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 모였네" 찰칵.. 코파라치 신고 한달새 2만5000건
28일 오전 11시 20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 같은 회사 직원으로 보이는 7~8명 일행이 한꺼번에 식당으로 들어갔다는 신고가 서울시 민원센터 ‘응답소'에 접수됐다.
오후 3시에는 서울 종로구의 다른 식당에서 6명의 중년 남성이 ‘5인 이상 집합금지’ 지침을 어기고 술을 마시고 있는 사진이 행정안전부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접수됐다. 식당 안에서 찍은 듯한 사진에는 식사 중인 일행의 뒷모습이 담겨 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하루에 50건가량 ‘5인 이상 집합금지’ 신고가 접수된다”며 “가게를 방문한 손님도 있지만 옆 가게가 위반하는 모습을 본 자영업자, 술집 종업원을 태워다 준 택시 기사, 지침을 어긴 업소에 음식을 배달한 배달 기사 등 신고자가 다양하다”고 했다.
◇‘코파라치' 시대
하루 코로나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서며, 이웃끼리 서로를 감시·신고하는 이른바 ‘코파라치(코로나+파파라치)’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 제도를 적극 장려하며 우수 신고자를 포상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3일 코로나 우수 신고자 100명에게 10만원짜리 온누리 상품권을 주겠다고 밝혔고, 경상남도는 이미 신고자 12명에게 도지사 상장과 포상금을 지급했다. 경남도로부터 30만원 포상을 받은 A씨는, 지난달 9일 경남 거창군 출렁다리에서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줄지어 선 사람들의 사진을 신고했다. 한 화장품 방문 판매 업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회의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신고한 B씨도 30만원을 받았다.
시민들의 ‘코파라치’ 참여는 활발하다. 이달 1일부터 27일까지 안전신문고 앱에 접수된 코로나 위반 신고는 총 2만5151건. 지난달(1만181건)의 2배가 넘는다. 서울시 민원센터 ‘응답소’에도 이달에만 코로나 위반 신고 7296건이 접수됐다. 응답소 담당자는 “코로나가 3차 대유행에 접어들며 시민들의 코로나 관련 신고가 크게 늘었다”며 “5인 이상 집합금지 위반 신고만 닷새 만에 231건이 접수됐다”고 했다.
◇”안전상 필요” “스몰 브러더”
정부의 ‘코파라치 장려책'을 놓고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신고자가 아니라 방역 지침을 어긴 사람이 잘못”이란 옹호론과 “코로나를 빌미로 이웃 간 감시가 일상화되는 ‘스몰 브러더 시대’가 됐다”는 반대론이다. 서울 강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29)씨는 “코파라치는 결국 현대판 ‘오가작통법’ 아니냐”며 “우리 사회가 이렇게까지 믿음이 없어졌나 씁쓸하다”고 했다. 오가작통법은 다섯 가구를 ‘1통’으로 묶어 상호 감시하게 만든 조선시대 제도다.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주부 정모(50)씨는 “신고제가 나쁠 건 없지 않으냐”며 “방역 수칙을 안 지킨 사람들 때문에 내 가족까지 위험해질 수 있는 만큼 시민들의 신고 의식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인터넷 맘카페에서는 “방역 위반자를 신고해 안전도 지키고, 돈도 벌자”며 신고 노하우가 퍼지고 있다. 5인 이상 단체 손님을 받는 방역 수칙 위반 업소뿐 아니라 단체 회식을 강행하는 직장 상사를 신고했다는 사례 등 다양한 신고 인증도 올라온다. 서울 서초파출소 관계자는 “5인 이상 집합 금지를 어겼다는 신고가 하루에 1건 정도는 꼭 들어온다”며 “어쩔 수 없이 출동해 직계가족인지 확인해야 하는데, 장사도 안되는 자영업자들이 행정처분을 받을 때는 우리도 안타깝다”고 했다.
◇“시민사회 자정에 맡겨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신고를 장려하는 대신 시민사회의 자정에 맡겨야 한다고 말한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는 우리의 공복(公僕·국가의 심부름꾼)이지 우리를 지배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면서 “정부가 이렇게 돈을 지급하는 건 스스로 제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책임을 일반 대중에게 떠넘기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허영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정부가 시민들끼리 서로를 감시하는 ‘스몰 브러더 사회’를 조장하는 것”이라며 “사생활 등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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