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1채 집주인도 청약 땐 ‘무주택자’?
가점 최대 32점 올라 청약 시장 경쟁 과열 우려…역차별 논란도
앞으로는 전용면적 85㎡ 이하, 공시가격 5억원 이하인 서울 빌라를 1채 보유한 사람들도 청약 시 무주택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 신축 아파트 공급은 줄어들고 청약 시장에 진입하는 수요는 늘어나면서 ‘병목 현상’이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8일 발표한 공급대책에는 단독·다가구·연립·다세대·도시형 생활주택 등 비아파트를 구입하는 이들을 청약 시 무주택자로 인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규정은 비아파트를 새로 구입하려는 수요자뿐 아니라 기존에 비아파트 1채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개정안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을 거쳐 오는 11월부터 시행된다.
청약 시 무주택자 인정 범위도 대폭 넓어졌다. 현재는 전용면적 60㎡ 이하, 공시가격 수도권 기준 1억6000만원(지방 1억원) 이하의 비아파트 소유자만 무주택자로 인정받는다. 개정안에서는 전용면적 85㎡ 이하, 공시가격 수도권 기준 5억원(지방 3억원) 이하까지 기준이 상향된다.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69%임을 고려하면 시세가 약 7억2000만원인 빌라까지도 무주택 인정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는 이번 개정으로 아파트 전세 대신 빌라 매매에 나서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늘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아파트보다 빨리 지을 수 있는 비아파트로 수요를 분산해 서울·수도권 전세·매매값 동반 상승세를 안정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첫째주(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값은 20주 연속, 전셋값은 64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더 우세하다. 청약 시 무주택 지위 인정만으로 실수요자들의 아파트 선호 흐름을 뒤집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비아파트는 다주택자들이 월세 수익 목적으로 사는 주택 유형”이라며 “아파트를 원하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잘 팔리지도 않는 비아파트 매수에 나설 유인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청약 경쟁률이 더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번 개정으로 국토부 기준을 충족한 비아파트를 소유한 이들의 무주택 기간별 가점은 0점에서 최대 32점(15년 이상 보유)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 소유 이력이 이것 외에 없었다면 생애최초 등 특별공급에도 지원할 수 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올해 초 민영주택 일반공급 가점제에서 배우자 통장 가입 기간을 합산할 수 있도록 한 후 청약 점수 인플레이션이 심화했다”며 “매매에서 청약 시장으로 진입하게 될 비아파트 보유자들의 가점까지 합산되면 경쟁률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도 “경쟁이 몰리는 서울·수도권 선호 단지는 공급이 제한된 반면 수요층은 더 넓어졌다”고 말했다.
청약 가점을 위해 오랜 기간 임차 생활을 했던 40·50대 입장에서는 ‘역차별’이라는 비판을 제기할 수도 있다. 정부는 이번 개편으로 무주택 지위를 회복하는 비아파트 보유자들은 소수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빌라는 한 채보다는 여러 채를 보유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데다, 한 채만 소유하고 있는 이들 중 청약통장을 유지하고 있는 비율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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