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하의 이슈 해부] 2030 남성은 보수, 여성은 진보 뚜렷…무당층도 40%

김정하 2025. 3. 13.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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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의 주요 변수 된 성별 정치적 분화


김정하 논설위원
2022년 대선에서 큰 변수로 작용했던 2030세대의 성별 정치성향 차이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을 계기로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서 2030 여성은 전체 참가자의 27.1%를 차지했으나 2030 남성은 9.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가 서울시·KT의 생활인구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반면에 1월 19일 터진 서부지법 난동사태에서 경찰은 90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는데 이 중 2030세대가 46명(51.1%)이나 됐다. 경찰은 성별을 밝히진 않았으나 정황상 2030 체포자의 대부분이 남성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 2030세대는 성별 성향 차이가 뚜렷하기 때문에 적어도 정치 영역에선 2030세대를 성별로 구분하지 않고 전체를 통칭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다. 가령 영남과 호남의 정치 성향이 확연히 다른데 둘을 묶어 남부권이라고 통칭하는 게 일기예보면 몰라도 선거에선 유효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40대 이상에선 성별에 따른 성향 차이가 별로 나타나지 않는다. 2030세대의 성별 정치성향 분화는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현상이다. 기존엔 정치 여론을 읽기 위해 주로 지역과 세대 변수를 눈여겨봤지만, 앞으론 성별을 빼놓고 판세를 얘기할 수 없게 됐다.

「 18~29세 남성 여 36% 야 14%
18~29세 여성 여 14% 야 39%

젊은 세대 젠더 격차 세계적 현상
페미니즘 반발, SNS 영향 심해져

여야, 이준석·박지현 토사구팽
정치권 남녀분화 문제의식 희박

40대 이상은 남녀 성향 비슷

지난해 12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탄핵 촉구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 [연합뉴스]

실제 여론조사 데이터를 살펴보자. 현재 메이저 여론조사기관 중 연령·성별 데이터를 공개하는 곳은 한국갤럽이 유일하다. 한국갤럽 정례조사 2월 2~4주 통합 분석에서 정당지지도를 보면 18~29세 남성 더불어민주당 14% 국민의힘 36%, 18~29세 여성 민주당 39% 국민의힘 14%, 30대 남성 민주당 29% 국민의힘 36%, 30대 여성 민주당 48% 국민의힘 23%, 40대 남성 민주당 50% 국민의힘 27%, 40대 여성 민주당 56% 국민의힘 23%, 50대 남성 민주당 50% 국민의힘 32%, 50대 여성 민주당 52% 국민의힘 29%, 60대 남성 민주당 35% 국민의힘 46%, 60대 여성 민주당 33% 국민의힘 54%, 70대 이상 남성 민주당 26% 국민의힘 58%, 70대 이상 여성 민주당 25% 국민의힘 62%로 나타났다.

4050세대는 남녀 공히 민주당 우세, 60대 이상은 남녀 공히 국민의힘 우세가 뚜렷하다. 성별 수치 차이도 적다. 남녀가 비슷한 정치성향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2030세대는 정반대다. 남성은 국민의힘 우세, 여성은 민주당 우세가 확연하다.

김주원 기자

2030세대의 정치성향 분화는 2022년 대선을 계기로 수면 위에 부상했다. 당시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를 보면 18~29세 남성은 민주당 이재명 후보 36.3%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58.7%, 18~29세 여성은 이재명 58% 윤석열 33.8%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30대 남성은 이재명 42.6% 윤석열 52.8%, 30대 여성은 이재명 49.7% 윤석열 43.8%였다. 반면에 다른 세대에선 두 후보의 지지율이 남녀 간에 별로 차이가 없었다. 〈그래픽 참조〉

전통적으로 2030세대는 진보 성향이 강한 것으로 간주했는데 2022년 대선에서 2030 남성이 고정관념에 반기를 들면서 파란을 몰고 왔다. 2030 남성의 보수화는 윤석열 후보의 0.7% 포인트 차 신승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2030 남성의 보수화를 상징하는 인물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이 전 대표를 내치자 이에 반발한 2030 남성은 윤석열 정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 내리막을 걷게 됐고 지난해 총선에서 여당의 참패로 이어졌다.

일각에선 이미 2017년 대선 때부터 20대 남성의 보수화 경향이 나타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선거 자체가 문재인 후보의 압승 무드여서 세대별 분석이 별 관심을 끌진 못했다. 하지만 선거 직전 여론조사를 들여다보면 다른 그룹에 비해 유독 20대 남성에서 문 후보가 상대적으로 약세였던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경향이 시간이 흐르면서 30대로 확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젊은 남성 ‘여성 우대’에 반감

지난 1월 19일 서울서부지방법원으로 난입하고 있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 [연합뉴스]

2030세대에선 왜 남성과 여성의 정치적 분화가 발생했을까. 진주교대 김한나 교수는 “2030 남성은 같은 세대의 여성이 차별 대우를 받았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여성 우대’나 ‘성차별 해소’ 정책에 대한 반감이 크다”며 “민주당 정권이 실제로 얼마만큼 페미니즘 정책을 구현했는지와는 별개로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포지셔닝한 부분이 2030 남성에게 큰 반발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민주당이 페미니즘을 옹호하는 듯하다가 막상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 비위 사건이 터졌을 때 성범죄를 비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도 2030 남성에게 진보에 대한 환멸을 부추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주원 기자

흥미로운 건 젊은 세대에서 남녀의 정치적 분화가 세계적 현상이란 점이다. 영국 가디언지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18~29세 남성은 56%가 공화당 트럼프 후보를 지지했고 42%가 민주당 해리스 후보를 지지했다. 반면에 같은 세대의 여성은 58%가 해리스를 뽑았고 40%만 트럼프를 선택했다. 지난달 독일 총선에서도 18~24세 남성들이 가장 많은 지지(25%)를 보낸 정당은 극우인 독일대안당(AfD)이었지만, 같은 세대의 여성들이 가장 많은 지지(34%)를 보내는 정당은 극좌인 좌파당(Linke)이었다. 해외 매체들도 젊은 남성 사이에서 페미니즘적 가치에 대한 반발이 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틱톡·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의 영향도 거론된다. 어렸을 적부터 알고리즘에 의해 개인 맞춤형 콘텐트만 접하다 보니 남녀 간의 양극화가 심화한다는 것이다. 이런 요인들은 한국 2030세대에도 고스란히 해당하는 부분이다.

특히 한국은 징병제 때문에 외국보다 젠더 격차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윗세대와 달리 2030세대는 남성에게만 병역의 의무가 주어지는 현실에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 젊은 세대의 젠더 격차와 저출산 문제를 연결지으며 “한국의 극단적 상황은 젊은 남녀가 갈라설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다른 나라에 경고하는 역할을 한다”고 진단했다.

2030 무당파 많아 포섭 여지 커
정치권은 2030세대의 성별 분화에 대해 임시방편식 대응밖에는 보여준 게 없다. 사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기성 정치인들은 젠더 격차에 어떻게 접근할지 문제의식조차 희박해 보인다. 지난 대선 때 위기에 빠졌던 윤석열 후보는 갑자기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들고 나왔다. 이 공약이 2030 남성에게 큰 화제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2030 여성의 반감을 초래해 전체적으론 윤 후보에게 득이 됐는지 모호하다. 당시 이재명 후보는 젊은 여성 표심을 겨냥해 20대 여성활동가 박지현씨를 영입했다. 그러나 대선 뒤 이 대표와 박씨의 관계가 싸늘해지면서 결국 청년 정치인을 일회용으로 써먹고 토사구팽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아직 두고 봐야 하지만 만약 올해 조기 대선이 실시된다면 2030세대의 성별 분화는 선거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그런데 남녀가 정치 성향이 크게 다르긴 하지만 특정 정당 고정 지지층은 적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갤럽조사에서 18~29세는 남녀 똑같이 무당층이 40%나 되고, 30대도 남성 26% 여성 25%가 무당층이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무당층 비율이 2~3배나 높다. 각 정당이 하기에 따라 2030세대를 포섭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의미다. 2030세대를 끌어안기 위해 여야가 어떤 전략을 구사할지 앞으로 눈여겨볼 대목이다.

김정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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