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숙의 집수다] 거래 늘고 신고가 찍고…서울 아파트 시장 어디로?
5월 거래량 5천건 돌파 가능성…최근 5년 평균치보다 많아
'똘똘한 한 채' 선호 심리 확산…"가격 상승세 당분간 지속될 듯"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 분위기가 심상찮다.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이 늘고 역대 최고가에도 팔려나간다.
지난 5월 거래량은 아직 신고기한이 남아 있는데도 이미 4월 거래량에 육박했고, 신고가를 경신하는 단지도 늘고 있다.
야당발(發)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폐지는 회복 조짐이 완연한 서울 아파트 시장에 불을 붙인 모양새다.
서울 아파트 시장은 어디로 가나.
신고기한 남았는데 5월 거래량 4월의 92%…곳곳에서 신고가 거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13일 기준 4천24건에 이른다.
이는 4월 거래량(4천366건)의 92.2% 수준으로, 5월 계약분의 신고기한이 이달 말까지인 것을 감안하면 지난달 거래량은 전 달 거래량을 뛰어넘어 5천건에 달하거나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중 서울 25개구 가운데 8개구에서 이미 지난달 거래량이 전월 거래량을 넘어섰다.
평소 아파트 거래가 많지 않은 종로구에서 지난달 48건 계약돼 전월(23건)의 2배를 넘었고, 목동 신시가지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양천구에서 188건이 신고돼 4월 계약(150건)의 125.3% 증가했다.
또 강동구(248건), 강북구(66건), 성동구(245건), 은평구(182건), 관악구(113건), 용산구(64건)의 경우 이미 전월 거래량과 같거나 많다.
여기에 중랑구의 5월 거래신고건이 128건으로 전월(130건)에 육박했고, 중구(49건), 동대문구(179건), 노원구(291건) 등 6곳의 거래량은 전월 대비 90%를 넘어서며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최근 두달 연속 월 4천∼5천건 수준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과거 주택시장 호황기에 월 1만건을 훌쩍 넘었던 것과 비교할 때 많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주택자 보유세 급등, 아파트 매입임대사업자 제도 폐지 등으로 다주택자의 갭투자가 급감하고 실수요자 위주로 주택시장이 재편된 2020년 이후의 월 거래량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이는 최근 5년(2019∼2023년) 서울 아파트 월평균 거래량(4천176건)도 뛰어넘는 것이다. 최근 5년 월평균 거래량은 2∼3년 전까지만 해도 6천건 수준이었으나 2022년과 2023년 거래 부진으로 4천건대로 떨어졌다.
거래가 증가하면서 일부 단지에서는 최근 매매가격이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거나 최고가에 육박한 단지들이 늘고 있다.
재건축이 추진 중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는 지난달 신현대11차 전용면적 183.41㎡ 3층이 역대 최고가인 69억원, 현대6차 전용 196.7㎡가 71억원에 팔리는 등 연일 신고가 행진이다.
또 신축 아파트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면적 84㎡는 작년 8월 입주 후 40억∼43억원대에 매매가 이뤄진 뒤 현재 매물 시세가 최고 50억원에 달한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99㎡는 이달 1일 24억8천만원에 팔려 2022년 4월 역대 최고가(26억5천만원)의 91.9%까지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실거래가지수는 2021년 10월 189.3으로 역대 최고를 찍은 뒤 2022년 10월 고점 대비 75.4%(142.7)까지 떨어졌다가 올해 3월 83.9%(158.7)까지 회복한 상태다.
매수심리가 회복세는 다른 지표에서도 확연하다.
지난주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하는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5.7로 2021년 11월 마지막 주(98) 이후 약 2년 반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야당 종부세 완화 발언에 감세 기대감…똘똘한 한 채 찾아 움직여
4월 총선 직후만 해도 시장의 분위기는 신중했다. 여당이 총선에 참패하면서 각종 규제완화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3월 들어 다시 살아나던 가격 상승 분위기도 한풀 꺾이는 듯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에도 4월부터 코픽스(COFIX) 등 지표금리 하락과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가산금리 조정 등으로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하락하며 매수세에 불을 지폈다.
한때 6∼7%까지 치솟았던 주담대 금리는 최근 3%대 후반으로 떨어졌고,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까지 겹치며 대출 수요가 증가 추세다.
9억원 이하 주택에 지원되는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금융도 중저가 주택 매수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전세사기 여파로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1년 이상 이어지는 데다 내년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줄어들고, 대체재인 빌라 신축마저 급감하면서 불안심리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공사비와 분양가 상승세가 지속되며 구축 아파트 매수로 이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공사비 상승과 금리 인상에 따른 신규 주택 공급 감소로 최근 시장의 어젠다가 수요에서 공급으로 옮겨간 상태"라며 "비싼 분양가를 내고 청약을 하느니 차라리 구축 급매물을 사는 게 낫다고 판단한 실수요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야당에서 불 지핀 1주택자 종부세 폐지 등 감세 움직임은 관망하던 대기 수요자들을 매수세로 끌어들이고 있다.
그간 정부와 여당은 일찌감치 공약으로 종부세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등 징벌적 과세 폐지를 주장해왔지만, 다수 의석을 확보한 야당의 반대에 막혀 법 개정이 불가능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일부 야당 의원들이 직접 종부세 감세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관련 법 개정 내지 추가 완화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재건축 단지에서는 이참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논의도 공론화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나온다.
이 때문에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닌 지역에서는 전세를 끼고 미리 집을 사두는 갭투자 형태의 매수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중개사무소 대표는 "정치권의 감세 논의로 세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수 심리를 자극하는 측면이 있다"며 "확실히 전보다 거래가 수월해지는 등 심리적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도 "최근 절대 거래량이 많진 않지만, 고가주택을 선뜻 구매하는 등 이전과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며 "집주인이 호가를 높여 불러도 매수자가 붙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주택자 종부세를 폐지하면 '똘똘한 한 채' 선호도가 더욱 높아지면서 강남권을 비롯한 인기지역의 아파트로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분간 아파트값도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일각에서는 하반기에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경우 전셋값 상승, 내년 공급 부족 사태와 맞물려 2∼3년간 상승랠리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관리승계연구소장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연초 2차 반등 후 회복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금리 인하가 단행되면 서울 역세권의 대단지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다만 "스트레스 DSR 등 대출 규제는 강화되는 분위기고, 물가 부담 등에 따른 경기회복도 쉽지 않아 급격한 수요 확산과 전반적인 가격 반등 국면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서울 등 인기지역과 신축 아파트 위주로 수요가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s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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