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시골에 2층짜리 전통 한옥이 들어선 이유는

유성운 2020. 11. 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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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원연합회 3년째 지원사업
진안문화원이 찾아낸 이색 민가
명당의 센 기운 누르려 2층 올려
환미산성은 삼국시대 축성 밝혀
전북 진안 환미산. [사진 진안문화원]

“이 성터의 임야는 종중산으로 수십 기의 선조 묘소가 있어 해마다 성묘나 벌초를 하러 한두 번은 찾았으나 별 관심을 두지 않다가 2019년 9월경 사초를 하느라 흙을 파내던 중 기왓장에 문자가 새겨진 파편을 발견했다. 물에 씻고 닦아내어 문자를 해독해 보니 ‘六水’라는 두 글자가 양각으로 뚜렷이 나타났고….”

진안문화원이 수집한 전북 진안의 환미산성에 대한 시민 이용엽씨의 증언이다.

무주·장수와 함께 ‘무진장’으로 불리는 전북 진안은 궁벽한 ‘시골’로 분류되는 지역 중 하나다. 이곳 출신인 정세균 국무총리는 자신을 ‘진촌(진짜 촌놈)’이라는 별명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철도나 고속도로의 연결이 늦은 탓에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곳엔 축성 연대를 알 수 없는 산성이 남아있다. 임진왜란 때 만들어졌다는 구전도 있지만 최근 이곳에서 삼국 시대 토기와 기와 조각 등이 발견되면서 축성 연대가 더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이씨가 발견한 기와도 조선시대 이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지방문화원이 수집한 기록에는 지역 주민의 증언이 아니라면 접하기 어려운 콘텐트들이 담겨 있다.

진안군 마령면 강정리 원강정마을의 2층 한옥. [사진 진안문화원]

진안문화원은 진안군 마령면 강정리 원강정마을의 2층 한옥에 얽힌 이야기도 기록으로 남겼다. 이 한옥은 1924년 전영표씨가 지은 집이다. 풍수지리에 밝았던 전씨는 이 자리가 풍수상 명당이라고 확신했다고 한다. 목마른 말이 물을 마시는 형세(갈마음수)에 연꽃이 물 쪽으로 기운 모습(연화도수)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다만 집터의 기가 세서 이를 누르기 위해 안채에 2층을 올렸다. 당시 농촌 민가에서는 찾아볼 수 어려운 2층 한옥이다. 어디까지나 풍수적 목적으로 지은 2층이기 때문에 안채에는 계단이 없고 이동할 일이 있으면 이동식 사다리를 쓴다고 한다.

진안군 성수면 외궁리에 있는 고미동(顧尾洞)에 대한 유래도 흥미롭다. 이곳은 외궁리에 고씨성을 가진 가난한 한 남성이 하루는 산에 나무하러 갔다가 여우의 도움을 얻어 동굴 밖에 펼쳐진 너른 벌판에 정착했다고 한다. 그때 의형제를 맺은 송씨와 조씨가 함께 터를 잡았고, 꼬리가 긴 여유가 고갯짓을 하며 가르쳐준 마을이라고 해서 고미동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이 외에도 진안문화원에는 호랑이로 둔갑해 개를 잡은 효자 이야기가 담긴 진안 범바위 설화와 진안 가림리 은천마을의 거북제 등 지역에 대해 입체적으로 설명하는 각종 콘텐트가 구비되어 있다.

한국문화원연합회는 이같이 전국 지방문화원이 소장한 자료를 주제별 콘텐트로 기획 개발하고, 디지털로도 제공하는 ‘지방문화원 원천콘텐츠 발굴지원 사업’을 3년째 진행 중이다. 이 콘텐트들은 지역N문화 포털(https://www.nculture.org) 서비스에서도 볼 수 있다. 지역N문화 포털은 지역문화자료 140만 건의 목록을 공개하는 한편 2만5000여 건의 소장기록 원문보기 서비스와 5000여 건의 문화 콘텐트를 제공하고 있다.

교육 자료로서의 활용 가치도 높다. 특히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이 강화되면서 각종 온라인 교육사업체에서 자료에 대한 문의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한국문화원연합회 측의 설명이다. 한국문화원연합회 김태웅 회장은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뉴딜과 지역 균형 뉴딜 실행전략에 맞춰 전국 각지에 숨어 있는 다양한 우리 고유의 문화 콘텐트를 발굴, DB화하고 확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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