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신축 같아요" 첫 수직증축 리모델링 '92년생 송파성지'
임의공급으로 미분양 털고 내년 3월 입주
'동굴' 한계 있지만…"층고·너비 실거주 개선"
서울 지하철 8호선 송파역 2번 출구를 나와 5분가량 걸으면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건설현장에 도착한다. 서울 송파구 송파동의 송파 성지아파트를 리모델링하는 '잠실 더샵 루벤'이다. 기존 골조를 유지한 15층까지는 모두 면적을 넓혔고, 현장을 찾은 15일엔 18층(지상층은 필로티)까지 높이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 단지는 송파구 최대 규모 아파트 단지인 '헬리오시티'(2018년·9510가구)와 직선거리 300m가량 떨어져 있다. 생활권을 공유하는 만큼 분양 홍보관을 헬리오시티 상가에 두기도 했다. 2022년 최초 분양 후 두 차례 임의공급을 거쳐 일반분양을 완료했고, 내년 3월 입주를 앞두고 있다.
위에 얹은 29가구 일반분양…"신축만큼 높고 넓어"
1992년 준공된 송파 성지는 지하 2층, 지상 15층, 2개동, 298가구 규모 아파트였다. 리모델링을 통해 지하 3층, 지상 18층, 2개동, 327가구 규모의 잠실 더샵 루벤으로 탈바꿈한다. 포스코이앤씨는 골조를 남기고 수평증축으로 살을 붙인 뒤 그 위에 3개 층을 쌓는 수직증축 방식을 적용했다. 용적률은 274.26%에서 429.79%로 높아졌다.
잠실 더샵 루벤은 주택법 개정으로 수직증축이 허용된 2014년 이후 최초로 착공했고 준공을 앞둔 단지다. 2016년 1차 안전진단, 2017년 1차 안전성 검토, 2020년 2차 안전성 검토, 2021년 2차 안전진단 단계를 차근차근 밟았다. 2022년 1월 착공했으며 현재 공정률은 80% 수준이다.
수평증축으로 전용면적 22㎡, 발코니 확장 16.4㎡ 등 실거주 면적이 약 38.4㎡(11.6평) 늘어나는 효과를 냈다. 기존 전용 66㎡(25평)과 84㎡(30평)에 살던 조합원은 리모델링 후 83㎡(32평), 106㎡(40평)를 각각 배정받았다.
수직증축으로 추가된 29가구는 모두 106㎡(40평)로 일반분양했다. 새로 얹은 3개층 중 16~17층이 대부분 일반분양 몫이다. 지상층엔 필로티를 설치하고 엘리베이터를 통해 모든 가구를 주차장인 지하층과 직접 연결했다.
지하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최상층인 17층(필로티 포함 시 18층) 세대 내부로 들어섰다. 리모델링 평면 특유의 동굴 같은 복도를 지나니 넓은 거실이 나타났다. 수평증축을 통해 기존 면적의 3분의 1 정도가 새로 생겨났다. 천장 높이는 도면 기준 2.3m로 신축 아파트 못지않았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층고와 바닥 두께가 신축 아파트와 똑같다"며 "신축 4베이와 비교할 순 없겠지만 앞뒤로 10평 넘게 늘렸다"고 설명했다. 현장을 찾은 한 리모델링 조합장은 "신축은 가로, 리모델링은 세로로 길어진다"며 "조합원 입장에선 기존에 살던 2베이와 비교하면 개방감이 충분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조합은 상품성이 높은 16~17층을 일반분양함으로써 사업성을 꾀했다. 2022년 3월 일반분양 당시 분양가는 3.3㎡(평)당 6500만원 수준인 26억원에 책정했다. 일반분양 물량이 29가구라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아서다. 23가구가 미계약되면서 올해 3월과 4월 임의공급을 실시했다. 분양가는 25% 넘게 할인한 19억4600만원에 나왔다. 현재는 29가구 모두 계약을 마쳤다.
"리모델링도 주택공급 효과" 정책적 관심 촉구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은 재건축, 재개발만큼 리모델링도 주택공급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리모델링 주택조합 협의회(서리협)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에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아파트는 조합 80곳, 추진위원회 62곳 등 총 142곳(12만가구)이다. 서리협은 향후 10년간 신규로 공급할 수 있는 주택 수가 14만가구(일반분양 2만가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정태 서리협 회장은 "8.8 부동산 공급 대책에 재건축과 재개발 활성화만 담겨 아쉬웠다"며 "리모델링은 주택의 장수명화를 도모하는 동시에 주거의 질을 조기에 개선할 수 있고 도심지에 신규 주택을 공급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직증축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서는 1·2차 안전성 검토 절차를 통합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서 회장은 "별동 증축할 부지가 없는 경우 수평증축을 하면 건물이 빽빽해지는 단점이 있다. 반면 수직증축은 쾌적하다"며 "1·2차 안전성 검토가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통합 심의하는 방안을 법제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원식 포스코이앤씨 리모델링영업실장(상무)은 "시공 중인 현장을 공개하는 게 부담스러운 일이지만 리모델링이 국가 부동산 정책에 부합하는 사업이라는 걸 설명하기 위해서 자리를 마련했다"며 "재건축은 준공 30년이 지나야 하지만 리모델링은 15년만 지나도 사업에 착수할 수 있어 신속하게 노후주택을 정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상무는 "리모델링도 재건축, 재개발 못지않게 도심지에 신규주택을 공급하는 효과가 있다"며 "현재 공사 중인 분당 지역 프로젝트 675가구를 비롯해 그간 수주한 사업지에서 4600가구 넘는 신규 주택을 순차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진수 (jskim@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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