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투자환경 조성, 4차 산업혁명의 중심돼야

한국 적응력 25위, 체코는 24위
최고는 스위스, 2위 싱가포르

일본 전역에 457개 점포를 가진 회전초밥집 ‘하마스시’에선 인공지능(AI) 로봇 ‘페퍼’가 손님을 맞는다. 메뉴 주문은 페퍼가 받고 계산만 종업원이 한다. 기계학습 기능이 있는 페퍼는 단골손님이 뭘 자주 먹는지 파악해 메뉴를 추천하기도 한다. 독일 전자기업 지멘스는 생산라인을 통과하는 모든 제품에 무선인식 전자태그(RFID)를 붙인다. 제품이 어떤 공정을 거치는지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원료 확보에서 조립·물류·판매까지 이어지는 모든 과정을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해 시장 수요에 맞춘 공급시스템을 만드는 게 목표다.

전통 제조업 강국들이 제4차 산업혁명을 맞아 변신을 꾀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도 걸음마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료:하나금융투자

한국의 4차 산업혁명 적응 수준은 경쟁국에 한참 뒤진다. 글로벌 금융회사 UBS가 지난해 139개국을 조사한 결과, 한국의 4차 산업혁명 적응력은 25위에 그쳤다. 이는 말레이시아(22위)·포르투갈(23위)·체코(24위)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1위는 스위스, 2위는 싱가포르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과 독일이 4차 산업혁명으로 변신하는 배경에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자리한다”며 “한국도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들은 정부 지원이 필요한 분야로 ‘5세대(5G) 네트워크’를 꼽는다. 인공지능 로봇과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산업이 발전하려면 대용량 데이터를 끊김 없이 송·수신할 수 있는 5G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다. 이에 대한 투자가 미흡하면 미래 산업 경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동통신사들이 부담 없이 5G 기술에 투자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신업계 입장에선 2세대(2G)에서 3세대(3G)·4세대(4G)로 네트워크 기술이 고도화할수록 설비투자 부담이 늘어난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LTE가 도입되던 2011년 이후 3년 동안 통신 3사 설비투자 비용은 24조3000억원이었지만 2020년 5G 상용화 이후 3년 동안 이보다 2조원이 더 늘어난 26조 300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정됐다.

임주환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KICI) 원장은 “대선 주자들이 인기영합주의에 기댄 통신요금 인하 공약을 내놓고 이를 시행하면 이통사들이 5G 투자를 늘리는 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대선 주자들이 요금인하 공약에 집착하기보다 5G 도입 이후를 대비한 4차 산업혁명의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차기 정부는 우버 택시와 기존 택시사업자의 갈등처럼 신산업의 성장에 따른 이해당사자 간 갈등이 있는 경우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4차 산업을 키울 범정부적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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