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비 반값만 받을게요"…착한 중개사는 '왕따' 당했다
[편집자주] 10억짜리 아파트를 사거나 팔때 내는 중개수수료 500만원. 집값에 비해 작아보이지만, 대한민국 직장인 평균 월급보다 큰 금액이다. 법이 정한 상한수수료율은 말 그대로 '상한선'이지 '최소'가 아니다. 하지만 한국 공인중개사 상당수는 수수료를 '최대'로 받고 있다. 왜 이런 관행이 생겼을까. 이런 관행은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부동산 중개 수수료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아파트 거래가액 자체가 높아지면서 거래가액에 비례해 적용되는 중개 수수료도 치솟고 있어서다. 예컨대 10억원짜리 아파트를 매수·매도하는 거래 한 건으로 중개업자는 최대 1000만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이같은 구조가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직방, 다방, 우대빵부동산 등 프롭테크(PropTech) 기업들은 최근 몇년 새 중개 수수료 인하 등 프로모션을 진행해 왔다. 소비자들에게 더 저렴한 수수료를 제공해 플랫폼 이용 동기를 제공하는 전략이다. 하지만 기존 중개업자들의 불만이 컸다. 수수료를 크게 할인하는 중개업자가 '왕따'를 당하는 등 업계 내에서 암묵적인 카르텔이 존재한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부동산 공인중개사들끼리 모임을 만들고 매물을 독점, 높은 수수료를 받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검찰에 따르면 개업공인중개사 A씨 등은 2021년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서 '가락회'라는 공인중개사 회원제 모임을 만들고 비회원들의 공동중개 요청을 거절하는 등 중개를 막은 혐의로 2021년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신규 회원에게 가입회비 명목으로 2000만~3000만원씩 회비를 걷었다.
이들의 담합 행위로 소비자들은 높은 중개수수료를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A씨 등 4명은 1심과 2심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범행은 공인중개사법의 개정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로서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또 "피고인들의 행위는 결과적으로 중개업소를 통해 매매·임대차 등 각종 부동산 관련 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불특정 다수 고객의 선택권을 부당하게 침해한다는 점에서도 죄질이 좋지 않다"고 했다.
특히 '후발주자'로 중개업계에 뛰어든 프롭테크 플랫폼은 중개수수료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2021년 중개수수료 인하가 논의, 진행되면서 일부 플랫폼은 타격을 입기도 했다. 수익 구조가 중개업자들의 광고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중개업자의 수익이 줄어들면 자연히 광고 지출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수료 인하를 언급하는 것은 플랫폼 업계에서 금기시되는 경향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플랫폼은 매물 광고 시 중개수수료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기도 한다"며 "중개업자들 간에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시장 구조를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관행 아래 부동산 중개수수료 문제는 여전히 민감한 주제다. 수수료를 인하하거나 면제하는 프로모션이 최근 플랫폼에서도 눈에띄게 줄어든 이유다.
그럼에도 일부 중소형 플랫폼들은 이용자 트래픽 확보를 위해 중개수수료 인하 또는 면제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매수인에게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형태의 프로모션은 특히 젊은 층의 호응을 얻는다. 젊은 세대는 부동산 거래 시 중개수수료에 민감한 경향이 있다. 직접적인 불만을 표출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 소규모 주택을 거래할 때 발생하는 수수료가 20만~60만원 수준인데, 이에 대해 중개업자들이 실질적으로 하는 일이 많지 않다는 인식이 퍼져있다. 실제로 중개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수수료가 과하다는 불만을 나타냈다.
일각에선 국내 중개수수료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국에서는 매도인이 중개수수료 전액을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매수인의 금전적 부담을 줄여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매수인의 초기비용 부담이 줄어들면 매입 의사도 높아지기 때문에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개수수료는 단순히 비용 문제가 아니라, 거래 활성화와 투명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한정된 수수료 체계를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보다는 각 거래 상황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아파트 전세나 월세 계약에서는 임대인이 급할 경우 상한 수수료에 웃돈을 얹어 주기도 하는데, 이는 서로의 계약 조건에 따라 유동적으로 조정되기 때문에 일률적인 수수료 체계보다 거래의 특수성을 반영한 시스템이 더 적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70대 친모 성폭행한 아들…유원지서 외조카 성폭행 시도도 - 머니투데이
- 나솔 19기 순자 충격 근황... '공항서 강제입원' 목격담 확산 - 머니투데이
- "살려주세요" 비명소리에…짜장면 먹다 뛰어간 경찰관 이웃 살렸다 - 머니투데이
- '비인두암 투병' 김우빈, 6개월 시한부 충격에도…"이건 기회" 왜? - 머니투데이
- '이혼' 함소원 "전남편 진화와 동거, 스킨십도 많이 해" - 머니투데이
- 이마트vs롯데마트, 엇갈린 성적표...포트폴리오가 갈랐다 - 머니투데이
- '기적의 비만약'이라더니…"5명 중 1명은 효과 없다" - 머니투데이
- "결혼식인지 장례식장인지?" 제니 '검정 하객룩' 놓고 해외서 논란 - 머니투데이
- 이혜정, 4000억 주식 '대박' 백종원에 "속상…스트레스에 잠도 설쳐" - 머니투데이
- 여야의정 3차 회의서도 '의대 증원' 평행선…'의평원' 논의는 진전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