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선의 천문학자 김담을 아시나요
세종이 다스린 15세기 전반 조선은 문화의 꽃을 활짝 피웠다. 특히 과학기술에서 두드러진 성공을 거두었다. 세종대의 과학에서 가장 볼 만한 성과는 ‘제왕의 학문’ 천문학에서 나왔다. 왕조가 새로 시작하면 반드시 새 역법을 내게 되어 있으므로 천문학은 세종에게 가장 중요한 학문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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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조선통신사의 일원으로 일본에 간 박안기에게 오카노이 겐테이(岡野井玄貞)가 배우고 그의 제자 시부카와 하루미(澁川春海)가 1683년 정향력(貞享曆)을 만들었으니 조선보다 241년 늦은 셈이다. 조선 초기에 우리가 중국, 아랍의 첨단과학을 따라갈 수 있었던 것은 고려 때부터 오래 축적한 아랍 과학이 기초가 되었겠지만 세종의 탁월한 리더십과 과학자들의 무서운 노력의 결실이었다.
김담은 천문학 이외에도 양전 사업에 참여해 전세 개혁을 했고 언제공사의 계산을 했으며 우리 말의 음의를 보정한 업적을 남겼다. 서운관을 떠난 다음에는 전라도관찰사, 상주목사, 충주목사, 안동부사, 경주부윤을 역임했고 별세하기 한 해 전인 47세에 이조판서를 지냈다. 김담은 성삼문, 박팽년, 하위지, 김시습과 가까이 지냈고 불교, 부패 문제로 여섯 번이나 상소를 올린 대쪽 같은 유학자였다.
김담의 천문학에 관해서는 지난 30년 동안 석사논문 3편과 박사논문 2편이 나왔고 논문이 20편쯤 된다. 지난 9월24일 한국과학사학회, 소남천문학사연구소, 고등과학원 주최로 열린 ‘천문학자 김담 탄생 600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8편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10월10일에는 과천과학관에서 ‘천문학자 김담의 밤’이 천문학자와 역사학자의 토크쇼 형식으로 있었다. 내년 10월에는 ‘김담 탄생 60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가 영주 동양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2003년에 연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에는 31명의 과학기술자들이 헌정되었다. 그 가운데는 세종을 비롯해 세 분의 15세기 과학기술자들이 들어 있다. 천문기기를 제작한 이천과 장영실, 역법을 만든 이순지가 올랐는데 이순지의 공동연구자 김담이 빠진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내년에는 김담을 명예의 전당에 꼭 모셔 600돌을 축하하기 바란다.
<송상용 | 한림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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