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경향포럼]"한국, AI 한발 늦어..이러다간 중국에도 밀릴 것"
[경향신문] ㆍ세계 최대 GPU 기업 ‘엔비디아’ 자율차부문 변경석 박사
“애플이 아이폰, 아이패드로 모바일 혁명을 촉발했다면 지금은 ‘인공지능(AI) 혁명’ 중입니다.”
세계 최대 그래픽 처리장치(GPU) 기업인 엔비디아에서 자율차 부문을 담당한 변경석 박사(사진)는 미국에서 차세대 산업혁명의 요체로 AI를 꼽는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19일 실리콘밸리에서 만난 변 박사는 국내 대기업에도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현장에서 느끼는 한국 AI 기술의 현주소에 대해 말했다.
변 박사는 “솔직히 한국이 AI 분야는 늦었다고 본다. 스마트폰과 달리 AI는 따라와서 하기에는 어렵다. 그때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에서 미국, 일본 등은 물론 중국에도 한국이 밀릴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그는 “일본 도요타는 물론 중국만 해도 바이두, 텐센트 등이 인공지능 등 미래기술에 선제적 투자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은 AI 인재도 많고 관련 주요 논문에 중국인이 실리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다. 미국 대학 교수들 얘기를 들어보면 중국인 없이 연구실 운영도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변 박사는 “한국은 ‘다운 페이먼트(선수금)’도 없이 정보만 얻어가려고 한다”며 “AI 관련해서는 한국 얘기 자체를 안 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세계적 기업들이 실리콘밸리로 몰려온 이유는 생생한 실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변 박사는 “AI는 굉장히 실험적이다. 장비와 데이터가 좋아야 하는데 구글처럼 데이터만 모으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말했다. 그는 “권위자 앤드루 응 스탠퍼드대 교수는 AI를 달에 우주선 보내기로 비유하는데 ‘로켓(GPU 엔진)’과 ‘연료(데이터)’가 필요하다고 했다. 둘의 궁합이 맞아야 달에 갈 수 있는 것처럼 데이터와 엔진을 결합한 실험을 많이 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 혁신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엔비디아만 해도 컴퓨터, 게임 등의 그래픽카드로 유명한 정보기술(IT) 기업이다. PC가 사양산업이 되자 연산속도를 높인 GP(제너럴 퍼포스) GPU로 대응했다. AI 시대는 데이터양이 급증하는데 기존 제품으로 1주일 걸리던 것을 GP GPU로 2시간에 처리하게 됐다. 페이스북의 하루 20억장 사진을 처리할 수 있다. 변 박사는 엔비디아의 성공비결로 “GPU만 30년 파온 장인정신으로 축적된 기술력이 AI 시대에 응용분야로 옮겨갈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변 박사는 자율주행차 시대에 빅데이터와 AI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테슬라 등이 선도하는 자율주행차는 2020년 정도로 예상한다”면서 “기존 컴퓨터 프로그래밍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자율주행에는 AI가 필요하다. 레이더, 라이더 같은 센서의 정확성에다 AI, 빅데이터를 다루는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변 박사는 “엔비디아도 하드웨어 반도체 회사가 아니라 사내 인력 절반(약 5000명)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소프트웨어 회사다. 우리 제품 가격은 반도체 부품이 아니라 주로 소프트웨어 값”이라고 소개했다.
<샌프란시스코(미국) | 전병역 기자 junb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17 경향포럼]길 잃은 IT 강국, 새 길을 찾는다
- [2017 경향포럼]거리엔 'AI 탑재' 자율주행차, 이곳서 '혁명'은 구호가 아니다
- 김건희 여사, 윤석열 체포되자 “총 갖고 다니면 뭐하냐” 경호처 질책
- 헌재, 오늘도 “공지 없다”···윤석열 탄핵심판 결론 다음주로 연기되나
- [단독]“무승부로 끝내자”…모처럼 학생들 만나 “언제 돌아올래” 토로한 중앙대 의대 학장
- 저서에 ‘구속기간 계산은 날짜로’ 썼던 법제처장 “개인적 저작물” 답변 회피
- “곰 세 마리가 야산에 있어”…경북 경산서 목격 신고, 대구환경청 현장 조사
- 토허제 해제 ‘실책’ 수습될까···“오락가락 정책에 시장 혼란만 커질 것”
- [단독]여인형 “KBS서 나올 간첩죄 보도에 소스 줘야”…비상계엄 직전 언론작업 정황
- [단독]검찰, 명태균 ‘박형준 부산시장 선거 여론조사’ 수사도 본격화···박 시장 “통화한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