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 바뀌기전 점수따자" 학원·시험장 북새통
지난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고등학교. 이 학교에서 치러진 토익(TOEIC) 시험 종료를 알리는 교내 방송 직후 33개 교실에서 800여명이 쏟아져 나왔다. 대다수는 대학 졸업이나 취업에 필요한 토익 점수를 취득하려는 20·30대였다. 이들은 시험장을 나서며 "올해 5월 전에 토익 성적을 올려놓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올해 5월 29일 치러지는 토익 시험부터 일명 '신(新)토익' 유형의 문제가 출제돼 시험의 난도가 부쩍 높아질 것으로 예고되면서 토익 응시생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토익 출제 기관인 미국 ETS(Educational Testing Service)는 올 5월부터 종전 토익 시험보다 복잡해진 대화문이나 제시문을 듣거나 읽고 푸는 문제를 추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문제 유형이 바뀌기 전에 토익 점수를 따두려는 응시생들이 시험장에 몰려드는 것이다.
한국토익위원회에 따르면, 토익 응시자 수는 2011년 211만명에서 2012년 208만명, 2013년 207만명으로 줄어들다가 2014년에는 200만명 밑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올해 1월 두 차례 치러진 토익 정기시험의 응시자는 그 같은 흐름과 반대로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10%가량 늘어났다.
토익 준비 어학원들은 이 같은 상황을 내다보고 지난해 12월부터 '신토익 실시 전 마지막 방학' 같은 광고 문구를 내걸고 수강생 유치전을 벌였다. 서울 강남의 한 어학원은 최근 선착순 1만명에게만 특별 교재를 배포하겠다고 했다가 수강생들이 몰려들 것을 예상하고 하루에 1000부씩 열흘간 나눠 배포하기로 했다.
토익 점수는 상당수 기업체 채용이나 승진은 물론 대학 졸업 자격 기준으로도 활용된다. 대학생과 취업 준비생들이 토익 시험의 출제 방식에 민감하고,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토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채용을 진행한 국내 주요 민간 기업 139곳 중 103곳, 공기업·공공기관 121곳 중 84곳이 토익 또는 영어 말하기 시험인 '토익 스피킹' 점수를 채용에 활용했다. 대학들도 2014년 기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소속 202개 대학 중 99개 대학이 졸업 요건으로 토익 점수를 요구하고 있다.
토익은 원래 일본의 대표적인 경제단체 경단련(經團連)이 1979년 미국 ETS 측에 요청해 개발한 시험이다. 하지만 아시아권에선 한국의 토익 열풍이 단연 거세다. 토익 응시자 수가 연간 150여만명 수준인 일본을 2003년부터 뛰어넘었다. 한국의 인구 대비 토익 응시자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8~2013년 6년간 국내 토익 응시자는 1219만여명(복수 응시 포함)이고, 이들이 낸 응시료는 4841억여원으로 집계됐다. 연간 평균 200만명 이상이 800억원 넘는 돈을 들여 토익 시험을 보는 것이다.
이 같은 토익 의존도를 낮춰보자며 서울대가 1999년 텝스(TEPS)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12년 국가영어능력시험(NEAT)을 개발했다. 하지만 TEPS는 정부와 일부 학술기관에서 제한적으로 쓰는 정도이고, NEAT는 응시자가 연간 6000명을 밑돌면서 2015년 폐지됐다. 권혁승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단기간에 점수를 만점에 가까이 끌어올릴 수 있는 토익 시험은 영어 능력을 평가하는 신뢰할 만한 지표로 보기 어렵다"며 "토익 의존도를 낮추고 영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평가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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