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섬 돔구장 건설계획-왜 취소됐을까

1998. 5. 29.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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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의미 (서울=연합) 梁太三기자= 특혜의혹 등으로 논란이 분분했던 뚝섬 LG 돔구장 건설이 취소하기로 결정됨으로써 그간의 경위와 취소 배경,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시와 LG그룹측은 돔구장에서 월드컵 경기가 치러지도록 한 계약이 월드컵 조직위원회가 경기를 치르지 않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계약 자체가 원인 무효가 돼 취소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다며 책임 소재를 월드컵조직위원회 쪽으로 돌리고 있다.

그러나 취소결정의 속을 보면 서울시로서는 이왕 상암동 월드컵 주경기장 신축이 결정돼 과잉 중복투자의 우려가 있고, LG그룹 쪽으로는 앞으로 5천억여원을 더 투입해야 하는 등 IMF 체제에서 자금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서울시와 LG 양측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이런 결정이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LG 돔구장 건설은 지난 94년 서울시가 뚝섬 일대의 개발을 추진하면서 체육시설이었던 골프연습장 자리를 포함한 3만평 부지에 민자 유치 방식의 종합 경기장 건설을 계획하면서 시작됐다.

서울시의 이런 계획은 프로 야구단 보유했으면서도 자체구장이 없는 LG측의 자체구장 확보 욕심과 맞아 떨어져 LG그룹이 적극적으로 돔구장 건설에 나선 것.

그러나 돔구장 부지가 체육시설 용지로 묶여 있지만 만일 체육시설 용지에서 해제되면 땅값이 3배이상 오를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특혜의혹이 불거지는 등 돔구장 건설은 초기부터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았다.

여기에다 월드컵 유치결정이 내려지자, 뚝섬 돔구장이 야구 경기만을 위해 건설되는게 아니냐는 문제가 축구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축구계는 돔구장이 민자유치 방식에 따라 건설돼 경기장 운영은 LG그룹에 의해 좌우되는 만큼 월드컵이 끝난뒤 축구 경기를 치르려면 LG그룹의 눈치를 봐야한다는 우려에서 이런 문제를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돔구장 건설이 초반부터 어긋났던데는 체육계내 야구계와 축구계의 해묵은 주도권 장악 싸움도 배제할 수 없었던 것으로 서울시는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논란이 분분했던 돔구장 건설은 작년말 IMF체제로 돌입하면서 건설 당사자인 LG 그룹이 자금난을 이유로 경기장 건설에 난색을 표하면서 상암동 경기장 건설과 맞물려 건설 자체가 위기에 이르게 됐다.

IMF체제 아래서 5천억여원의 자금을 한가하게 경기장 건설에 쏟아부을 수 없다는 LG그룹의 속사정이 일단 이번 취소 결정의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다 건설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을 초래했던 상암동 월드컵 주경기장이 신축하는 것으로 결정됐고, 월드컵조직위원회도 돔구장에서 경기를 치르지 않겠다고 밝혀 LG그룹으로서는 그럴듯한 취소 명분까지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사정은 상암동 경기장에 돔구장까지 건설할 경우 과잉 중복투자가 아니냐는 비난을 우려하던 '무소신한' 서울시에게 연쇄적으로 압력을 가하게 돼 결국 취소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월드컵 경기장 건설과 관련, 서울시가 그간 정부와 체육계, LG그룹의 눈치만 보면서 확고한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는 점도 이번 취소 결정의 한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돔구장 건설이 취소돼 부지가 서울시로 환수됐지만 어차피 이곳이 경마장 자리로 현재 골프연습장으로 활용중이며 앞으로도 체육시설로 사용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어서 민관합작의 `제3섹터' 방식으로 '경제적 규모'의 경기장이 건설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 취소 결정은 설계도를 마련하고 착공을 준비하는 등 2백억원 이르는 초기 투자비가 낭비됐고, 여론이 분열되는 등 부작용도 컸던 만큼 그에 대한 책임소재를 명확히 가려 책임자를 처벌함으로써 그간 '좋은게 좋은것'이라는 행정 관행을 뿌리 뽑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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