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다 文정부 책임은 아냐" 김수현의 반성 아닌 반성문
“문재인 정부는 집값을 잡지 못했다. 그냥 못 잡은 정도가 아니라, 두 배 넘게 뛰어버린 아파트 단지가 허다했다. 어떤 말로도 변명이 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설계한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저서 『부동산과 정치』(오월의봄)를 냈다. 당시 부동산 정책의 핵심 관계자가 직접 공과를 짚은 것은 처음이다. 반성문 성격이 담겼지만, “변명만 가득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전 실장은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청와대 사회수석으로 일하면서 부동산 대책인 8·2대책과 9·13대책 수립에 깊이 관여했다. 그는 책에서 자신이 “문재인 정부 초기 2년에 대해서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일정한 책임이 있는 게 명확하다”고 했다.
그는 일단 정책 실패 요인으로 네 가지를 꼽았다. ①부동산 대출을 더 강하게 죄지 못했고 ②공급 불안 심리를 조기에 진정시키지 못했으며 ③부동산 규제의 신뢰를 잃어버린 점과 ④정책 리더십이 흔들린 점을 들었다.
특히 대출 억제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원래 계획대로 좀 더 일찍, 좀 더 과감하게 도입했더라면, 전세대출도 인상분만 적용하고, 주택 구입 시에는 즉시 회수하고, 더 적극적으로는 고가주택 구입 시에는 대출을 금지하거나 비율을 대폭 낮췄더라면. (중략) 욕먹더라도 청년층들의 '영끌'을 더 강하게 억제했더라면.” 김 전 실장이 당시 취한 정책의 방향성을 여전히 옳다고 보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화두였던 주택 공급 부족론에 대해선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기간의 주택 공급량은 이전 정부에 비해 적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더 많았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썼다. 이어 “실제 집값 급등의 원인에서 공급이 차지하는 영향은 10~20% 수준에 불과하다”며 “그럼에도 모두 당장 해결할 수 없는 공급 문제를 말하는 이유는, 집값 상승의 원인을 뭔가 다른 곳으로 전가하기 좋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집값 잡기’에 실패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유동성 과잉 등 대외 요인 탓으로도 책임을 돌렸다. 김 전 실장은 “전 세계적인 과잉 유동성 상황과 코로나19에 따른 경기부양 압박은 우리 정부 힘만으로는 어찌하기 어려운 요소가 많았다”며 “집값 문제가 오롯이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라고 하기에는 어렵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권대중 서강대 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이 오르는 건 공급이 부족하거나 수요가 늘었다는 뜻”이라며 “집값을 역대 최악으로 올려놓고 아직도 시장 논리를 인정하지 않은 채 변명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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