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싣고 개표소로 돌진.. 펜실베이니아는 전쟁터였다
[최현정 기자]
▲ "표를 갈취하지 마" 트럼프 서포터 |
ⓒ 최현정 |
▲ 반 트럼프 시위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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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안엔 민주당 참관인만 들어갔다고. 왜 우리는 못 들어가게 하는 거야. 이번 선거는 거대한 사기야!!"
▲ 트럼프 서포터 에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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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흑백 사진으로 만든 버튼 수십 개가 매달린 모자를 쓰고 있던 에디는 힐러리 클린턴과 버니 샌더스의 사진을 합성한 플래카드를 들고 소리치다가 유대인인 자신이 트럼프를 응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얘기했다.
"트럼프는 평화주의자야. 이스라엘에 평화를 가져다줬고 중동과 전 세계 평화를 지켰지. 한국이라고? 그럼 당연히 우리 유대인처럼 트럼프를 지지해야지!!"
▲ 트럼프 서포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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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라델피아 컨벤션센터앞의 트럼프 서포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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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실베이니아에서 결정된 승자
선거 나흘째인 11월 6일(현지시간), 거대한 축제장 같기도 하고 정신없는 도떼기시장 같기도 한 이 곳은 펜실베이니아 컨벤션센터 앞이다.
선거날인 화요일부터 하루도 빼놓지 않고 미국 메인 TV 화면에 비치던 이번 선거의 코어 같은 곳. 축구장 13개 크기의 거대한 센터 안에서는 미국인들의 관심이 집중된 필라델피아의 개표가 진행 중이고, 건물 바깥에는 친 트럼프와 반 트럼프 시위대가 몰려 전쟁터가 된 곳이다.
▲ '간호사들은 트럼프를 증오해' 간호사 앨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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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간호사예요. 우리 간호사들은 트럼프를 증오합니다. 당연하죠. 코비드-19로 수많은 사람들을 병원에 실려 오게 만든 당사자고, 전선에서 생사를 다투는 우리들에게 마스크조차 제대로 공급 못한 대통령이었으니까요."
▲ 올해 92세의 헬렌. "내 생애 이렇게 동정심없는 대통령은 처음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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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올해 92세인데 지난 트럼프 4년은 내 생애 최악이었어요. 그는 공감능력도 없고 무능하며 무책임하기까지 합니다. 대통령으로선 최악인 그가 빨리 나가길 바라는 마음에 나왔어요."
젊은이들에게 트럼프 퇴출 스티커를 나눠주던 헬렌 할머니도 아흔 넘도록 처음 보는 최악의 대통령이 곧 물러날 수 있을 것 같아 기쁜 마음이라고 했다.
▲ '필라델피아는 굉장한 일이 벌어진 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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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8일, 필라델피아 경찰은 42세, 61세 두 남자의 사진을 공개했다. 3일 밤 펜실베이니아 컨벤션센터 인근에서 흉기를 소지한 채 기소된 이들이다. 퇴역 군인인 이들은 여러 무기를 소지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들은 우편투표 개표가 한창 집계 중인 센터 앞으로 무기와 탄약을 실은 트럭을 타고 접근했다. 경찰은 이들이 개표소를 공격할 목적으로 필라델피아에 진입했다는 FBI의 제보를 공개했다. 그들의 트럭엔 민주당을 모함하는 음모 세력인 큐아난을 홍보하는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필라델피아 법원은 이들에게 각각 75만 달러의 보석금이 책정됐다고 발표했다.
펜실베이니아 컨벤션센터는 2020 대선의 태풍의 눈이었다. 개표소 내 부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제기에 지난 5일 필라델피아 법원은 투표 감시원을 원래 20피트에서 6피트로 근접해 감시할 수 있도록 선거법을 변경해줬다. 누구나 사이트에 들어가 현장 상황을 지켜볼 수 있도록 개표소 내 카메라가 설치됐고, 민주당과 공화당 옵서버를 동수로 배치하고 있음을 수시로 확인했다.
그렇게 동부시간 11월 7일 정오, 필라델피아 주의 집계 결과가 발표됐다. 남은 군인 부재자 투표 모두가 트럼프에게 간다 해도 바뀌지 않는 바이든의 승리! 이로서 2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바이든이 270석의 고지에 먼저 올라 '대통령 당선자' 신분이 되었다. 비록 경쟁자의 패배 인정 연설이 없었지만, 모든 의전과 대우가 '대통령급'으로 격상된 순간이다.
▲ 반 트럼프 연대에는 극좌단체들도 함께했다. |
ⓒ 최현정 |
미국 시간 11월 8일 저녁, 바이든의 지역구 델라웨어에서 조 바이든의 대선 승리 공식 선언 연설이 있었다. 미국 대선 사상 가장 많은 7400만 표를 얻었지만 그는 겸손하게 분열된 미국을 단합되고 강력한 국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개표 완료와 동시에 승리 선언과 코로나 관련 인수위원회 임명식 등 대통령직 인수 절차가 언론과 여론의 호위 속에 빠르게 진행 중이다. 트럼프 측의 대응은 언론의 조롱과 내부 소통 문제 등이 겹쳐 체계적이지 못한 모습들로 노출되고 있다.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한 법률팀의 기자회견 해프닝 등이 그것이다.
실제 필라델피아에서 만난 트럼프 서포터들의 모습도 다르지 않았다. 수적으로 반 트럼프 시위대의 1/10도 되지 않았고, 그들이 내세운 문구는 아침에 올라온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내용 그대로였다.
▲ '필라델피아가 빨간주에서 파란주로 뒤집혔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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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살 아멜리아가 그린 '모든 표를 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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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바빠진 '반 트럼프 연합'
경찰이 나눠 놓은 바리케이드 왼쪽의 반 트럼프 시위대는 매우 왁자지껄했다. 커다란 앰프와 DJ, 그리고 지역 악대 등이 시차를 두고 등장하며 바이든의 승리를 축하했다. 공화당이지만 트럼프가 싫어 바이든을 찍은 이부터 온건한 민주당, 버니 샌더스를 따라 민주당에 가입한 이들, 정당 바깥에서 사회주의를 표방한 단체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람들이 자신의 깃발 아래 흥겨워하고 있었다. '반 트럼프'의 기치 아래 대선 기간 동안 한 목소리로 치열하게 트럼프 서포터들과 싸운 넓은 스팩트럼의 연합 집단이었다.
이 민주주의를 만든 사람은 누구든 가져갈 수 있도록 마련된 물과 음식, 손소독제가 하얀 장미와 함께 여기저기 놓여 있는 모습이 작은 해방구처럼 보였다. 기꺼이 주머니를 털고 벤모와 페이팔 번호를 받아 즉석에서 후원하고 인사하면서 한 목소리로 "조 바이든", "노 트럼프"를 외치고 있었다.
▲ '민주주의를 지킨 당신, 감사해요' 하얀 장미 한송이씩 가져갈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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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더 이상 억지를 부리지 못하게 된 상황과 비례해 이들의 연합전선은 서서히 자신의 포지션을 찾아가고 있다. 9일(월요일)부터 시작하는 인수위원회의 구성을 앞두고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하원의원이 목소리를 높였다.
"버락 오바마가 왜 민주당 밖에 따로 선거 조직을 만들었을까? 그 조직을 계속 관리하지 않으면 우린 하원 의석을 잃게 될 거다. 왜냐면 지금 민주당은 핵심 역량이 없는 당이기 때문이다. 그건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도 고칠 수 없다."
선거 직후 7일, <뉴욕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그는 민주당의 무능과 문제를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이번 선거에서 흑인 인권운동과 그린 뉴딜 같은 진보적 메시지가 의회 의석을 잃게 만들었다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기도 했다. 더불어 바이든 정권이 버니 샌더스 계열의 진보 인사를 중요 위치에 두지 않으면 2022년 중간선거에서 대패를 할 것이라는 경고였다.
"바이든 승리의 결정타였던 미시간, 필라델피아, 조지아의 높은 투표율은 풀뿌리 운동가들 덕이다. 민주당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그들과 함께하지 못하면 앞으로 어떤 승리도 기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민주당의 좌측 행보를 지적한 대표적 인사는 공화당 출신의 존 카시치 전 오하이오 주지사다. 바이든 인수위 명단에도 오른 그는 온건파 공화당원들에게 바이든 지지를 호소했고 이는 보수적인 중북부 지역에서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중북부 지역의 선거인단은 모두 트럼프에게 갔고 그가 주지사로 있던 오하이오도 트럼프가 바이든을 850만 표 차이로 이겼다.
민주당 내 진보세력을 대표하는 AOC는 같은 날 <시엔엔(CNN)>에 출연, 진보는 활력을 잃은 민주당을 일으킬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며 당 지도부와 대화를 요청한 상태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7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승리를 선언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조 바이든은 7일 밤 대선 승리 공식 선언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 밤 전 세계는 미국을 보고 있습니다. 저는 미국이 세계의 등불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우리는 힘의 본보기가 아닌 모범적인 본보기로 이끌 것입니다."
전 세계인의 관심과 응원 속에 치러진 미국 대선, 그 뒤에 펼쳐질 새로운 미국의 민주주의를 지금 전 세계인이 관심 갖고 지켜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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