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몽니·무능 통하는 재외공관..호치민 세종학당 수난사
외부 견제가 어려운 외교부 재외공관에서 몽니와 무능이 횡행하고 있다. 한국어 등 우리문화를 알리는 역할을 하는 세종학당이 외교부의 한심한 행태로 1년 넘게 관련 사업이 공전하면서 세금 낭비를 비롯한 수난을 겪고 있다.
◇ 문화부 대신 키 잡은 외교부, 본부 보고까지 '착착' 했지만…
이 때 주베트남 호치민총영사관이 낸 아이디어는, 우리 대사관 공간이 협소하니 별도 건물에 문화교육 부서를 만든다고 하고 여기에 세종학당을 설립하자는 것이었다. 세종학당이 한국어 교육은 물론 우리 문화 보급사업까지 하는 만큼, 외교부가 추진하는 공공외교 취지에도 맞아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마침 주한 베트남대사관이 과학기술 부서를 대사관 외부에 만든 사례가 있어, 우리도 그 방식대로 따라 하자는 계획이었다. 주베트남 미국대사관도 같은 형태의 외부 사무사를 두고 있다. 외교부 차원에서 동의만 구하면 되는 절차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준비는 물론 내부 단장과 강사 채용까지 모든 준비를 마치고도 외교부 무책임 때문에 1년 넘게 공전 중인 호치민 소재 표준모델세종학당.
관련 내용을 토대로 총영사관은 세종학당과 업무협약을 맺는 등 지난 해 11월 초까지 관련 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기업의 후원과 자체예산 2억원을 바탕으로 호치민 중심가 건물을 임차하고 한국어 수업 등을 위한 내부 공사까지 마쳤다. 외교부 차원에서는 세종학당의 법적 지위부터 임차계약 사항까지 호치민 현지 박 모 총영사관의 결제, 본부 보고가 착착 이뤄졌다.
◇ 호치민영사관 '최순실 인사 개입' 보도 이후 "다소 감정적으로" 사업 파행
김 영사는 "세종학당이 총영사관의 '일부'라는 의미가 강조되도록 단어를 (section ->unit 으로) 바꿔 공문을 보내주기만 하면, 베트남이 동의하는 형식으로 얘기를 다 해놓았는데, 우리 쪽에서 해당 공문을 베트남 측에 보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해 말 정도에는 세종학당이 만들어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던 재단 측은 물론, 상급기관인 문화부까지 당황스러운 입장이 됐다. 문화부 관계자는 "외교부를 믿고 진행하고 있었는데, 김 영사의 언론 보도 이후 힘들어졌고 정확히 무슨 상황인지도 우리는 알지 못한다"면서 "베트남 문화당국과 우리 문화부가 협정을 맺고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 "외교부 믿고 내부 공사까지 다 마친 뒤 임차료도 내고 있는데"
심지어 박 총영사는 폭로 보도 전 세종학당 건물 임차계약서는 승인을 해놓고, 이후 내부 공사 업체 선정부터는 협조를 하지 않았다. 그 바람에 현지 법인이 없는 세종학당 측이 관련 자금을 한국에서 직접 치르는 등 추가적인 비용을 치러야 했다. 매달 한국 돈 1천6백만원(1만5천달러)에 달하는 임차료도 허공에 뿌리고 있다. 이미 채용한 강사와 현지인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별도다.
◇ 다시 문화부가 원점부터 시작…"차라리 우리끼리 했으면 나았을 것"
외교부 관계자는 김 영사가 베트남 측 최종 결정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세종학당 내부 공사를 도왔고, 박 총영사 역시 "다소 감정적으로" 계획했던 형태의 세종학당 설립을 지원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행정 신뢰 상 처음에 그렇게 하기로 했으면 해야 하는데 거칠게 됐다"는 것이다. 베트남 측의 협조 여부는 차치하고 재외공관 내부의 갈등 때문에 사업이 어그러진 셈이다.
그럼에도 외교부는 징계 등 책임있는 조치는 커녕 관련 사업을 문화부에 다시 넘겼다. 외교부는 상황이 이렇게 된 데 박 총영사 본인도 책임이 있다고 인정한다면서도 "그런데 그게 그렇게 중대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 사적인 감정이 업무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몽니, 1년 넘게 계획이 틀어지고 세금까지 낭비되는 상황을 방치하고 있는 무능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루어질 수 있는 배경이다.
비슷한 시기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국어교육사업을 추진한 한 건설회사가 외교부 도움 없이 현지 절차에 따라 법인을 세우고 허가를 받아 지난 8월부터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까지 감안하면, 외교부의 무능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다. 베트남 현지 세종학당 관계자는 "우리끼리는 처음부터 외교부를 끼는 게 아니었다는 의견을 나눈다"며 "우리는 발을 동동 구르는데 별 일 아닌 듯한 태도"라고 말했다.
[CBS노컷뉴스 윤지나·박초롱 기자] jina13@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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