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프로, 무겁고 어지러워" 그럼에도 XR 시장 기대 이유는

임채현 2024. 2.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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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라성 같은 애플을 선두로 글로벌 업체들 '속속' 시장 진입
공개된 비전 프로, '무게', '어지러움' 단점에 반품 이어지기도
블룸버그 "차세대 비전프로, 최소 18개월 걸릴 것으로" 보도
업계 "XR는 아직 초기 시장, 시장 확장 가능성 여전히 크다"
애플 비전프로를 착용한 모델.ⓒ애플

메타에 이어 애플이 XR(확장현실) 기기를 내놓으며 삼성을 비롯한 글로벌 업체들의 시장 진입을 유도 중이다. 업계에선 국내 업체들의 신속한 투자 및 시장 진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으나, 실제로 애플의 XR기기 '비전 프로'가 최근 반품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XR 시장 본격 개화 시기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23일 외신 및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출시된 애플 비전 프로의 상당 수가 반품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예약에서만 20만 대 이상이 팔리며 기대를 높였으나 실제 구매자들의 냉혹한 후기가 뒤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9일 블룸버그 통신은 "애플이 차세대 비전프로를 출시하기까지 최소 18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2월 초 출시된 비전프로의 차기작이 내년 8월에 가까워져야 시장에 출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전프로에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은 소비자들은 헤드셋의 무게와 좁은 시야각, 어지러움 등을 문제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XR 헤드셋 시장이 아직 발전 단계임이 분명해졌다"고 전했다. 사실상 XR 기기가 대중성을 가지기에는 한참 시일이 걸릴 것이란 평가가 나온 이유다.

다만 확장현실 기기의 돌풍에 업계는 차츰 신시장 개화를 기다리며 관련 투자에 나선 상황이다. 국내 업체들도 속속 시장 진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LG전자는 현재 TV 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 산하에 부서를 신설하고 XR 기기 관련 인재 모집에 대대적으로 나섰다. LG전자가 XR 관련 인력을 모집하는 것이 이번이 최초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부터 구글, 퀄컴과 이른바 ‘XR 동맹’을 맺고 MR(혼합현실),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기술을 총망라한 XR 생태계 구축에 돌입하고 있다. 패널 제조사들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력을 바탕으로 올레도스에 과감히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비전프로 제작 원가의 절반을 차지하는 핵심부품인 올레도스는 유리 기판을 사용하는 기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와 달리 얇은 실리콘 웨이퍼 위에 유기물을 증착해 만드는 마이크로 디스플레이다.

비전프로에 들어가는 올레도스를 단독 공급하는 일본 소니는 2011년 올레도스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업이다. CMOS 이미지센서(CIS), 렌즈, 플레이스테이션 VR기기 등을 생산해왔고, R&D 및 제조 양산시설도 보유하고 있다. 이에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에서 차별화된 'XR 헤드셋 기술'을 공개하며 새롭게 열릴 시장에 대비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CES 2023에서 0.42인치 3500PPI 올레도스 시제품을 공개한 바 있으며, 현재는 LX세미콘·SK하이닉스와의 협업을 통해 올레도스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소니가 사용한 W-OLED(화이트 올레드) 방식보다 더 진보한 RGB 방식의 올레도스를 올해 최초 공개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미국 RGB 올레도스 전문기업인 이매진을 인수하고, 전담팀을 별도로 꾸려 양산을 준비 중이다.

세계 XR기기는 2029년까지 연평균 29.3% 성장률을 기록하며 2023년 2144만대에서 2029년 1억대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망시장이다. 특히 XR의 핵심기술인 디스플레이 패널은 재료비의 45.5%에 달하는 중요한 산업이며, 해외 선진국은 이미 적극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애플 '비전 프로'로 대표되는 XR 헤드셋의 무게감으로 인한 착용 부담감, 영상에 대한 어지러움 증상 등의 근본적인 단점은 여전히 넘어야 할 관문으로 인식되고 있다. 비싼 가격은 차치하고서라도 해당 문제들로 인해 애플이 지향하는 차세대 컴퓨팅 기기 및 영상 감상용의 용도로 자리잡기 쉽지 않다는 우려 탓이다.

다만 업계는 의료용 및 특정 산업군에 이미 XR 기기가 도입되기 시작한 것과 관련해 대중성 확대의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는 분위기다. 국내 기업들의 올레도스 사업이 아직 초기 단계이고, 기술 성장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점차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동욱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은 "비전 프로로 대표되는 초기 단계의 XR 기기 시장이, 딱 비전 프로에만 국한돼선 안된다"며 "지금은 XR에 대한 생태계 뿐만 아니라 마이크로LED, OLED 등 상충되지 않는 각 분야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 및 생태계 구축이 필요한 단계"라고 강조했다.

이동욱 부회장은 "XR시장은 단순히 패널사들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소부장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생태계"라며 "XR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한국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산업간 융합과 협력을 통한 국내 안정적 공급망 구축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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