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 내도 내 집에 살 수 없다니…" 당첨자들 '발 동동' [이송렬의 우주인]

이송렬 2024. 5. 11.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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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경 한국레지던스연합 회장 인터뷰
'롯데캐슬 르웨스트' 8월 준공 앞두고 수분양자 '발동동'
"거주 문제 해결 안 돼…잔금도 못 치를 상황"
지난해 비아파트 청약 광풍을 일으켰던 롯데캐슬 르웨스트 현장 전경. /사진=이송렬 기자.


2021년 8월 비가 추적추적 내려 머리부터 발끝까지 찝찝하던 어느 여름날.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있는 '롯데캐슬 르웨스트' 생활형숙박시설 계약이 진행되는 모델하우스 현장에 이른바 ‘떴다방’으로 추정되는 부동산 관계자들과 웃돈(프리미엄)을 받고 팔려는 당첨자들이 몰렸다.

다들 어깨에는 우산을 걸치고 한 손에는 수첩을, 또 다른 한 손엔 휴대전화를 들고 어디론가 바쁘게 전화를 거는 모습이었다. 분양가가 20억9400만원으로 가장 비쌌던 전용 111㎡ RRR(로열동·로열층·로얄라인) 분양권에는 웃돈이 2억원까지 붙었다. 가장 작은 면적대였던 전용 49㎡에도 수천만원의 웃돈이 형성되기도 했다.

오는 8월 롯데캐슬 르웨스트가 준공된다. 하지만 생활형숙박시설이 다 지어진다고 해도 수분양자들은 들어가서 살 수 없다. 송민경 한국레지던스연합 회장은 최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분양받아 중도금을 내는 곳에 거주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 "준공이 점점 다가오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송민경 한국레지던스연합 회장이 생활형숙박시설 수분양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기자


수분양자들이 롯데캐슬 르웨스트를 분양받았던 데는 이유가 있다. 이 생활형숙박시설이 분양했던 2021년은 집값이 가파르게 치솟을 때였다. 아파트값이 빠르게 오르다 보니 아파트의 대체재인 주거형 오피스텔이 치솟았고 오피스텔도 사지 못할 것이란 불안함은 예비 청약자들을 생활형숙박시설이라는 새로운 대체재로 이끌었다.

송민경 회장은 "당시 집값이 너무 빠르게 오르다 보니 '지금이 아니면 내 집 마련은 할 수 없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했다"며 "아파트는 가점이 높아서 넣어볼 엄두도 내지 못했고, 오피스텔은 경쟁률이 치열했다. 생활형숙박시설은 분양할 당시 전입신고가 가능하고 주택 수에도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 등 상대적으로 다른 주택들보다 문턱이 낮았기 때문에 청약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롯데캐슬 르웨스트 분양을 앞두고 국토교통부가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생활형숙박시설의 주택 용도 사용을 금지했다는 점이다. 들어가 살 수 없단 얘기다. 만약 이를 무시하고 살게 된다면 매년 시가표준액의 1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다만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지 않는 유예기간을 뒀는데, 이 유예기간은 올해 말 만료된다.

송 회장은 "분양할 때만 해도 분양받은 호실을 위탁운영사에 맡겨 장기 임대하는 형태로 거주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장기 임대 방식의 거주도 할 수 없다"면서 "현재로선 수분양자들이 입주할 수 있는 방법은 전무하다"고 토로했다.

생활형숙박시설 수분양자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에 나섰다. 사진=한국레지던스연합


거주가 불가능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중도금과 잔금을 낼 수 있는 방법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롯데캐슬 르웨스트를 계약 조건을 보면 계약금 10%, 중도금은 1~6차 60%, 잔금 30%로 진행된다. 분양가가 20억9400만원으로 가장 높은 전용 111㎡ 기준으로 계약금 2억940만원, 중도금은 2억940만원씩 6번, 잔금은 6억2820만원이다.

송 회장은 "거주를 할 수 없는 건축물이기 때문에 아파트나 오피스텔보다 감정가가 상대적으로 더 낮게 잡힌다"면서 "예컨대 전용 111㎡ 기준으로 분양가는 20억원이지만 감정가는 이에 절반 수준밖에 되질 않는다. 담보인정비율(LTV) 등 규제를 고려하면 대출받을 수 있는 자금은 더 적다"고 말했다.

이어 "거주가 불가능한 상품이 되면서 금융사에서도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면서 "중도금 6회차부터 대출이 나오지 않았다. 이런 식이라면 잔금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거의 10억원 가까운 자금을 끌어와야 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롯데캐슬 르웨스트 수분양자 416명은 롯데건설에도 책임이 있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시공사와 분양대행사, 시행사 등을 상대로 '사기 분양 계약의 취소를 구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롯데캐슬 르웨스트 사고 현장 모습. 사진=온라인커뮤니티


그는 "롯데건설은 롯데캐슬 르웨스트를 홍보할 때 입주민, 집, 주택, 입주, 직주근접, 주거 등 생활형숙박시설이 집으로 오해할만한 단어나 문구를 반복적으로 사용했다"며 "생활형숙박시설은 전세나 월세 등 임대차가 불가능하지만, 이 역시 가능한 것으로 홍보했다"고 주장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롯데캐슬 르웨스트 공사 현장에선 사고가 발생했다. 지하 주차장 4층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하다가 콘크리트가 지하 5층으로 약 3m 정도 주저앉았다. 사고로 근로자 2명이 부상을 입었고, 위층이 무너지면서 바로 아래층인 지하 5층에 주차된 근로자들의 차량이 일부 파손됐다. 수분양자들은 지난 7일 강서 구청을 찾아 집단 민원을 제기했다.

송 회장은 "롯데건설은 사고를 드러나지 않게 가리기에만 급급했다"며 "사고가 났으니 공사를 멈추고 다른 문제는 없는지 안전진단을 실시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송민경 회장은 "지금 생활형숙박시설 수분양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내 집에서 살게만 해달라'는 것"이라면서 "정부가 생활형숙박시설은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준주택으로 인정해주면 거주 문제가 해결돼 현재 직면한 위기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수분양자들이 개인 파산하는 것은 물론 극단적인 일도 벌어질 수 있다고 본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송민경 회장은 한국레지던스연합을 이끌면서 마곡 르웨스트 수분양자협회 회장, 전국비아파트 총연맹 부회장을 함께 맡고 있다. 한국레지던스연합은 전국레지던스연합에서 수분양자들만 분리된 곳으로 이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우주인. 집우(宇), 집주(宙), 사람인(人). 우리나라에서 집이 갖는 상징성은 남다릅니다. 생활과 휴식의 공간이 돼야 하는 집은, 어느 순간 재테크와 맞물려 손에 쥐지 못하면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게 만드는 것이 됐습니다. '이송렬의 우주인'을 통해 부동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사람을 통해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글=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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