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레이더] '오리무중' 野 단일화.. 안철수 완주 득실 계산법
갈등 틈타 이재명 지지율, 윤석열 맹추격
安 완주, 정권교체 여론 강화로 李에 독 될 수도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열흘여 앞두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단일화 논의가 사실상 멈춰있다. 일각에서는 선거 막판에 극적인 단일화를 이룰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양측이 ‘네 탓’ 공방을 이어오며 불씨는 꺼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안 후보가 대선을 완주한다면 정권교체 표심이 분산돼 윤 후보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다만 여전히 50%가 넘은 정권교체 여론 등을 감안할 때 다자구도가 오히려 야권 표심의 결집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표심이 지지율이 높은 윤석열 후보로 결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안 후보는 윤 후보에게 여론조사 방식의 후보 단일화를 공식 제안한 지 일주일 만인 지난 20일, 제안 철회를 공식 선언했다. “또 철수한다”는 비판을 감수하고 정권교체를 위해 단일화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윤 후보로부터 진정성 있는 답변을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후 양측은 연일 폭로전과 비방전을 벌이며 파열음을 이어오고 있다. 양측은 단일화 협상 결렬의 책임은 상대에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안 후보는 지난 23일 울산지역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적 감정 때문에 철회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아니다. 국민의힘이 그럴 생각이 없었다.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을 향해 “함께 정치를 하는 파트너로서의 대우가 아니라 적대시하는 태도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협상 결렬을 안 후보 탓으로 돌렸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5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단일화를 하자고 하고, 결렬하자고 한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며 “안 후보가 출마를 포기하면 적절한 예우를 한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감정의 골이 깊어진 두 후보가 선거 막판에 이르러서는 극적으로 단일화를 할 수 있다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지만, 안 후보는 “이미 시간이 지났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단일화 마지노선은 투표용지 인쇄가 시작되는 28일 또는 사전선거 전날인 내달 3일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안 후보의 대선 완주는 윤 후보에게 악재가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단일화를 통한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 못하게 된 데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표심이 한 후보에게 모이지 못하고 분열된다는 것이다.
여론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국갤럽이 지난 20일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 철회 기자회견 직후인 22~24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한 결과, 이 후보 지지율은 38%, 윤 후보 지지율은 37%로 집계됐다. 전주 조사보다 이 후보는 4%포인트 오르고 윤 후보는 4%포인트 내리면서, 오차범위 밖에서 이 후보를 앞서던 윤 후보가 이 후보에 뒤처지게 된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 후보에 대한 지지가 분명하게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에 단일화 결렬이 윤 후보에게 불리한 것은 자명하다”며 “다만 우크라이나 침공 등 안보 이슈가 불거지면 중도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어 막판 단일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여지가 남아있다면 단일화 시기는 투표용지 찍기 전인 이번 주말이 제일 좋고, 마지노선은 사전투표 시작 전까지라고 본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안 후보의 완주로 다자구도가 유지될 경우, 오히려 이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과반을 유지해온 정권교체 여론 때문이다. 두 명 이상의 야권 후보가 버티고 있는 한 정권교체 여론은 잦아들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정권연장 여론이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2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정권교체론이 55%를 넘어가면 여당 후보한테 불리하다. 지난 4·7 재보궐 선거도 그랬다”며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도 55%를 넘어가면 여당 후보 입장에서 어려운 선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 컨설턴트는 “4자 구도에서는 ‘윤석열, 이재명 둘 다 못 찍겠다’라는 중도층 유권자들의 선택지가 남아있게 된다”면서 “안철수 후보가 중도층에서 이재명으로 넘어갈 수 있는 표를 흡수하는 댐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데, 결과적으로 이재명 후보에 불리하게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때문에 윤석열 후보 입장에서는 안 후보와 완전한 단일화가 어렵더라도 정책연대나 가치연대 같은 연합 구도를 만들어 놓은 게 중요한 과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25일 공개된 한국갤럽 조사 결과에서 정권교체여론은 52%(정권연장 38%),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 20일 실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문 대통령 국정수행평가는 부정평가 55.6%(긍정평가 41.4%)로 나타났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에너지 전쟁]④ “AI로 전력 수요 200배 증가”… 비상사태 선언한 美
- 7.8兆 차기 구축함 윤곽 나온다… 방사청, 사업방식 심의
- [단독] 현대百 판교점에 국내 5번째 고야드 매장 입점… 올해 7월 문 연다
- 롯데리아, ‘K버거’로 3분기 미국 시장 직진출… 본토서 불고기·새우버거 먹힐까
- [초고령사회 유망 기업] ③신발 한 짝,짝짝이도 팔아요...日덕무산업
- [Why] ‘유재석, 임영웅은 옛말?’ 유통가 광고 모델 선정 기준이 바뀌는 이유는
- 중견기업 ‘톱10’ 회장님 연봉은...이수 김상범 200억·TKG휴켐스 박주환 96억
- 김새론 유족, 유튜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 “김수현과 사귄 것은 사실”
- 수세 몰린 韓 OLED TV… 中 이어 日 소니도 ‘RGB LED TV’ 총력
- 백종원 ‘농약통 사과주스’ 논란에 “개선하겠다” 입장 밝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