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윤석열 '증언 강요' 조사권 갈등, 숨고르기 모드

민경락 2020. 6. 2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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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지휘권 발동' 해석에 양측 모두 신중..이전 사례와 달라
대검·서울중앙지검 '투트랙 조사 방식' 갈등 불씨는 여전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민경락 기자 = 한명숙 전 국무총리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수사의 '증언 강요' 의혹을 두고 빚어진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조사권 갈등이 숨 고르기 국면에 진입한 모습이다.

추 장관이 일부 참고인 조사를 대검 감찰부에 지시하면서 15년 만의 수사지휘권 발동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지만, 양측 모두 과도한 해석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감찰 조사에 거듭 반대 의견을 표명했던 대검도 감찰부가 포함된 '투트랙 조사 방식'에 대해서 뚜렷한 반대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향후 조사가 진행되면서 총괄적인 지휘나 조사 결과에 대한 판단 등을 두고 양측의 신경전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 추미애 지시, '15년만의 수사 지휘권 발동'일까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추 장관이 "서울중앙지검 조사를 거부한 참고인을 대검 감찰부에서 조사하라"고 한 지시를 두고 15년 만에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상대로 행사하는 수사 지휘권은 검찰청법 8조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는 조항에 근거가 있다.

일반적으로 법무부 장관이 수사 지휘의 정점에 있는 검찰총장을 별도로 '재지휘'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따라서 이 조항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과 상반된 방향으로 수사를 전환할 때 그 근거로 주로 인용이 됐다. 검찰이 장관의 수사 지휘권 발동을 매우 '불명예스러운 일'로 받아들이는 건 이 때문이다.

바람에 날리는 검찰기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관련 감찰 논란으로 대립하고 있다. 19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검찰기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 2020.6.19 jjaeck9@yna.co.kr

2005년 당시 김종빈 검찰총장이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권 발동에 "검찰의 독립성이 훼손됐다"며 사퇴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천 장관은 '6·25 전쟁은 통일 전쟁'이라고 한 강종구 동국대 교수에 대해 구속 수사를 추진하던 검찰에 불구속 수사를 지시했다.

법무부는 지난 18일 추 장관의 지시가 검찰청법 8조에 근거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과거 사례와 온도 차가 있다며 과도한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지 않겠다는 중요 참고인을 조사 권한이 있는 대검 감찰부가 조사하도록 한 것일 뿐 그 이상의 의도는 없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번 증언 강요 의혹 조사가 사건번호가 붙은 '구체적인 사건'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런 지시는 검찰청법 8조에 근거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대검 역시 추 장관의 지시가 일부 참고인 조사에 대한 것일 뿐 검찰의 수사 지휘를 전면 전환하는 과거의 '수사 지휘권' 발동과는 다르다고 보는 분위기다.

추 장관과 조사 주체를 두고 이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본질적인 조사 방향에 양측 의견이 배치돼 이번 지시가 나왔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 대상이 '구체적인 사건'이기는 하지만 진정 민원에 대한 '조사'인 만큼 장관의 '수사' 지휘권 발동 대상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법무부뿐만 아니라 대검 측도 추 장관의 감찰부 조사 지시에 대해 과거 수사지휘권 발동 수준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지난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숨고르는 법무부·대검…투트랙 조사 방식은 갈등 '불씨'

일단 양측의 갈등이 봉합되는 분위기지만 향후 조사 과정에서 갈등이 재연될 여지는 여전하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분위기다.

외견상 추 장관의 대검 감찰부 조사 지시는 서울중앙지검 조사를 거부한 참고인에 대한 배려로 읽히지만 일각에서는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에 대한 불신의 결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용일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이 윤 총장의 측근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인권감독관실이 조사를 전담하면 '제 식구 감싸기'가 우려된다는 논리다.

이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비검찰 출신이 이끄는 대검 감찰부에 조사를 맡겨 검찰 수사 관행의 문제를 밝혀야 한다는 것이 여권의 주장이다.

하지만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역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임명을 제청한 진보 판사 출신이라는 점 등을 들어 공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한 부장이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비공개 사항인 감찰업무와 관련한 본인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내비친 점도 검찰 내부에서는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한 부장이 자칫 검찰을 압박하는 여권의 분위기에 휘말려 '검찰 개혁' 명분만을 앞세운 무리한 조사를 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여전하다.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과 대검 감찰부가 비록 투트랙 방식 조사에 수긍했지만, 증언 강요 의혹과 관련한 참고인 진술에 대해 서로 달리 판단해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ro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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