(유튜브 화면 캡처)

한편, 지난달 26일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던 중국과 러시아는 재차 '미국'을 탓했다.

장준 주유엔 중국 대사는 지난 2018년 북한이 핵실험 및 ICBM 시험발사 유예와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등 많은 실질적인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대응하지 않고 전략적 인내와 최대한의 압박이라는 낡은 길로 돌아갔다고 비판했다.

장 대사는 "(미국이) 대화에 대한 공허한 구호를 외치고 대북 제재를 늘리는 것은 미국에 대한 불신을 가져와 (북미) 대화를 완전히 교착상태에 빠지게 했다"고 현재의 상황을 미국 책임으로 돌렸다.

장 대사는 "현 상황에서 모든 당사자들은 침착하고 자제력을 발휘해야 하며, 긴장을 고조시키고 오판을 초래할 수 있는 어떠한 행동도 피해야 한다"며 "미국은 북한에 대해 특정 분야 제재 완화와 한국과의 합동군사훈련 중단 같은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핵심은 행동을 취하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미국이 북한에게)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만 말할 게 아니다"면서 "한반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제재와 압력을 가하는 낡은 접근법을 버려야 한다. 제재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목적을 위한 수단"이라고 덧붙였다.

장 대사는 미국이 주도했던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은 "옳지도 않고 인도적이지도 않으며, 북한 주민들의 고통만 가중시킬 뿐"이라며 중국과 러시아가 추진하고 있는 별도의 결의안을 안보리에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측도 "우리는 북한에 대해 새로운 제재를 도입하는 것은 막다른 길이 될 것이라고 반복적으로 얘기해 왔다. 제재 패러다임은 역내의 안보를 보장하는데 실패해 왔다"면서 "우리는 상호 수용가능한 정치적, 외교적 해결책을 찾는 게 한반도에서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동북아시아에 항구적인 안보 메커니즘의 형성을 향해 나가는 유일한 길이라고 확신한다"고 거들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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