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냉장고 폭발 사고 해외서도 두 차례 더 있었다
최근 폭발사고로 문제가 된 삼성전자 '지펠' 냉장고가 외국에서도 잇따라 비슷한 사고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가정용 냉장고 폭발사고는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사고 조사를 맡은 삼성전자는 아직 이렇다할 사고 원인과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단체에서는 사고 원인 조사를 제조업체가 맡는 현재의 관행에 대해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라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26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정용 냉장고가 폭발한 것은 삼성전자 지펠 냉장고가 처음이다. 지난 10일 오전 용인시 동백동 ㅅ아파트에서 발생한 지펠 냉장고 폭발사고는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을 빚을 정도로 피해가 컸다.
이 아파트 9층 이모씨(43) 집에서 생긴 폭발사고로 냉장고 문짝이 날아가 다용도실 유리문과 창문을 깨고 파편이 1층까지 떨어져 차량 3대가 파손됐다.
지펠 냉장고는 해외에서도 문제가 됐다.남아프리카공화국에 거주하는 교민 박모씨는 최근 "삼성 냉장고가 폭발해 사람이 사망할 뻔했으나 삼성 기술진은 문제를 찾지 못하고 돌아갔다"고 보도된 지역신문 1면 내용을 한국소비자원에 제보했다. 이 내용은 미국 CNN방송의 시민참여형 인터넷 사이트인 '아이(I) 리포트'에도 올라 있다.
지펠 냉장고 폭발사고는 영국에서도 발생했다. 영국 지역신문 '익스프레스 앤드 스타'는 5월 '지진 같은 냉장고 폭발'이란 제목으로 삼성 냉장고 폭발사건을 보도했다. 이 신문은 웨스트 브롬위치에 거주하는 마이클 프리스(45)의 집에서 오전 6시쯤 삼성 냉장고가 굉음과 함께 폭발해 집주인이 "지진이 난 줄 알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다만 사고 원인이 삼성전자 냉장고의 제작 결함인지 사고 나흘 전 받은 수리 과정에 잘못이 있었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전기압력밥솥이나 전자레인지·휴대전화·게임기가 폭발하는 사고는 더러 있지만 냉장고 폭발은 극히 드물다. 전문가들은 소비자 과실이 아니라면 직접적인 원인은 냉매(부탄가스) 누출 때문일 것으로 추정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냉장고는 구조적으로 이번처럼 강력하게 폭발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도 "내부에 냉매가 들어있는 지름 6~7㎜ 정도의 구리관이 부식되거나 파손될 경우 냉매가 흘러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 냉매가 냉장고 안에 가득 차면 내부 전선 접촉불량 등으로 불꽃이 튀어 폭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의 원인규명 과정이 석연치 않다. 인명 피해나 화재 같은 대형 사고로 이어지면 경찰이나 소방서가 원인 조사를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업체가 사고 조사를 맡도록 돼 있다. 용인에서 폭발한 지펠 냉장고도 삼성전자가 수거해간 상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용인지역 냉장고 폭발사고와 관련해 내부 기술진과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해 원인을 조사 중"이라며 "원인이 밝혀지는 대로 소비자들에게 알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업이 자체 조사를 할 경우 사고 원인이 '소비자 과실'이나 '원인 불명'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또 제조사와 피해자 간의 금전적인 '타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녹색소비자연대 이주홍 팀장은 "불량 먹거리로 인한 사고를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조사하듯 전기제품도 소비자들의 안전이 걸려 있는 만큼 정부 기관 주도로 검사한 뒤 결과를 소비자에게 명확히 알리는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전병역·임현주기자 junby@kyunghyang.com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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