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격찬한 '센서 기저귀' 한국서 못판다..신문고 띄운 서울시
老 기저귀 센서, 의료인만?
와상환자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센서를 이용한 기저귀 관리시스템을 개발한 A사(社)는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기저귀 주변의 습도·온도 등 정보를 보호자의 스마트폰으로 알려줘 혹시 모를 세균 감염, 욕창 등을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A사는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먼저 제품을 출시해야 했다. 의료법 제34조(원격의료)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 법에 따르면 의료인은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먼 곳에 있는 (다른)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할 수 있다. 즉 의료인만 해당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규제 신문고 만들고 샌드박스 지원
A사처럼 규제에 발목이 잡힌 기업이 상당 수다. 서울시가 3월부터 ‘서울형 규제개선 플랫폼’을 운영하기로 한 이유다. 인공지능(AI)과 바이오·헬스, 핀테크, 스마트모빌리티, 로봇 등 신산업 분야에서 불합리한 규제를 발굴해 개선을 끌어내겠다는 목표다.
당장 다음달부터 중소기업·스타트업 등이 현장에서 느끼는 기업규제를 신고하고 경영 상담까지 지원하는 ‘서울기업규제지원포털’이 문을 연다. 포털 안에는 기업규제신문고(서울기업지원센터 홈페이지)도 운영될 예정이다.
30일 내 규제 확인, 테스트→출시
혁신기업이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받는 규제 샌드박스에 진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연다. 서울시와 대한상공회의소가 기업의 신청을 받아 ▶신속확인이나 ▶실증특례 ▶임시허가를 받을 수 있게 돕겠다는 것이다. 시가 책임보험료, 컨설팅비용 등 필요한 비용을 낸다.
신속확인은 30일안에 규제 저촉여부를 확인해주는 걸 말한다. 규제가 없으면 그만큼 빠른 시장출시가 가능해진다. 실증특례는 기업의 새 제품이나 서비스가 현행법 상 금지돼 있어도 제한구역 등에서 테스트를 허용해준다. 이밖에 임시허가는 테스트상 안전에 이상이 없다면, 시장 출시를 먼저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제도다.
서울시는 또 서울산업진흥원 등과 함께 협력해 규제개혁 처리 노하우를 공유키로 했다. 4월부턴 산업별 전문가와 기업, 학계 등으로 구성된 ‘서울시 규제혁신지원단’이 출범한다. 규제해소를 위한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찾아낼 방침이다.
서울시, “수도권, 환경·조세제도 역차별”
서울시가 이처럼 규제 해소를 강조하고 나선 건 환경규제, 조세제도 등 기존 규제에서 ‘수도권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서울시는 개발행위에 과밀부담금을 부과하는 수도권정비계획법, 규제자유특구 신청·지정 대상에서 원천 배제되는 지역특구법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기업 차원에서 규제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는 점도 반영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의 경우 물류‧유모차‧무거운 짐 이동 등 실생활에 활용 가능한 모빌리티를 개발했지만 ‘자율주행 로봇은 인도·횡단보도를 통행할 수 없다’는 규제로 상용화하지 못 했다. 앱으로 얼굴을 분석해 안경을 추천하는 맞춤형 안경판매 시스템을 도입한 B사는 비대면 안경판매를 금지한 규제 때문에 미국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서울시는 오는 17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신산업 규제개혁을 위한 ‘제1회 서울규제혁신포럼’을 열기로 했다. 규제 샌드박스 제도 현황과 개선방안, 혁신산업 분야 규제해소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황보연 서울시 경제정책실장은 “신산업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신기술이 신속하게 상용화‧사업화되는 환경을 구축하고, 기업하기 좋은 서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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