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죄 고소 취하해주신 너그러운 절대권력자.. 저는 소인"
"친일로 국민 반 갈라 분노, 대통령 선친 의혹 답 듣고자 했을 뿐"
고소 취하하며 "국가 미래 악영향" "성찰하라"는 靑에 맞불
시민들에겐 "세상 시끄럽게만 한 것 같아 민망" 몸 낮춰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여권 인사들을 비판하는 '2020 응답하라 친일파 후손' 등 전단을 배포했다가 문 대통령으로부터 '모욕죄' 고소를 당했던 30대 청년이 5일 청와대의 늑장 '고소 취하' 발표에 관한 소회를 드러냈다. 그는 문 대통령의 야당 정치인 시절 언행을 짚으며 '성찰'을 촉구하기도 했다.
청년단체 터닝포인트 대표 김정식 씨(34)는 이날 SNS를 통해 "어제(4일) 대통령의 '모욕죄 고소 철회 지시'에 대한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을 언론으로 접하고 답변을 남긴다"고 썼다. 그는 "비록 주권자인 국민의 위임을 받아 국가를 운영하는 대통령이지만 누구에게도 침범받지 않아야 할 인격과 행복추구권을 침해당한 것에 대해, 비록 저의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는 하나, 타인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인간이자 같은 남성으로서만큼은 심심한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이 입장문에서도 김 씨는 정부 비판 의식을 누차 드러냈다. 그는 우선 '친일파 후손' 전단 배포 배경에 관해 "국민을 적폐ㆍ친일ㆍ독재 세력과 독립ㆍ민주화 세력으로 양분해 나라를 반으로 갈라놓는 듯 한 정부와 여당의 행태에 분노해 '대통령의 선친께서 일제 시절 친일파가 아닌 이상은 불가능한 공무원 신분이었다'는 의혹 등에 대한 답을 듣고자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민국 정부에서 정상적인 이웃 국가의 기업을 '극우' 등의 표현을 빌어 규정짓는 행위는 국격 훼손 및 외교적 마찰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지양할 것을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친일파 의혹 역(逆) 제기'에 나선 배경이 관제 반일(反日)감정 조장이었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김 씨는 "'국격과 국민의 명예에 해악을 미친' 것이 이웃 국가를 적대시하는 발언을 일삼으며 '본인의 SNS 계정에는 해당 국가의 차마 입에 담지 못 할 음란한 영상 표지를 올렸다가 5분만에 삭제하고 제대로 된 해명조차 없는' 대통령인지, 그 내용을 통해 '국민 모욕과 국민 분열을 멈추라'는 표현을 한 사람인지 숙고해보시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앞서 박 대변인이 전날 브리핑에서 "이 사안은 대통령 개인에 대한 혐오와 조롱을 떠나, 일본 극우 주간지 표현을 무차별적으로 인용하는 등 국격과 국민의 명예, 남북관계 등 국가의 미래에 미치는 해악을 고려해 대응했던 것"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 반박한 셈이다.
김 씨는 정부의 대북(對北)·대중(對中) 태도로 비판 대상을 넓히기도 했다. 그는 "국민의 입장에서 남북관계 등 국가의 미래에 미치는 것은 말장난 같은 '지지결속용 쇼'가 아니라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 개개인이 상대 국가보다 더 큰 경쟁력을 갖고 부강해지는 것임을 인지해달라"며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손해를 끼칠 수 있는 의도와 능력을 가지고 온갖 위협을 가하는 '집단' 혹은 '국가'에 대한 방비는 '민족'이나 '큰 산봉우리'같은 단어에 매몰 되지 마시고 정부 차원에서 더욱 엄중하고 철저히 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복잡한 근대사를 진영의 이익을 위해 멋대로 재단하며 국격과 국민의 명예, 국가의 미래에 악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행위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이는 고소 취하와 함께 자신과 비판 국민들에게 '성찰'을 요구한 청와대 브리핑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특히 김 씨는 "2016년 11월 26일 '군대 안 가고, 세금 안 내고, 위장전입하고, 부동산 투기하고, 방산비리하고, 반칙과 특권을 일삼고, 국가권력을 사익 추구 수단으로 삼은, 경제를 망치고 안보를 망쳐 온, 이 거대한 가짜 보수 정치세력을 횃불로 모두 불태워버리자'며 대통령이 촛불시위대 앞에서 직접 했던 발언을 귀감삼으라"며 "혹여 '스스로 불태워져야 하는' 진영의 수장이 되지 않도록 유념하시기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김 씨는 문 대통령의 모욕죄 고소 취하 이전까지 벌어진 상황을 두고도 "개인의 입장에서는 나름 오래 기억될 만 한 일이 마무리되는 듯 하다"며 "되짚어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를 계획해 본다"고 회고했다. 그는 '군자의 마음은 평탄하고 너그러우며, 소인의 마음은 항상 근심에 차 있다'는 한 구절을 인용하며 "이번 일로 인해 저의 마음엔 한동안 근심이 깃들었고, 모욕죄 고소를 취하까지 해주시는 '너그러운 절대권력자 대통령'의 마음은 평탄했으니, 대통령은 군자에 가깝고 저는 소인에 가깝겠지요"라고 꼬집었다.
그는 시민들을 향해서는 "나름의 대의와 명분이 있었다고는 하나, 당시 정부여당의 반일감정 조장과 국민 갈라치기를 막고자 했던 개인적 목표는 제대로 달성하지 못 하고 오히려 세상을 시끄럽게 한 것만 같아 부끄럽고 민망함이 남는다"고 몸을 낮췄다. 또한 "저로 인해 이번 사건에 함께 휘말려 기소의견으로 송치됐음에도 묵묵히 뜻을 모아주신 두 명의 나의 동지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응원해주시는, 마음을 나눠주시는 모든 분들께 항상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 씨는 청와대의 고소 취하 발표 이전인 지난 2일 글에서는 "대통령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함은 이해하나, 왜 나의 기본권인 방어권은 지켜지지 않은채 왜 고소 주체를 알려주지 않는가"라며 자신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경찰의 수사 행태를 비판했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례를 비교 대상으로 삼아 "일가족이 전 국민을 놀라게 한 입시 비리 등의 의혹에 휩싸인 권력자의 휴대전화 포렌식은 '개인 사생활'을 이유로 거절됐는데, 왜 나는 권력자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현대사회에서 지극히 사적 영역으로 분류되는 내 휴대전화를 3개월 동안 압수당해 포렌식을 받아야 했는가"라고 토로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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