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의 '집단 가출' 왜, 어디로 갔을까
꿀벌이 줄어드는 것은 세계적 현상이다. 북미와 유럽에서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군집붕괴현상(Colony Collapse Disorder·CCD)이 보고되고 있다.
CCD는 어느 날 갑자기 한 벌통의 꿀벌 전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집단 가출' 현상이다. 2006년 가을 미국 캘리포니아 서양벌에서 처음 발견된 이 현상은 빠른 속도로 북미 전역으로 확산됐다. 미국 환경 작가 로완 제이콥슨에 따르면 2005년 260만개이던 미국 벌통 수는 200만개 이하로 줄어들었다. 프랑스·독일·이탈리아에 이어 2007년 4월에는 대만에서도 CCD가 확인됐다.
CCD가 왜 발생하는지는 아직까지 미스터리다. 휴대전화, 살충제, 바이러스 등이 원인으로 거론되지만 확실하지는 않다. 휴대전화설은 전자파가 벌의 뇌에 미세한 영향을 미쳐 비행 감각을 잃어버리게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실험에서 전자파에 노출된 벌이 노출되지 않은 벌보다 벌통 귀환율이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와 주목받았지만, 양봉 대부분이 휴대전화 보급률이 낮은 시골에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살충제설은 식물에 뿌린 특정 살충제가 벌의 몸에 축적되면서 후손 벌들이 이상을 일으켰다는 주장이다.
꿀벌 바이러스의 하나인 이스라엘 급성마비바이러스도 CCD의 발생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CCD를 일으킨 호주산 벌통 상당수에서 이 바이러스가 발견되면서 북미 양봉업계가 한때 호주산 꿀벌 수입을 금지하기도 했다. 우루과이에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가뭄을 CCD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CCD 발생 사례는 아직까지 '0'이다. 2006년 경북 칠곡군의 한 양봉 농가가 꿀벌 150군 실종을 보고했으나 CCD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토종벌을 휩쓴 낭충봉아부패병도 CCD와는 무관하다. 이상철 한국양봉협회 연구소장은 "낭충봉아부패병은 바이러스가 애벌레를 죽여 벌통 앞에 사체가 쌓이게 된다"며 "벌통 전체가 완전히 텅 비는 CCD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최명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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