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성과급 논란' 대기업 확산.. CEO들 직접 달래기 나서

홍석호 기자 2021. 3. 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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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만큼 임금상승률, 성과급을 챙겨줄 자신이 있다'던 채용설명회의 약속이 왜 지켜지지 않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올 초 재계를 뜨겁게 달군 '성과급 논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SK하이닉스 4년 차 직원 A 씨(29)의 e메일로 불이 붙었다.

A 씨는 1월 29일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SK하이닉스 전 임직원에게 e메일을 보내 이익분배금(PS) 산정 기준, 경쟁사 대비 성과급이 적은 이유 등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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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앞에 솔직한 MZ세대, 고민하는 회사들
MZ세대 "공정한 보수" 요구에 기업들 성과급 기준 공개 등 진화
IT업계 초봉 6000만원대로 올려
김범수 카카오 의장(가운데)이 지난달 25일 열린 사내 임직원 간담회에서 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김 의장은 이날 직원들로부터 기부금 사용 아이디어를 얻고 회사의 인사 및 보상과 관련된 방안들을 논의했다. 뉴스1
“‘경쟁사만큼 임금상승률, 성과급을 챙겨줄 자신이 있다’던 채용설명회의 약속이 왜 지켜지지 않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올 초 재계를 뜨겁게 달군 ‘성과급 논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SK하이닉스 4년 차 직원 A 씨(29)의 e메일로 불이 붙었다. A 씨는 1월 29일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SK하이닉스 전 임직원에게 e메일을 보내 이익분배금(PS) 산정 기준, 경쟁사 대비 성과급이 적은 이유 등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젊은 직원들의 분노가 미친 파급력은 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SK하이닉스에서 받은 지난해 연봉을 반납하겠다”며 달래기에 나섰고, SK하이닉스 노사는 PS 산정 기준을 경제적부가가치(EVA)에서 영업이익으로 바꾸기로 했다. SK하이닉스에서 시작된 성과급 논란은 SK텔레콤 등 SK그룹 내 다른 계열사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대기업으로 확산됐다.

성과급 논란은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가 가진 공정에 대한 예민함과 보수에 대한 솔직함을 동시에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한 대기업 부장은 “과거 성과급은 받은 그날 저녁 술값으로 다 써버릴 정도로 적었고 직원들도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며 “최근 성과급 규모도 커졌고 이에 대한 젊은 직원들의 반응이 달라진 것을 보며 세대가 변했다는 점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MZ세대는 직장에서 공정한 보수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단순히 ‘성과급을 많이 받고 싶다’는 요구가 아니라 ‘어떤 기준에서 성과급이 적게 책정됐는지 알고 싶다’며 투명성과 공정성을 요구한다는 특징이 있다.

최근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LG전자 보고 양식을 본뜬 ‘연봉 개선안’이 올라왔다. 이 글은 LG전자가 국내 기업 가운데 매출 3위, 영업이익 4위 규모임에도 경쟁사는 물론 그룹 내 다른 계열사보다도 적은 연봉을 받는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블라인드를 중심으로 불만을 공유한 LG전자 사무직 근로자들은 노동조합 설립을 추진 중이다. 노조 설립을 주도 중인 사무직 근로자 대부분이 저연차 직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MZ세대 비중이 높고 이직이 잦은 정보기술(IT) 업계에서도 공정한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실력 있는 MZ세대 개발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쿠팡, 우아한형제들, 크래프톤 등이 초봉을 6000만 원대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달 25일 IT 업계의 두 공룡 네이버와 카카오 직원들은 창업자를 향해 ‘인센티브와 보상 방안을 개선하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는데, 보상은 크게 늘어나지 않자 불만이 쏟아진 것이다.

네이버 직원들은 창업자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최고투자책임자(GIO), 한성숙 네이버 대표 등이 나선 온라인 사내간담회에서 “임원과 직원 간 급여 차이가 너무 크다” “인센티브 산정 방식을 공개해 달라”는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한 직원은 “쿠팡, 배민(우아한형제들)은 빼놓고 비교한 뒤 (처우가) 업계 최고라고 할 수 있느냐”처럼 타사를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같은 날 김범수 카카오 의장도 직원들로부터 “임직원 급여와 성과급이 타사에 비해 낮다는 의견이 많다”는 질문을 받았다. 김 의장은 “계열사마다 규모나 업계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다른 곳보다 규모가 작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개선할 것”이라고 답했다.

홍석호 will@donga.com·이건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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