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대 인간’ 전투 현실로… 우크라 전장 종횡무진하는 드론 [박수찬의 軍]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오는 24일로 개전 3년째를 맞는다. 21세기 유럽에선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예측을 깨고, 수십만 대군이 투입된 대규모 전면전이 벌어진 것에 세계는 경악했다.
지금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 전쟁’이다. 드론은 적군에겐 공포의 대상이며, 아군에겐 가장 든든한 무기다.
◆발전 거듭하는 드론 기술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군이 운용하는 튀르키예산 바이락타르 무인공격기에서 쏜 미사일이 러시아 전차와 장갑차를 부수는 장면은 전 세계에 중계됐다. 이에 자극받은 세계 각국이 바이락타르를 구매하면서 한때 무인공격기 열풍이 불었다.
이같은 유행은 빠르게 식었다. 낮은 고도를 느린 속도로 오래 비행하는 무인기는 지상 방공망 위협에 매우 취약했기 때문이다.
대신 가격이 매우 싸고 구조가 단순하며 민간기술을 대폭 적용해서 신속한 대량생산이 가능한 자폭드론이 등장했다.
지상표적을 겨냥해 샤헤드-136을 대량으로 쏘면, 우크라이나 방공망도 소모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샤헤드-136은 80% 이상이 격추됐지만 한꺼번에 많은 수가 발사되면서 우크라이나는 전력망 등에서 큰 피해를 입었다.
우크라이나도 저가형 자폭드론을 다수 개발해서 맞섰다. 나무 합판으로 만든 AQ-400 자폭드론은 122㎜ 포탄을 싣고 최대 900㎞까지 날아간다. 1기당 제작단가는 샤헤드-136보다 낮다.
레이싱 스포츠용으로 제작된 1인칭 시점(FPV) 드론은 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을 바꿨다.
우크라이나군은 전쟁 장기화로 바닥난 포탄을 대신해 FPV 드론을 개조해서 사용했다. 현대전에선 구식이 되어버린 옛소련산 대전차 수류탄도 FPV 드론에 장착하면 간이 스마트폭탄으로 바뀌어버린다.
대당 가격이 300~500달러(40만~66만원)로서 155㎜보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타격 정확도와 살상 효과는 크다.
일선에서 포탄처럼 쓰이는 FPV 드론은 소모량이 많다. 따라서 드론을 신속하게 대량생산하는 것은 전쟁의 승패와 직결된 문제다.
샤헤드-136과 FPV 드론의 활약이 커지면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드론 기술·전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한쪽이 신기술이나 전술을 사용하면 다른 한쪽은 맞대응하는 방법을 신속하게 고안하는 식이다.
우크라이나 FPV 드론에 맞서 러시아는 전자전을 강화했다. 민간용인 FPV 드론은 전파방해에 약하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2023년 말 우크라이나 FPV 드론은 일주일에 2000대씩 전파방해 공격을 받았다. 러시아군이 전선에 10㎞ 간격으로 전파방해장비를 설치하는 전자전에 적극 나선 결과다.
이에 우크라이나군은 전파방해를 피하고자 주파수 변경 주기를 매우 짧게 유지하고, 신호중계용 드론을 사용해 운용 거리를 늘리는 등의 방법을 사용했다.
양측 전자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드론 전술 변경 주기도 점점 짧아졌다. 기술 개발→사용→피드백→기술 업데이트로 이어지는 순환구조가 작동하는데 두 달도 채 안되는 짧은 기간이 걸렸을 정도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전자전에 맞서 광섬유로 조종되는 FBV 드론을 투입했다. 전파방해를 피하면서도 고용량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 고화질 영상을 훨씬 빠르게 받을 수 있다.
샤헤드-136 위협에 맞서 우크라이나가 내놓은 대책은 ‘스마트폰’. 우크라이나는 183㎝ 높이의 기둥 위에 올린 음향센서 장착 스마트폰 수천 대를 전국에 배치했다. 주변에서 발생하는 비정상적 소리를 듣고 인공지능(AI)을 이용, 소리의 정체를 식별한다.
스마트폰이 소리를 포착하면 네트워크를 통해 우크라이나군 방공망에 이를 알린다. 스마트폰들이 보내온 정보를 종합하면 샤헤드-136의 위치와 경로를 알 수 있다.
샤헤드-136 드론은 크기가 작아서 레이더 포착이 어렵지만, 느린 속도로 일정한 경로를 유지하며 비행하므로 경로와 위치를 파악하면 요격이 쉽다. 상업용 기술을 조합해서 저렴하고도 효율이 좋은 탐지체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러시아도 맞대응에 나섰다. 샤헤드-136에 위성항법체계(GPS) 대신 우크라이나 4G 휴대전화 모뎀과 가입자 식별 모듈(SIM) 카드를 장착, 우크라이나 휴대전화 기지국 전파로 표적과 위치를 찾아서 날아가도록 했다.
자국 내 민간 네트워크까지 전파방해를 하기는 어려운 우크라이나군의 입장을 이용한 셈이다.
국력의 압도적 격차에도 우크라이나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드론 등의 비대칭무기에 힘입은 바 크다. 이를 가능케 했던 것은 민간기술과 유연한 국방획득체계 덕분이었다.
전쟁 전 우크라이나 방위산업은 국영 기업인 우크라이나 방위산업공사가 주도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 합병 이후 대대적인 국방개혁이 진행됐지만, 국방획득체계 개편은 속도가 느렸다.
전쟁이 발발하자 우크라이나는 과거의 유산을 버렸다. 상업용 제품과 기술을 과감하게 받아들이고, 중소기업과 군 조직이 힘을 합쳐 전장 상황 변화에 신속하고도 유연하게 대처했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대표적 사례가 브레이브원(Brave1)이다. 브레이브원은 전장의 요구를 국내외 기술 개발자들과 신속하게 연결하는 조직이다. 브레이브원은 1900만 달러의 지원금을 지급, 드론과 AI 시스템 개발을 지원했다.
우크라이나는 일선 부대에 무기조달 권한을 줬다. 현지 부대와 스타트업 형태의 중소 방산기업, 소규모 소프트웨어 회사 등이 힘을 합쳐 지역별·부대별 맞춤형 무기와 장비를 개발해서 성과를 거뒀다.
우크라이나의 사례는 국방혁신을 추진하는 한국에도 시사점을 던져준다.
드론 등의 민간 기술을 군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많은 분야에서 상업용 기술은 국방 분야보다 발전했고, 비용도 저렴하며 구하기도 쉽다.
유사시 방위사업청 등을 통한 국방획득체계를 이용할 수 없는 긴급 상황, 일선부대에서 신속하게 장비를 획득하기 힘든 상황에서 민간 기술과 장비는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처럼 민간 전문인력을 일선부대와 연결해서 장비를 신속히 도입하거나 개조하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1930년대 스페인 내전이 2차 세계대전의 기술적 양상에 대한 예고편 역할을 했듯, 우크라이나 전쟁도 미래전이 어떻게 진행될 지를 미리 보여주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을 철저히 복습해야 할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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