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수치심 유발' 신체부위는 어디까지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성폭력범죄처벌법에 규정된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 여부가 `여성의 다리를 촬영한 행위'를 무죄로 선고한 법원 판결을 계기로 다시 논란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다른 사람의 허락없이 그 사람의 신체를 함부로 촬영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 성적 수치심 유발 부위는 어디까지 =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립된 법적 기준이나 대법원 판례는 없다.
치마를 입은 채 에스컬레이트를 타고 가는 여성의 치마 속을 촬영한다거나 용변을 보고 있는 모습을 찍다가 적발된 경우 대부분 약식기소로 끝난다.
대법원에서는 여성의 나체나 남녀의 성관계 장면을 촬영한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을 촬영한 경우에 대한 구체적 판단은 없었다.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하는 신체'에 대한 정의는 그 기준을 전적으로 피해자가 느끼는 수치심의 정도에 두어야 할지 여부가 관건이다.
성폭력범죄처벌법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서는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나 고소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한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의 주관적 느낌에 따라 유무죄가 나뉘는 특징이 있으며 따라서 객관적인 기준이 만들어지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수치심을 느끼는 구체적 신체 부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여성의 신체를 찍은 사람의 촬영 의도 및 상습성과 피해 여성이 느끼는 정도에 따라 기준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타인 신체 함부로 촬영' 법적 규제 없어 =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신체부위가 아니라 해도 타인의 신체를 함부로 촬영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제도 역시 없다.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는 여성의 신체 부위를 촬영했다면 성폭력처벌법의 적용을 받지만 그런 신체 부위가 아니라면 현행법으로는 죄가 되지 않는다.
성폭력처벌법은 소위 `성적'인 것과 관련한 몰래 카메라의 촬영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것으로 제정됐기 때문에 길가는 사람의 얼굴을 그 의사와 상관없이 찍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소위 `성적'인 것과 관련없는 부위의 촬영은 단순히 초상권 침해나 프라이버스 침해의 문제로 민법 영역에서 다뤄지고 있을 뿐이다.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해 아무런 법적 규제가 없는 것은 국가 형벌권이 남용될 우려에 따른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한 검사는 "촬영 목적이나 피해자의 의사가 중요하지만 단순히 길가던 사람의 얼굴을 찍는다고 해서 처벌하는 것은 국가 형벌권을 확대해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통제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휴대전화 보급이 일반화된 요즘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위험성이 항상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찍는 행위도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박희영 박사는 2006년 `몰래카메라 촬영 및 유포에 대한 형법적 규제에 관한 입법론적 고찰'이라는 논문을 통해 "우리의 현재 법적 상황은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는 행위에 대해 충분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새로운 범죄 유형의 도입으로 사진촬영으로 침해되는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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