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최민식, 카메라만 비춰도 아우라..경탄했다"(인터뷰)
[TV리포트=김수정 기자] 영화 '명량'(빅스톤픽쳐스 제작)은 근래 보기 드문 정통 사극이다. '이순신'이라는 분명하고도 거대한 목적을 향해 한눈 팔지 않고 우직하게 내달린다. 애초에 스타일리시한 액션이니 깨알 재미니 같은 잔재주는 이 영화의 관심사가 아니다. 촌스럽게 느껴질 만큼 단단한 정공법을 동력 삼아 힘차게 앞으로 나아간다. 이러한 영화의 진심에 개봉 4일 만에 350만 관객이 응답했다. 그 중심에 김한민 감독이 있다.
사실 '명량'의 흥행을 기대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한국영화 4파전이 맞붙는 여름 성수기 극장가, 정통 사극 '명량'이 관객의 구미를 당기기엔 너무 무겁지 않겠냐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었다. 무엇보다 러닝타임의 절반을 차지하는 해상전투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CG가 엉망이라더라, 전투신이 한 시간이나 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등. 하지만 이 모든 우려는 영화가 공개된 후 기우가 됐다.
"오히려 전 해상전투가 '명량'이 대중적, 상업적으로 관객에게 소구할 수 있는 포인트라고 봤어요. 이순신 장군의 인물에 대해선 알아도 그분이 직접 바다 위에서 싸우는 모습을 본 기억은 없잖아요. 바다, 해전, 배가 '명량'만의 포인트, 차별적 지점이라고 봤어요."
그렇다면 왜 하필 명량대첩일까. 임진왜란 이후 단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선을 무찌른 명량대첩은 역사적으로 가장 위대한 전쟁으로 손꼽힌다. 명량에서 패했다면 일제 식민지가 300여 년 앞당겨졌을 수 있다는 얘기가 있을 만큼 조선의 역사를 바꾼 중요한 해전이다. 김한민 감독은 명량해전을 일컬어 "이순신 장군의 진수가 담긴 전쟁"이라고 밝혔다.
"이순신의 요체가 담긴 해전이죠. 군사들의 두려움을 용기로 승화시키면서, 동시에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간다는 건, 이순신 장군이 평소 가져왔던 삶과 죽음에 대한 초연한 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에요. 대한민국, 지금 상처도 많고 힘들잖아요. 명량해전의 정신을 통해 위로와 힘이 되길 바랐어요."
'이순신'이 영화의 핵심이자 그 자체로 정서가 되는 만큼 캐스팅이 관건이었다. 김 감독은 영웅을 뛰어넘어 '성웅(聖雄)'이라 불리는 이순신 장군을 연기하기에 최민식 외에 달리 떠오른 배우가 없다고 했다. 그 이름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이순신'을 버텨낼 내공을 지닌 배우가 충무로에 또 누가 있겠냐는 것. 시나리오도 없는 상황에서 남도 음식점에서 처음 만나 소주잔을 기울인 두 사람은 역사관, 영화, 이순신에 대해 진솔한 공감을 주고받고, 이내 '명량'이라는 배에 승선했다.
"현장에서 (최)민식이 형에게 엄청나게 의지했어요. 짐볼 높이가 5m나 되거든요. 계단을 만들어 줘야 화장실도 가고 왔다 갔다 할 수 있다고요. 그런 와중에도 주변 배우들, 스태프들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며 현장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려고 노력했어요. 뭐랄까, 태생이 배우 같아요. 카메라만 비춰도 아우라가 나와요. 대한민국에 이런 배우 몇 없습니다."
예민하고, 치열하고, 혹독했던 촬영장 분위기를 유들유들하게 만들며 기운을 북돋아 준 것이 최민식의 몫이었다면 구루지마를 연기한 류승룡은 엄청난 집중력과 진중함으로 감독에게 또 다른 의미의 힘이 됐다. '최종병기 활'(11) 이후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춘 류승룡에 대해 김 감독은 "배우에게 존경심을 느끼긴 처음"이라고 치켜세웠다.
"류승룡 씨는 감독의 의도를 굉장히 잘 파악하고 그 이상의 연기력을 보여줍니다. 굉장히 똑똑하고 체력도 단단해요. 쉴 때도 모니터 앞에 딱 붙어 앉아서 연구한다니까요. 우리 촬영장이 재밌었던 게, 한쪽에선 민식이 형이 주변 스태프, 배우들과 다다다다 이야길 나누고 한쪽에선 류승룡 씨가 굉장히 진중하게 앉아 있고.(웃음) 두 배우 모두에게 고맙죠. 매번 슛 들어갈 때마다 두 사람에게 경탄했습니다."
김 감독은 '명량'을 만들며 "살아 있는 이순신을 영화에 담자"라는 한 줄의 문장을 잊지 않고 가슴에 아로새겼다. '난중일기'를 읽고 또 읽으며 이순신 장군의 정신과 고민을 영화에 한땀 한땀 새겨넣었다. 그는 "우리가 이렇게 고생한 걸 후손들이 알까", "모르면 호로 새끼지"라는 대사에서 '명량'의 시나리오를 시작했다. 그리고,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을 좇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는 이순신의 마지막 대사로 방점을 찍으며 관객에게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명량대첩은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고 회피하고 싶었던 전투란 말이죠. 그럼에도 이순신 장군은 백성과 나라와 왕에 대한 의리로 그 전투를 돌파했고 결국엔 승리했습니다. 이순신 장군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되는 게 바로 명량대첩이죠. 동시에, 2014년을 사는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줄 것이라고 봅니다. '명량'이 잘 되면 한산대첩과 노량대첩까지 영화화 할 생각이에요. 그야말로 이순신 붐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수정 기자 swandive@tvreport.co.kr사진=조성진 기자 jinphoto@tvreport.co.kr, 영화 '명량'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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