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도와라".. 무기 지원 대폭 늘린 미국·유럽, 한국은 '거리두기' [박수찬의 軍]

박수찬 2022. 4. 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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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영국에서 지원받은 NLAW 대전차화기 사용법을 교육받고 있다. 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동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주(돈바스)를 집중공격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러시아의 화력 우위에 직면한 우크라이나의 패배를 막기 위한 조치다.

반면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국산 전차나 경공격기를 제공해도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말이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전쟁 전까지 유럽에 국산 무기 수출 세일즈를 활발하게 펼치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첨단 무기 지원 늘리는 미국·유럽

약 30개국이 참여하는 서방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은 엄청난 규모다. 지금까지 미국이 지원한 무기는 26억 달러(약 3조2240억원), 유렵은 15억 유로(약 2조78억원)에 달한다.

서방은 무기 지원을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장악 시도를 좌절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16일 “무기를 계속 공급하면 푸틴의 우크라이나 장악 실패를 굳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기 지원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서방 국가에서 생산한 무기를 제공하는 것과 동유럽 국가들이 운용중인 옛소련산 장비를 보내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전차를 조종해 전선으로 향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전쟁 초기에는 우크라이나군이 이미 운용중이거나 사용법을 교육받은 방어용 무기들이 주로 공급됐다. 재블린, NLAW, M72 등의 대전차화기와 스팅어 휴대용 대공미사일이 대표적이다. 운반비가 많이 들거나 운용교육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중화기 제공은 매우 적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이 수도 키이우 일대에서 러시아군을 격퇴하고, 러시아군이 동부 돈바스 지역을 공격하면서 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기존에 지원된 무기에 더해 서방과 옛소련이 제작한 중화기와 첨단 장비들이 잇따라 제공되고 있다.

영국의 국방 정보 분석기관 ‘제인스’의 아맬 코틀라스키 선임연구원은 “전쟁이 훨씬 길어질 거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라며 “전쟁이 길어진다는 것은 우크라이나군이 생소한 무기의 사용법을 훈련받을 시간이 충분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미국은 재블린 미사일을 비롯한 대전차 무기 1만개, 탄약 5000만발, 소형 무기 7000정, 개인 보호장구와 헬멧, 야간투시장비, 무전기 등의 장비 7만5000개와 트럭을 우크라이나에 보냈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미국에서 지원받은 재블린 대전차미사일이 트럭에서 하역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AFP 연합뉴스
또한 155㎜ 곡사포 18문과 탄약 4만 발을 지원하면서 우크라이나군 교관 요원 50여명을 대상으로 곡사포 사용법 교육을 진행했다.

이외에도 155㎜ 곡사포 72문, 전술차량 72대, 탄약 14만4000발, 피닉스 고스트 전술 무인항공체계 121대를 추가 제공하기로 21일 결정했다.

피닉스 고스트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미 공군이 신속하게 개발한 신무기다. 수직으로 이륙하며 목표물을 추적하며 6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고, 적외선 센서를 이용해 야간작전도 가능하다. 대전차 드론인 스위치블레이드와 개념이 유사하다. 

옛소련산 Mi-17 헬기 11대, M113 장갑차 200대, 대전차 드론 스위치블레이드 300대, 재블린 미사일 500기 등도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중화기 지원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독일도 판저파우스트-3와 신형 대전차 화기 RGW90(마타도어 90), 스팅어 휴대용 대공미사일 등을 보냈다. 노르웨이는 프랑스산 미스트랄 지대공미사일 발사대 100기를 전달했다.

스타스트릭 지대공미사일과 NLAW 대전차화기 등을 보낸 영국은 스타스트릭 휴대용 지대공미사일 8발을 탑재한 스토머 장갑차를 추가 제공했다. 마스티프·울프하운드 지뢰방호장갑차(MRAP)와 허스키 전술 지원 차량, FV103 장갑차도 전달했다.

네덜란드는 K-9과 더불어 세계 최고의 자주포로 불리는 독일산 PZH2000를 제공할 예정이다. 호주는 부시마스터 장갑차 20대를 지원했으며, 스페인도 장갑차 20대와 탄약을 보냈다. 프랑스는 밀란 대전차미사일과 케사르 차륜형 자주포를 전달했다.
호주가 지원한 부시마스터 장갑차가 C-17 수송기에 선적되기 전에 대기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동유럽 국가들은 자국이 보유한 옛소련산 중화기를 공급중이다. 폴란드는 122㎜ 2S1 자주포와 BM-21 다연장로켓 등을 우크라이나에 보냈다.
체코는 BM-21의 또다른 버전인 RM-70 다연장로켓과 T-72 전차, BMP-1 보병전투차 등을 제공했다. 또한 자국에서 우크라이나 전차를 수리할 방침이다. 슬로바키아는 S-300 지대공미사일을 보냈다. 슬로베니아는 T-72 전차를 제공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BMP-1 보병전투차에 탑승한 채 전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방사청장 “우크라에 FA50·K2전차 제공해도 소용없어”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퍼붓기’를 더해가는 상황에서 한국은 방탄헬멧 등 비살상 군수품 지원만 이뤄진 상태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부장관은 8일 서욱 국방장관과 통화하면서 휴대용 대공유도무기 지원을 요청했으나, 우리 측은 살상용 무기 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은 20일 세종국방포럼에서 “우크라이나에 K-2 전차 100대, FA-50(경공격기) 100대를 줘도 소용이 없다”면서 “실제 운용하려면 수개월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강 청장은 “무기를 공유하는 것은 자국 생존을 공유하는 것”이라며 “위기 시에 동맹국에 팔게 되지 (논란이 생길) 소지가 있는 나라에 팔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반론이 제기된다. 미국·유럽도 별도의 운용교육이 필요한 장비 공급을 늘리는 추세다. 제공 목적과는 다른 용도로 쓰이거나 외부로 유출돼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우크라이나를 돕고자 첨단 무기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 FA-50이나 K-2 전차처럼 실제 운용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장비도 있지만, 한국군이 보유 무기나 장비 중에서 단순 조작만으로 사용 가능한 품목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약과 차량, 드론 등은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품목이다.
155㎜ 곡사포에 쓰이는 포탄들이 사격훈련을 앞두고 놓여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우크라이나군이 가장 필요로 하는 무기는 152㎜ 야포와 포탄이다. 하지만 서방은 155㎜ 포를 사용하고 있어서 미국 등은 155㎜ 구경의 곡사포와 자주포, 탄약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군도 155㎜ 곡사포를 운용중이고 탄약도 생산한다. 우크라이나에선 하루에 수천발의 포탄이 소모되고 있는 만큼, 탄약 공급은 상당한 도움이 된다.

우크라이나군도 한국군처럼 5.56㎜ 소총을 많이 쓰고 있어 5.56㎜ 소총탄 지원도 가능하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로켓탄을 한데 모으고 있다. AP 연합뉴스
차량도 마찬가지다. 전장에서 군용 차량은 종류에 관계 없이 수요가 많다. 정규전에 쓰이는 보병전투차 외에도 경찰용 방탄차량이나 일선에서 물러난 구형 군용차량도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드론 지원도 가능하다. 군용 드론 지원이 어렵다면, 상업용 드론도 고려할 수 있다. 러시아군의 방공망에 격추되는 드론이 적지 않으므로, 저렴한 가격에 대량 운용이 가능한 드론 공급이 시급한 실정이다.

우크라이나가 크라우드 펀딩으로 중국산 DJI 드론을 계속 사들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미국은 드론 제조업체 에어로바이런먼트가 개발한 콴틱스(Quantix) 100대를 지원했다. 농장의 작물 상태나 재난 피해 등을 관찰하는 용도로 쓰인다. 넓은 초원지대가 많은 동부 돈바스에서 러시아군을 정찰하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국내에서 개발된 야간투시경이나 열화상카메라, 레이저 표적지시기 등은 간단한 교육만으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제작국가의 동의를 얻는다면 판저파우스트-3와 M72 대전차화기, 미스트랄 휴대용 지대공미사일 등 일선에서 물러난 장비도 보낼 수 있다.

◆인류 보편 가치·동맹 강화 차원서 지원 확대해야

일각에선 동맹국이 아닌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도 나온다.

하지만 G20의 일원으로서 국제사회에 공헌하고, 미국 등 우방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면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쏟아붓는 것은 러시아의 의도를 좌절시키려는 전략이지만, 부차와 이르핀 등에서 러시아군이 자행한 민간인 학살에 대한 대응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부차에서 러시아군에 의해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장례식에서 오열하고 있다. AP 통신
전쟁에서 비무장 민간인을 보호하는 것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의 일부다. 이같은 가치를 침해한 러시아에 책임을 묻고 우크라이나를 적극 돕는 것은 서방 세계의 일부이자 G20의 일원이며, 세계 6위 군사력을 지녔다고 평가받는 한국이 해야 할 일이다.

한반도 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한 문제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퍼붓는 서방 국가 중 상당수는 유엔군사령부 전력제공국이다. 한반도 유사시 병력과 장비를 보낼 국가다.

안보협력은 상호적인 것이다. 서방국가들의 안보 위기에 공동대응해서 신뢰관계를 두텁게 해야 한반도 유사시 유럽국가들로부터 외교적, 군사적 지원을 신속하게 받을 수 있다.

한미동맹을 강화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동맹 차원에서 미국의 핵심 안보 이슈인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기여를 강화해야 할 필요도 있다.

미국과 유럽, 중국과 러시아 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다음달 출범할 윤석열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확대 여부, 러시아와의 관계 설정 등에 대한 결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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