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슈퍼·마트 제각각..'고무줄' 아이스크림 값, 왜?
대학생 이모씨(21)는 동네 슈퍼마켓에서 롯데제과 '팥빙수'를 산 뒤 영수증을 보고 깜짝 놀랐다. 가격은 3000원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70% 할인해 900원에 살 수 있었던 것이다. 이씨는 "아이스크림 하나에 3000원이나 한다니 말이 안되는 데다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은 제품을 70%나 깎아서 파는 데는 뭔지 모를 사연이 있는 것 같아 불쾌했다"고 말했다.
아이스크림 값이 묘하다.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 동네마트마다 가격이 제각각이다. '제 돈 다 내고 사먹는 사람은 바보' 소리를 들을 정도다. 제조업체는 아이스크림을 간판상품으로 내건 동네 상점 때문에 가격이 들쭉날쭉해졌다고 주장한다. 반면 동네 상점들은 제조업체가 할인을 예측해 가격을 올렸다 이러다 보니 값은 올랐지만 마진은 오히려 줄었다고 주장한다.
12일 한국소비자원이 제공하는 제품 가격 비교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 전국 빙과·아이스크림류는 장소에 따라 판매값이 평균 2.24배가 차이가 났다.
해태제과 '부라보콘'은 가장 싼 곳은 600원, 가장 비싼 곳은 1800원으로 지역에 따라 3배 차이가 났다. 빙그레의 '메로나'는 가장 싼 곳(240원)과 가장 비싼 곳(900원)의 차이가 3.75배나 됐다.
소비자원이 조사하는 63개 품목의 가공식품 평균 가격 차인 1.7배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아이스크림가격차는 과자와 빙과를 합친 평균(2배)보다도 높았다.
제조업체들은 아이스크림 최종 판매가가 각 판매 점포의 '가격 정책'에 따라 결정된다고 주장한다.
최대 70% 이상 할인해주는 가게는 아이스크림 제품을 다른 상품의 '미끼' 상품으로 쓰기 위해 마진을 최대한 줄였다는 것이다. 냉동고를 출입문에 놓고 손님을 맞는 첫 상품으로 아이스크림을 진열하는 동네 가게들이 대부분 아이스크림을 이처럼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아이스크림이 주 품목이 아닌 편의점은 24시간 운영 비용까지 마진 폭에 넣어 값을 높게 책정하고 있다. 이동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대형마트도 아이스크림이 주요 판매 품목은 아니어서 거의 할인하지 않고 판매한다.
제조업체 관계자는 공급가는 비슷하다고 주장한다. 한 아이스크림 제조업체 관계자는 "일반 슈퍼와 편의점의 출고가격이 차이가 나면 비싸게 받는 업체에서 가만히 있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슈퍼마켓 등 소매업자들은 제조업체가 각기 다른 공급 값을 적용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오픈프라이스가 시행된 후 이 같은 가격 차이는 커졌다는 설명이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장모씨(66)는 1년새 아이스크림으로 남기는 돈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장씨는 지난해 권장가격이 700원이던 아이스크림을 200원대에 받아와 '50% 할인' 광고를 붙인 뒤 350원에 팔았다. 그러나 오픈프라이스 후 올해 제조업체가 출고 가격을 300원대로 올렸고 암묵적인 소비자가격도 1000원으로 뛰었다는 것이다.
똑같이 '50% 할인'을 유지하기 위해 500원에 팔고 있지만 제조업체가 장씨에게 주는 출고가가 높아져 남기는 이윤이 오히려 적어졌다는 게 장씨의 주장이다.
장씨는 "아이스크림에 붙어 있던 가격은 제조업체가 처음부터 할인을 생각하고 붙인 가격"이라며 "공급 가격도 아이스크림을 얼마나 받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지역 슈퍼마켓들이 연합해 공동구매를 하면 납품 가격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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