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진짜 ‘반값아파트’ 될 수 있을까[황재성의 황금알]

황재성 기자 2024. 3. 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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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토지임대부 분양주택도 자유롭게 사고 판다
2: 의무 거주 5년, 전매 제한 10년 넘으면 허용
3: 분양가 고공 행진에 ‘반값 분양가’ 장점 주목
4: 서울 택지난에 공급 물량 적어 효과에 한계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
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국토교통부는 ‘반값 아파트’로 불리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공급 활성화를 위해 당첨 된 뒤 10년 이 지나면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개인 간 거래 가능해진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4일 발표한 보도자료의 제목입니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토지의 소유권은 사업계획의 승인을 받아 건설사업을 하는 공공사업자(한국토지주택공사(LH)․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갖고, 분양 대상 건축물의 소유권은 분양받은 사람이 갖는 주택을 말합니다.

이 주택은 분양자가 토지 소유권을 가질 수 없는 만큼 분양가에서 땅값이 제외됩니다. 그만큼 분양가를 낮출 수 있습니다. 특히 땅값이 분양가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서울지역이라면 저렴한 새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습니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 ‘반값 아파트’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국토부 보도자료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관련 주택법이 개정됨에 따라 이를 실행하기 위한 세부 규정을 담은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핵심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거주의무기간을 5년, 전매제한기간을 10년으로 하고 이를 충족한 경우라면 개인 간 거래를 허용하겠다는 것입니다.

현재 토임대부 분양주택은 개인 간 거래가 금지돼 있습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공공성을 강화한다며 LH에만 팔 수 있도록 강제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를 바꾸겠다는 것입니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해 5일 누리집에 올린 ‘조문별 제·개정 이유서(주택법 시행령)’에서 이번 조치의 목적을 크게 세 가지로 소개했습니다.

첫 번째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 ‘서민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당 주택 보유기간에 따라 전매 차익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분양되는 만큼 분양자가 적잖은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해당 주택을 분양받은 사람이 이를 발판 삼아 보다 나은 환경을 갖춘 주택을 얻을 수 있는 발판으로 삼도록 만들겠다는 뜻입니다.

두 번째는 “10년의 전매제한기간을 둠으로써 주택 투자자가 저렴한 주택을 분양받은 뒤 분양가보다 높은 전세금을 받아 수익을 챙긴다는 비판의 해소”입니다. 투자 목적으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분양받는 일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마지막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에 대한 수요 증가와 공급 활성화를 유도하고, 이를 통한 서민 주거 안정에 대한 기여”입니다. 즉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공급 활성화에 필요한 수요 확보를 위해 분양받은 사람이 안정적인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중도 환매를 전담해야 하는 LH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활성화를 위한 걸림돌을 해소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룹니다. 하지만 “공공임대주택 공급 활성화가 중요하다”는 입장의 일부 전문가들은 “로또 아파트만 양산할 뿐 공공성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며 비판했습니다.

정부의 기대대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서민의 주거 사다리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요. 이번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세부 내용을 따져보려는 이유입니다.

● 6월 시행 목표로 관련 법령 개정 중

정부는 개정안을 다음달 15일까지 입법 예고하고, 확정안을 만든 뒤 관련 절차를 거쳐 올해 6월 27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에 거주의무가 신설됩니다. 그 기간은 5년입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에 대해 주변시세에 따라 최대 5년의 의무 거주 기간을 적용한 점을 고려한 결정입니다. 이에 따라 해당 주택은 분양받은 사람은 최초 입주한 날로부터 5년 동안 반드시 계속 거주해야만 합니다.

전매제한기간도 신설됩니다. 기간은 10년입니다. 일반 분양주택의 전매기간(최대 3년)과 비교하면 매우 깁니다. 정부는 이에 대해 “다른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보다 더 저렴하게 공급되기에 전매 행위 제한 기간을 10년으로 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매제한기간은 청약 당첨 발표일부터 시작됩니다. 따라서 실제 입주한 날로 따지면 전체 기간은 8~9년 정도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 조치로 전매제한기간이 지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개인 간 거래가 가능해졌습니다. 다만 거주의무기간이 끝나기 전에 매도하고 싶다면 LH에만 팔 수 있습니다. 이때 매도가는 입주금에다 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이자율을 적용한 이자를 더한 금액(매입비용)입니다.

거주의무기간은 채웠지만 전매제한기간이 남은 경우라면 LH에만 팔 수 있습니다. 다만 이때 매도가격은 입주금에다 시세 차익의 70%를 더한 금액입니다. 이때 시세 차익은 감정평가사 감정한 가격에서 입주금을 뺀 금액입니다.

전매제한기간 중 매도하려면 ‘전매행위 동의신청서’를 작성해 LH의 동의를 얻어야만 합니다. LH는 신청 접수한 날로부터 14일 이내 처리 여부를 통보해야 합니다.

이번에 신설된 전매 행위 동의신청서에서 허용하는 전매 허용 사유는 8가지입니다. ①근무․생업․질병․취학․결혼 ②상속주택으로 이전 ③해외이주 또는 체류 ④이혼으로 배우자에게 이전 ⑤공익사업․이주대책 ⑥경매․공매 ⑦일부를 배우자에게 증여 ⑧실직․파산․신용불량 등입니다.

공공사업자는 이런 과정을 거쳐 사들인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에 대해서는 취득금액에 이자와 취득세, 재산세, 등기비용 등 각종 경비를 포함한 금액 이하로 무주택자에게 재공급해야만 합니다. 재공급받은 사람은 잔여 거주의무기간과과 전매제한기간만 지키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이번 개정안에서 정부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분양받은 사람이 내야할 토지임대료를 선납할 경우 이자만큼 할인해주기로 했습니다. 이때 이자율은 은행의 3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이자율 이상을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 1월 분양 물량도 청약 경쟁 치열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저렴한 분양가격이 주목받으면서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서 두 차례 진행한 사전청약에서는 수십 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류을 보였다. 사진은 마곡지구를 상징하는 ‘LG사이언스 파크’ 전경이다. LG 제공
국토부는 이번 조치가 마중물이 돼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인기가 더욱 높아질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성수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보도자료에서 “이번 개정을 통해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10년 보유한 뒤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공공택지 등에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그동안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 ‘반값 아파트’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공공사업자에만 매각이 가능해 매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현재는 분양받은 사람은 입주금에다 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이자율을 적용한 이자를 더한 금액(매입비용)으로 매각해야만 합니다. 결국 많은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없기에 “분양주택이 아니라 사실상 임대주택과 다를 바 없다”거나 “반쪽짜리”라는 불만이 제기됐습니다.

여기에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공공 매입을 전담하게 돼 있는 LH의 자금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LH가 신규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게 한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입니다. 현행 주택법 78조 2에 따르면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분양받았다가 되팔고 싶을 때 LH에만 팔 수 있습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가 2021년 1월 공공성을 강화한다며 관련 규정을 바꾼 탓입니다. 이전까지는 5년의 전매제한 이후 개인 간 거래가 가능했습니다. 이로 인해 LH로서는 적잖은 자금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번 조치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이미 저렴한 분양가가 주목받으며 최근 분양됐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들은 모두 치열한 청약 전쟁을 예고했습니다.

지난 1월 사전청약을 받은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16단지의 경우 273채 모집에 8378명이 몰리면서 30.7대 1이라는 높은 청약경쟁률을 보였습니다. 지난해 10월 사전청약 접수를 진행한 마곡 10-2 단지의 경우 59㎡(전용면적 기준) 단일 규모 아파트 260채 모집에서 무려 1만 8032명이 쇄도하면서 평균 경쟁률이 69.4대 1로 껑충 뛰었습니다. 특히 청년특별공급으로 배정됐던 39채에는 7284명이 신청하면서 경쟁률이 186.1대 1로 치솟았습니다.

뜨거운 인기의 비결은 시세의 30% 수준에 불과한 분양가에 있습니다. 국토부는 마곡 10-2단지의 사전청약 접수 사실을 예고하는 보도자료(2023년 9월 20일)를 통해 추정분양가를 3억 1119만 원으로 소개했습니다. 이는 당시 인근 일반 분양 아파트 시세(10억 원)의 30% 수준입니다.

지난 1월 사전청약을 받은 마곡 16단지도 마찬가지입니다. 59㎡ 아파트의 추정분양가가 3억 5948만 원으로, 현재 인근에 위치한 일반분양 아파트 호가(10억 9000만 원)의 33%에 불과합니다.

다만 분양가 이외에 매월 토지임대료를 추가로 내야 한다는 점에서 실제 분양받은 사람이 떠안아야 할 부담은 소폭 늘어납니다. 예컨대 마곡 16단지 아파트의 59㎡의 경우 추정임대료가 58만 800원입니다. 연간 기준으로 696만 9600원이고, 거주의무기간(5년)으로 환산하면 3484만 8000원입니다.

● 활성화 걸림돌 적잖다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활성화를 위해선 절대적인 공급량이 적다는 게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보금자리주택으로 공급된 아파트의 내부 모습이다. LH 제공
최근 새로 분양되는 민간 아파트의 분양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주택시장이 또다시 불안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습니다.

▶3채 청약에 100만 명…이런 ‘로또 청약’ 이제는 사라진다?[황재성의 황금알]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40301/123771909/1)

그렇다면 반값 아파트로 불리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가 이런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반응입니다.

우선 ‘서민의 주거 사다리’로서 역할을 맡기에 물량이 절대적으로 적습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공급한 토지분양부 임대주택은 1623채에 불과합니다. 이는 ‘뉴:홈’이라는 브랜드를 붙이고 4차에 걸쳐 분양한 아파트 전체 물량(1만 2308채)의 13.2%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그동안 공급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은 모두 SH 몫이었습니다.

여기에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 갖는 특성도 영향을 미칩니다. 즉 분양가에서 땅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야만 효과를 볼 수 있는데 서울에서만 이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최근 5년(2018~2022년)간 민간아파트 분양가 중 대지비 비율을 분석한 결과, 서울만 45~59%를 유지했을 뿐입니다. 반면 경기도에서도 30~44% 수준으로 떨어졌고, 비수도권 지역은 30%대에 머뭅니다.

문제는 서울에 충분한 물량을 공급할 택지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 활성화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3기 수도권 신도시에서 공급할 주택에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대거 반영한다면 충분한 공급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에 따라 공급될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이 서민 주거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도 반론이 있습니다. 전매제한기간이 끝나고 시중에 매물로 나오면서 주변시세와 같은 수준으로 뛰어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1~2012년 강남․서초 보금자리지구 아파트 일부(772채)가 주변시세의 4분의 1 수준인 2억 2000만 원(강남 세곡지구, 전용 84㎡ 기준)에 분양됐습니다. 그런데 전매제한 기간이 끝난 2020년 11억 3000만 원에 거래됐고, 2021년에는 호가가 주변 시세에 근접한 13억 5000여만 원으로 치솟았습니다. 반값 아파트를 통해 서민 주거 안정을 꾀한다는 취지가 무색해진 것입니다.

결국 이는 문재인 정부가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LH에만 팔 수 있도록 제한하는 규제의 빌미가 됐습니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해 “이런 점을 고려해 이번 개정안에서는 전매제한기간을 이명박 정부 시절 5년에서 10년으로 늘렸다”고 설명했습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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