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의 힘 '캐딜락 CT6
[쉽게 쓰여진 시승기-69] 직관적이다. 강렬하면서 쉽게 잊히지 않는다. 바로 단순함이 가진 힘이다.
자동차 세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단순함의 힘'을 갖고 있는 브랜드는 단연 캐딜락이다. 직설적인 아메리칸 감성을 꿈꾸는 마초맨에게 드림카로 통한다.
문제는 실용성이다. 대부분 캐딜락 라인업은 주차가 난감한 전장에 2t에 육박하는 묵직한 존재감, 인색한 연비로 만만치 않은 부담을 감내해야 한다.
그럼에도 손을 뻗게 만드는 마력이 캐딜락의 매력이다. 세단 라인에서는 CT6가 아메리칸 드림 정점에 서 있다. 커다란 몸집은 갖췄지만 유지 관리가 너무 부담스럽지는 않고 차도 안정감 있게 잘 나간다.
지난달 14일 서울 강남에서 서판교, 의왕 일대 120㎞ 코스에서 아메리칸 드림카 고삐를 잡았다. CT6는 세 가지 트림(터보, 프리미엄, 플래티넘)으로 국내에 출시됐다. 이날은 최상위 플래티넘에 올랐다.
지난해 말 시장에 풀린 후 올해 고급 대형 세단시장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다크호스를 타본 뒤 매긴 성적표는 다음과 같다.
목차
1) 디자인: 중후함 그러나 둔중하지 않은
2) 주행 능력 : 독일 차에 지친 소비자 모여라
3) 내부 공간 : 휠베이스 3m의 위엄
4) 연비 : 고민이다
5) 가격: 6000만원대…나쁘지 않다
1) 디자인: ★★★★
CT6와 처음 조우했을 때 첫 느낌은 '독일 차가 강력한 경쟁자를 만났다'는 말로 요약된다. 프리미엄 느낌은 철철 흘러넘치지만 잘 다듬어진 온실 속에서 자란 듯한 독일 차보다 강렬한 야성이 외모에 녹아 있다.
우선 5m 넘는 거대한 차체가 시선을 압도한다. 크지만 둔중하지 않다. 프런트 오버행이 전체 전장에 비해 꽤 짧아 날렵한 이미지가 살아 있다. 나른하게 누워 있는 A필러(앞 창문과 운전석 사이 기둥)에서 시작해 루프를 지나 C필러(뒤쪽 창문과 후방 차체를 받치는 기둥)까지 매끄럽게 빠져 손을 대면 베일 것 같은 날씬한 라인이 시선을 강탈한다.
전면 얼굴은 글자 그대로 캐딜락이다. 전매특허인 세로로 길쭉하게 뽑아낸 발광다이오드(LED) 헤드램프와 헤드램프를 뚫고 범퍼 끝단까지 내려온 데이라이트(DRL)에 눈길이 간다. 큼직한 방패 문양 크롬 엠블럼을 박아넣은 프런트 그릴도 포스를 뽐낸다. 야간에 자동차에 다가서면 손잡이가 가로로 긴 흰색 빛을 발하는데 이게 은근히 주변에 소리 없이 자랑할 수 있는 포인트가 된다. 디자인은 충분히 훌륭하다.
2) 주행능력 : ★★★☆
캐딜락 주요 라인업을 살펴보자. 에스컬레이드는 공주 거리가 길어 전방 차량과 100m나 거리를 띄워야 할 정도로 무겁고, XT5는 몸집은 가볍지만 스티어링 돌리는 맛이 다소 심심하다.
CT6는 캐딜락 개성을 상징하는 이 모델들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았다. 운전석에 올라 가장 먼저 체감한 것은 바깥에서 보는 것에 비해 가볍다는 점. 공차 중량 1735~1950㎏으로 군살을 많이 잡았다. 차체 64%에 알루미늄 소재를 썼고 접합 부위는 최소화했다. 결과적으로 경쟁 차종인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 대비 최대 100㎏ 이상 가벼운 프레임을 만들었다.
손맛은 온실 속 화초 같은 독일 차와는 확실히 다르다. 물론 정속 주행할 때는 이 같은 점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이브리드 뺨칠 정도로 흐르듯 조용히 도로 위를 미끄러지진다.
백미는 고속 주행이다. 가속 반응이 예상외로 민첩하다. 액셀러레이터를 꾸욱 밟자 튕겨나가듯 기민한 반사 신경을 보여준다. 차량 성격과 성능은 크게 다르지만 가속할 때 튕겨나가는 손맛은 의외로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와 닮았다는 느낌이다.
신형 3.6ℓ 6기통 가솔린 직분사 엔진이 기름을 콸콸 먹으며 마구 힘을 쏟아낸다. 이렇게 어우러진 결과과 최고 출력 340마력, 최대 토크 39.4㎏·m다. 멧돼지 같은 대형 세단에 코끼리 심장을 심었다.
코너링과 승차감은 '회장님 차'로 써 먹어도 손색이 없다. 액티브 섀시 시스템이 적용돼 개별 휠이 독립적으로 모니터되고 개별 조종할 수 있다. 특히 1000분의 1초 단위로 노면 상태를 감지해 휠 댐핑력을 조절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이 적용됐다.
3) 내부 공간 : ★★★
강력한 외모에 비해 내부는 담담한 편이다. 외모가 워낙 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프리미엄 수입 대형 세단 평균과 비교하면 중간 이상은 한다. 휠베이스만 3m(3109㎜)를 넘어 공간은 더할 나위 없다. 앞뒤 좌석 모두 평균 신장 성인이 두 발을 있는 대로 뻗어도 불편함이 없다.
편의 장치는 많이 업그레이드됐다. 독립 제어 에어컨디셔닝 시스템이 탑재돼 실내를 네 부분으로 쪼개 탑승자들마다 원하는 실내 온도를 설정하도록 한 게 눈에 띈다. 음향도 빵빵하다. CT6 전용으로 튜닝된 보스 사운드 시스템이 들어가 차내 곳곳에 숨겨진 34개 스피커를 통해 생생한 질감을 느낄 수 있다.
운전석과 보조석 안마의자 기능은 평이한 수준이다. 거울 대신 리어 카메라 미러가 장착돼 시야 방해 없이 후방 시계를 확보했지만 다소 오버 스펙 아닌가라는 생각을 감출 수 없다.
4) 연비 : ★★☆
미국 차에 손을 뻗다가도 멈칫하게 만드는 만성적인 딜레마, 연비다. 도심, 근교 언덕길이 고루 배합된 굵고 짧은 코스를 탔는데 평균 연비 ℓ당 7.5㎞가 찍힌다. 참고로 CT6 플래티넘 공인 복합 연비는 8.2㎞/ℓ다. 도심은 7.2㎞/ℓ, 고속도로는 9.9㎞/ℓ 스펙을 갖췄다.
플래티넘 모델에 심은 3.6ℓ 엔진은 오토 스톱 앤드 스타트 기능이 기본 적용됐다. 일정한 주행 조건에서 6개 실린더 가운데 4개 실린더만 활성화되는 액티브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통해 나름 연비 효율을 끌어올렸음에도 이렇다(물론 복합 기준 ℓ당 6.9㎞를 가는 에스컬레이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하위 트림인 터보 모델은 복합 연비 10.2㎞/ℓ에 도심 9㎞/ℓ, 고속도로 12.2㎞/ℓ로 좀 낫다. 물론 터보는 2.0ℓ V4 직분사 터보 엔진에 사륜이 아닌 후륜 구동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캐딜락다운 당당한 외모는 자랑하고 싶으면서 효율적으로 비용을 아끼려는 소비자라면 고려할 만하다.
5) 가격: ★★★
강렬한 존재감, 편의 장치, 성능 등을 고루 평가했을 때 가격은 양호한 편이다. CT6 국내 판매 가격은 터보 6897만원, 프리미엄 7808만원, 플래티넘 9493만원이다. 다만 이는 올해 개별소비세 인하분이 반영된 것이며 내년 이후에는 달라질 것이라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제 1억원을 호가하는 수입 고급 대형 세단 홍수 속에 6000만원대 선택지가 등장한 것은 일단 반갑다.
6) 총평: ★★★☆
캐딜락 CT6는 많은 얼굴을 갖고 있는 차다. 외모만 놓고보면 회장님 차로 충분히 통할 만하고, 실내 공간과 각종 편의 장치를 놓고 보면 가족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든든한 가장에게도 어울리는 차다. 뽐내기 좋아하는 젊은 층에는 300마력 넘는 성능으로 소구한다.
미국 차의 전형적 딜레마인 연비가 마음에 걸리지만 적당한 가격 책정으로 소비자를 깊이 고민하게 만든다.
두 번째 수입차 구매를 고려하는 대형 세단 입문자에게 적당한 차로 평가된다.
[김정환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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