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재건축 변경 신중해야… 1기 신도시 '갈팡질팡'
[편집자주]재건축보다 진입이 쉽고 사업 속도가 빠르다는 점에서 각광받던 리모델링이 정부의 연이은 규제 완화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지난해 재건축의 걸림돌로 불리던 안전진단 문턱이 대폭 낮아진 데 이어 올 초 준공 뒤 30년이 지난 노후 아파트는 아예 안전진단을 받지 않아도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면서다. 그동안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전국 다수의 조합들은 재건축과의 갈림길에 멈춰선 채 혼란을 겪고 있다. 리모델링에서 재건축으로 선회하려면 기존 조합을 해산해야 하는데, 새 조합에서 임원 자리를 보장받을 수 없는 현 리모델링 조합 집행부가 반기를 들며 조합원들과 갈등을 겪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준공 연한 기준을 채우지 못해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을 선택한 단지가 비교적 많았던 일산·분당 등 1기 신도시들도 지난해 말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1기 신도시 특별법)이 국회 문턱을 넘기면서 소유주 간 의견 충돌에 부딪치는 모습이다.
(1) 오락가락 재건축 대책… '낙동강 오리알' 된 리모델링
(2) [르포] "조합장 나와" 리모델링 조합 내분 격화
(3) 리모델링→재건축 변경 신중해야… 1기 신도시 '갈팡질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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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기존 용도구역 용적률의 최대 150%를 적용받을 수 있다. 예컨대 종전 용적률이 최대 300%로 제한돼 있던 3종 일반주거구역이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450%까지 용적률이 상향된다. 재건축 시 사업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부진했던 1기 신도시 재건축이 급물살을 타면서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은 대거 혼란에 빠졌다. 평촌 은하수마을 청구, 샘마을대우, 한양 등이 리모델링 철회를 결정했다. 2022년과 2023년 각각 포스코이앤씨, 현대건설로 시공사 선정을 마친 일산 문촌마을 16단지와 강선마을 14단지 등도 일부 소유주가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후곡마을 11·12단지도 재건축을 원하는 이들과의 다툼으로 리모델링 조합 설립에 대한 소유주 동의가 원활히 진행되지 못하는 상태다.
1기 신도시 중 가장 진행이 빨랐던 분당 또한 상황은 비슷하다. 2021년 2월 1기 신도시 아파트 단지 중에서 처음으로 리모델링 사업계획을 승인받은 한솔마을 5단지는 소송을 겪느라 사업이 지연됐다. 조합 측이 리모델링 사업에 반대하는 일부 소유주를 대상으로 매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가 조합장 선정 절차에 하자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최종 패소한 탓이다. 이에 조합장이 사퇴, 새 집행부를 조직해 다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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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대로 리모델링 사업이 진행되는 단지는 분당에 일부 있다. 1기 신도시 노후 아파트 단지 가운데 정비사업의 첫 주자가 된 무지개마을 4단지는 지난해 11월 착공했다. 2022년 12월 이주를 시작한 지 11개월 만이다. 인근 느티마을 3·4단지도 지난해 상반기 주민 이주를 완료하고 빠른 시일 내에 첫 삽을 뜰 전망이다.
리모델링 사업이 중단된 단지의 한 소유주는 "주민 분쟁으로 시간이 지체돼 리모델링도 재건축도 못하고 분담금만 늘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단지의 소유주도 "서울의 사업성 좋은 단지들도 예상 분담금이 큰 액수인데 신도시는 더욱 클 것"이라며 "사업 방향을 빨리 정해 착공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리모델링 조합이 재건축으로 돌아서는 데에 현실적인 걸림돌이 많다는 의견도 나온다. 리모델링을 추진하다가 재건축을 하게 되면 기존 조합을 해산하고 조합설립인가를 다시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만만치 않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기존 리모델링 조합의 조합장과 임원이던 이들이 다시 결성된 조합의 집행부로 선임되지 못할 수도 있어 분쟁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연구소 소장은 "리모델링 조합 설립 이후 시공사를 선정한 단지들은 재건축으로 바꾸려면 그동안 사용한 사업비 대여금도 다시 돌려줘야 한다"면서 "리모델링 시공사가 재건축에 재참여한다는 보장도 없어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 지적했다.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사항으로 국회 통과가 불발될 수 있기에 섣부른 결정은 어려운 문제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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