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이 위암보다 많아진 속사정... 가장 나쁜 식습관은?

김용 2024. 6. 1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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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의 헬스앤]
위암 예방을 위해 덜 짜게 먹는 식습관이 중요하다. 소금에 절인 음식보다 생채소-과일을 자주 먹어야 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남편의 위암 사망 후 저도 위암으로 고생했어요. 다행히 완치 판정을 받았습니다"(위암 생존자)

"항문에서 피가 나면 선홍색, 붉은색을 따지지 말고 검사를 빨리 해야 합니다"(대장암 생존자)

해마다 28만명에 육박하는 암 환자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표 보건복지부-중앙암등록본부의 국가암등록통계를 보면 2021년에만 27만 7523명의 신규 환자가 발생했다. 국내 전체 질병 가운데 사망 원인 1위다. 환자 수도 많고 가장 위험한 병이 바로 암이다. 나와는 관계 없을 것 같던 암이 가까이 접근하고 있다. 가족 중에 암 환자가 나오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다. 국가암정보센터나 암 환우회 등에는 힘겹게 암을 이겨낸 암 생존자들의 투병기가 올라와 있다.

대장암과 위암은 오랫동안 내 가족과 이웃들을 괴롭히는 암이다. 주목할 점은 대장암이 장기간 국내 발생 암 1위였던 위암을 제치고 최다 암 자리를 굳힐 기세다. 고기 구이 유행 등 식습관의 변화가 암 발생 순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장암은 2021년 3만 2751명의 신규 환자가 나왔다. 갑상선암에 이어 국내 최다암 2위다. 위암은 2만 9361명으로 전체 암 4위다. 3위가 폐암(3만 1616명)이다. 위암은 4위로 내려앉았지만 여전히 매년 3만명에 달하는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대장암 드물었던 그 시절... 의사도 진로를 고민했다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대장 내시경 전문의가 드물었다. 대장암 환자가 워낙 적으니 대장 전공을 희망하는 의사 숫자도 적었다. 60대 후반 소화기내과 의사는 "대장을 전공한다고 하니 주위에서 말리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대장 관련 환자가 적어 의사로서 장래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미국 연수 중에 대장 전문의의 길을 선택한 그의 결정은 옳았다. 귀국 후 불과 2~3년이 지나자 대장암이 늘기 시작했다. 그는 환자 진료는 물론 동료 교수들을 지도하기 바빴다. 국내 최고의 대장 명의가 된 것이다.

지금은 거리마다 '대장 내시경 검진' 간판이 흔하다. 삼겹살 등 고기 구이가 회식의 주메뉴가 된 것은 1990년 이후로 볼 수 있다. 이전에는 고기는 수육 형태로 삶아서 먹었고 반찬은 나물 등 채소가 주재료였다. 배달 음식 시장도 커지면서 튀김 닭 등 기름진 형태의 음식이 일상의 음식이 됐다. 조상 대대로 나물 반찬에 길들여졌던 몸속의 대장이 깜짝 놀라 요동칠 수밖에 없다. 채소에 익숙했던 대장 점막에 돌연변이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물이 엄청난 기세로 늘고 있는 대장암이다.

화장실에서 살피는 대장암 증상... "스스로 판단하지 마세요"

대장암은 대장, 직장에 생긴 암이어서 화장실에서 증상이 많이 나타난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대장암에 걸리면 배변 습관의 변화가 생긴다. 갑자기 변을 보기 힘들어지거나 변 보는 횟수가 달라진다. 설사, 변비 또는 배변 후 변이 남은 듯 불편한 느낌이 있다. 혈변 또는 끈적한 점액변, 예전보다 가늘어진 변도 보인다. 이때 "치질인가?" 지레짐작 하지 말고 소화기내과 전문의와 상담하는 게 안전하다. 앞에서 사례로 든 대장암 완치자는 "항문에서 피가 나면 선홍색, 붉은색을 따지지 말고 검사를 빨리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장암은 항문 손실 위험도 크다. 고열량-고포화지방 위주, 채소를 싫어하는 식습관이 주요 원인이지만 앉아 있는 시간이 긴 사람도 위험하다.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장 운동이 줄어 암세포가 움틀 환경이 만들어진다. 대장암 증상은 이밖에 복통이나 복부 팽만, 체중이나 근력의 감소, 피로감, 식욕 부진, 소화 불량, 메스꺼움과 구토, 복부에서 덩어리 같은 것이 만져진다.

냉장고 없어 소금에 절여 먹던 식습관...동아시아에서 위암 많은 이유?

위암은 국내에서 역사가 오랜 암 중의 하나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음식을 소금에 절여서 보관하는 습관이 위험요인 중 하나다. 나물 위주의 반찬은 짜고 찌개, 국에도 소금이 많이 들어간다. 아이들도 부모의 식습관을 닮아 식당에서 설렁탕이 나오면 간도 보지 않고 소금부터 듬뿍 넣는다. 여기에 소금에 절인 깍두기, 배추김치도 많이 먹는다. 고기를 태워서 먹는 습관도 위 점막을 해치는 요인이다. 건강을 위해 소금도 먹어야 한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권장량(5g)의 2~3배를 먹으면 위 점막에 상처가 날 수밖에 없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ational Cancer Institute)에 따르면 위암은 미국과 서구보다 동아시아, 중남미 국가에서 더 흔하다. 소금에 절인 음식이나 훈제 음식, 생과일과 채소를 덜 먹는 식습관이 있는 국가에서 위암 위험이 더 높다. 특히 동아시아인들은 소금에 절인 채소나 생선을 많이 먹기 때문에 위암 발병률이 높다. 짠 된장국과 소금에 절인 반찬이 주요 식사 메뉴인 일본도 위암이 최다 암 중의 하나다.

"시간 없어서" "다른 일 때문에"... 내 생명 위한 일보다 긴급한 일 있을까?

국가암등록통계에 의하면 2021년 2만 9361명의 위암 신규환자 가운데 상대적으로 음주-흡연을 덜 하는 여성이 1만여 명(9828명)이나 된다. 연령대는 50~60대가 50.6%를 차지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누적된 나쁜 식습관이 위 점막에 암세포를 키운 것이다. 찌개를 여럿이 떠먹는 문화는 헬리코박터균을 옮길 수 있다. 가족 중 위암 환자가 2명 생긴 것은 유전 외에 같은 식습관 공유 때문이다. 남편을 위암으로 여의고 본인도 위암을 겪은 것은 가족 간의 오랜 식습관 공유 때문으로 보인다. 위암의 증상은 속쓰림, 소화불량, 윗배의 불쾌감-팽만감-통증, 체중 감소, 빈혈 등이다.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다.

대장암, 위암은 가장 많은 암이지만 사망률이 매우 높다. 대장암은 폐암, 간암에 사망률 3위, 위암은 5위다. 40세 이상 건강보험 가입자는 2년마다 위내시경 검사를 할 수 있다. 대장암은 50세 이상 대변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내시경으로 확인한다. 대장암, 위암은 내시경이라는 확실한 예방 및 조기 발견법이 있다.

내 몸에 관심을 기울여야 암을 예방하고 일찍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도 "시간이 없어서" "다른 일 때문에" 미루는 사람이 있다. 내 생명을 위한 일보다 더 긴급하고 소중한 일이 있을까?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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