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3개월' 현엔 주우정 대표, 리더십 시험대…법적 리스크 산적

'기아 재무통' 출신, 취임 100여 일 만에 대형 사고 직면
중대법 적용·영업정지 가능성…신규 수주·재무 개선 '요원'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가 28일 서울 종로구 본사 빌딩에서 열린 서울세종 고속도로 사고 관련 입장 발표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2025.2.28/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오현주 윤주현 기자 = 현대차그룹 재무통 출신의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064540) 대표이사가 취임 석 달 만에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세종고속도로 붕괴 사고로 위기관리 시험대에 올랐다.

현대엔지니어링 수장에 오른 지 100여 일 만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영업정지 행정처분 등 여러 리스크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엔지니어링 새 수장, 대형 위기…"조사 성실히 임할 것"

주우정 대표는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계동 사옥에서 고속도로 다리 붕괴 사고와 관련 "시공 중인 세종 안성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소중한 생명 잃고 부상한 일어나서는 안 될 사고가 발생했다"며 "유가족분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하고, 다시 한번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날 이뤄진 압수수색과 향후 조사 과정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주 대표는 "있는 대로 투명하게 성실히 임하겠다"며 "당사는 회사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여 피해자 지원 및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있고, 조속한 현장 수습과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관계기관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지원책에 대해서는 "유족들이 필요한 경우 노무사도 연결해 지원하겠다"며 "부상자 생계비로 300만 원을 우선 지급할 것"이라고 했다. 또 사망자 유가족들에게 장례 절차와 산재보험, 유족급여를 지원한다.

다만 주 대표는 이날 구체적인 사고 원인은 밝히지 않았다. 그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여기서 답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취지의 답을 했다.

주 대표는 지난해 11월 말 기아(000270) 재경본부장(부사장)에서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에 올랐다. 기아가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거두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 재무통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주 대표의 취임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이번 사고로 분위기는 달라졌다.

중대재해처벌법·영업정지 처분 가능성…신규 수주도 난항

현재 주 대표는 각종 법적 리스크 대응이 가장 큰 과제다. 사망자 4명, 부상자 6명이 발생한 현대엔지니어링에는 향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이 높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경영책임자의 사고 예방 의무 이행 여부를 살펴본 뒤 문제가 있을 시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유죄 판결을 받은 건설사는 시공능력평가에서 공사실적 10%가 깎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건설산업 기본법 위반을 했다는 판단을 받으면 영업정지까지 받을 수 있다. 건설산업법 82조에 따르면 고의와 과실을 통한 부실시공으로 5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면 1년 내 영업정지를 할 수 있다. 중대한 손괴를 일으켜 공중의 위험을 발생시킨 경우에는 사업자 등록의 말소까지 가능하다.

국토교통부는 사고조사위원회를 꾸리고 사고 원인과 과실 여부 등에 대한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국토부 직권 또는 서울시에 처분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행정 처분 수위가 결정될 전망이다.

신사업 확장과 수익성 개선 작업도 지연될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회계 결산에서 '빅배스'(대규모 손실 대응)를 단행해 1조 2410억 원의 적자를 낸 뒤, 올해 실적 개선을 향한 기대가 컸다. 올해 영업이익 목표치를 6331억 원으로 잡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공사 현장 재시공을 맡을 경우 300억~350억 원 수준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경쟁 건설사의 대형 주택 사고 대비 미미한 규모다. 이번 사고로 향후 공공·민간 건설 사업 수주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4월 전남 무안군 '오룡 힐스테이트'에서 약 6만 건의 무더기 하자가 발생해 품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woobi123@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